학업중단 위기학생 '해외봉사 원정대' 옌뚜이에 꿈을 심다

학업중단 위기학생 '해외봉사 원정대' 옌뚜이에 꿈을 심다

베트남서 5일간의 변화… “이제 꿈이 생겼어요” 현지학교 찾아 나눔 실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 승인 2016-01-27 15:23
  • 신문게재 2016-01-28 12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학업중단 위기 학생들로 구성된 '희망·꿈·행복 심기, 해외봉사활동 학생 원정대' 지난 11일부터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베트남 옌뚜이(Yen Thuy)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돌아왔다. 출발전 위기학생들의 해외 방문이라는 우려속에 진행됐던 이번 행사는 오히려 학생들의 그동안 위기학생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기성세대를 반성시킬 만큼 의미있는 시간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일률적인 학생지도의 다양성을 고민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원정대의 4박 5일간의 기록을 통해 학생 지도의 방향을 제시해본다. <편집자 주>

▲ 해외봉사 원정대 학생들이 현지 학생들에게 티셔츠를 전달하고 있다.
▲ 해외봉사 원정대 학생들이 현지 학생들에게 티셔츠를 전달하고 있다.
▲오지에서의 4박 5일간 봉사활동=이번에 봉사활동을 펼친'희망·꿈·행복 심기, 해외봉사활동 학생 원정대'는 학업중단 위기 학생들로 구성됐던 학교장 추천과 학업중단 예방 우수사례 공모를 통해 선정된 학생 24명과 교사 등 34명으로 구성됐다.

학생 대부분은 저소득층 학생들로 해외 방문은 처음이다.

두 달간의 준비 기간을 통해 이들이 방문한 지역은 베트남 옌뚜이(Yen Thuy). 대전시교육청은 국제구호기구인 월드비전에 방문지역 추천을 요청했고, 월드비전 사업소가 있는 이 옌뚜이 지역을 추천받았다.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 북서쪽에 위치한 옌뚜이는 빈곤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이 많은 농촌 지역으로 식수 및 화장실이 없는 것은 물론 교실과 학습기자재 등도 턱없이 부족한 곳이다.

원정대 학생들은 이곳의 락헝(Lac Hung) 초ㆍ중학교와 락루엉 중학교 등 두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락헝 학교는 초등학생 63명, 중학생 123명이 재학중인 학교로 정부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정한 학교이며, 전교생 240명이 공부하는 락루엉 중학교는 베트남 정부 공직자 등 유능한 인재들이 배출되며 학업성취도는 높지만 교육환경은 열악한 곳이다.

대전 원정대 학생들은 이 두 학교를 방문해 학교 담장 페이트칠의 봉사 활동을 펼쳤다. 또한 '강남스타일', '짜라빠빠, '빠빠빠' 등 한국 노래에 맞춘 공연을 펼쳐 현지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이 학교 학생들과 배드민턴 및 배구, 한국전통 놀이인 제기차기 및 윷놀이 등을 통해 국경을 초월한 우정을 맺기도 했다.

▲새로운 인생의 터닝 포인트 되다=학업 중단 위기 학생들이 이지역 봉사활동에서 얻은 것은 바로 자신감이다.

학교 방문때마다 진행된 성대한 환영식은 학생들에게 '한국'과 '대전'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심어줬고, 또 '우리 나라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나라가 있다는 것, 그리고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또 티셔츠를 비롯해 학교용 벽걸이 시계, 고급 만년필과 만년고와 대전용산고에서 기부한 배구공, 풋살공 등을 전달하며 기부와 봉사의 즐거움도 알게 됐다.

원정대에 참여한 Y고 J모 학생은 “PC방을 제외하고 평소 자신감 없는 학생이었는데 모둠원과 베트남 학생들이 함께 응원해 주니 자신감이 생겨 봉사활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됐다”며 “이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제 자신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대전 B고 박모 학생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해맑은 베트남 학생들을 보며 부모님께서 많은 것을 해주셨음에도 불평불만과 거친 말로 마음 아프게 해드렸던 지난날이 생각났다”며 “또한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는 기회가 됐으며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생활지도의 다양성 제시=“지난 5년간 불리던 이름보다 이곳에서의 5일동안 불리던 이름이 더 많았어요.”

출발전 학생들의 장래 희망과 아이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조사했던 원정대는 4박5일간의 일정 동안 틈틈히 학생들과 대화하고 장래희망에 대한 용기를 북돋았다.

결국 학생들은 “그동안 학교에서 불리던 이름보다 원정대안에서 불리던 이름과 칭찬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인 지도 방식이 아닌 생활지도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알게 된 것도 이번 원정대의 성과다.

이광우 학생생활교육과 생활지도 장학관은 “그동안 학교에서 교칙을 정해서 상벌을 적용하는 생활지도를 했다면 아이들이 나름대로 꿈과 희망을 갖게 해서 열심히 살아갈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다른 방법의 생활지도를 발견하고 그 필요성을 발견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여기에 학업 중단 위기 학생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대했던 기성세대의 편협한 시각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도착 첫날 새벽 3시에 준비했지만 다음날 시작하는 아침 일정에 늦는 학생이 한명은 단 한명도 없었다.

새벽 3시까지 교사들이 혹시나 있을 사고를 우려해 감독했지만 아이들이 숙소에서 한 일은 다음날 있을 공연 준비, 그리고 혼자 있는 친구 챙기기 등이었다.

이상호 대전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장은 “이번 원정대 학생들이 4박 5일 해외봉사활동 기간에 보여준 시간관념, 질서의식, 열정적인 참여의식 등을 보면서 새로운 생활지도 방안을 제시하는 계기가 됐고, 학생들의 자존감이 향상되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원정대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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