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낭만이 방금 도착했습니다…군산 철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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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낭만이 방금 도착했습니다…군산 철길마을

하루 두 번 화물열차 지나던 마을, 2008년 통행 멈췄지만 일상의 풍경 그대로 교복입고 쫀드기 군것질, 느림의 미학과 소소한 재미 만끽할 수 있어

  • 승인 2016-04-07 14:33
  • 신문게재 2016-04-08 9면
  • 이성희기자이성희기자
[주말여행]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아기 잘도 잔다'라는 동요가 있다. 가사만 읽고 상상을 하면 서정적이고 평화로워 보인다.

지금은 집 옆으로 기차가 지나다닌다면 기피대상 1호일 것이다. 워낙 시끄러우니 말이다. 뭐든지 빨라진 시대에 기차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추억을 담고 달리던 비둘기호는 사라진지 오래고 시속 300km를 내며 달리는 KTX가 인기를 끌고 있는 실정이니…. 약 20년 전 쯤 인가 친구와 경주에서 부산까지 비둘기호를 탄 적이 있다. 그때 기억으로 약 4시간이 걸린 듯하다. 간이역마다 서다보니 속력을 올릴만하면 다시 정차하고, 올릴만하면 정차하고 그랬었다. 위험했지만 문에 매달려 바람을 쐬며 바깥구경도 했다.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비둘기호를 탄 거 같다. 어릴 때부터 기차가 좋았다. 레일 위를 따라 달리는 모습과 반복적인 소리를 내며 달리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비록 기차를 볼 수 없지만 동요처럼 기찻길 옆 오막살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군산시의 경암동 철길마을이다.

군산의 경암동 철길마을은 총 길이 2.5km로 1944년 4월 4일 신문용지 제조업체인 페이퍼코리아(주)가 생산품과 원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어졌다. 5~10량의 컨테이너와 박스 차량이 연결된 화물열차가 오전 8시 30분에서 9시 30분, 오전 10시 30분에서 12시 사이에 마을을 지나갔고 마을 중간 차단기가 있는 곳과 없는 곳 모두 합쳐 건널목이 열한 개나 되었다고 한다. 사람이 사는 곳을 지나야 했던지라 기차의 속도는 느렸다고 한다. 또한 기차가 지날 때에는 역무원 세 명이 기차 앞에 타서 호루라기를 불고 고함을 쳐 사람의 통행을 막았으며 그 사이 주민들은 마당쯤으로 여겼던 기찻길에 널어놓았던 고추와 빨래 등의 세간을 치웠다. 시속 10km의 느린 열차는 지난 2008년 7월 1일 통행을 완전히 멈췄다. 기차는 사라졌지만 기찻길과 사람이 사는 집, 텃밭, 빨래줄 등은 아직도 남아 있다. 다만 고추를 말리던 풍경은 간이좌판이 대신하고 빨랫줄은 비워 있다. 세월을 간직한 낡은 집들은 노랑, 빨강 등의 원색으로 다시 태어나 관광객들을 맞는다. 여기저기 옛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는걸 보고 '교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가 다 같이 입고 나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곳곳에 널린 교복 대여를 보고 빌려주는 것을 알았다.

군산을 다니면서 유독 눈에 많이 띤 것이 있었는데 바로 쫀드기와 쫄쫄이 등 70~80년대에 먹던 군것질거리다. 철길마을도 중간중간에 파는 곳이 보였다. 실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 집안을 구경할 땐 신경을 썼다. 그중 한 할머니가 파를 다듬고 있길래 조심스레 여쭤봤다. “할머니 뭐하세요?” “보면 몰라. 파 다듬고 있잖여” 약간은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지만 '워낙 많은 관광객들이 구경을 오고 궁금한 걸 물어본다면 지겨울만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이곳 생활이 불편하시지는 않고요?”라고 여쭤보니 “이젠 이골이 났지 뭐. 이곳도 많이들 나갔어. 우리 같은 늙은이야 그냥 살면되지만 젊은 사람들은 여기서 장사도 하고 그러고 살어.” 바쁜거 같아 인사를 드리며 일어섰다. 집 옆으로 장독이 보였고 아담하지만 작은 텃밭이 눈에 들어왔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고 철길과 밭이 가까워서 그런지 밟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글이 보였다. 또한 추억을 담는 곳이라 그런지 휴대폰 사진을 즉석에서 액자로 제작해 주는 곳, 폴라로이드 사진을 액자에 넣어주는 곳 등이 눈에 들어왔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아 모세의 기적 같은 사람들의 분주함을 찾아볼 순 없다. 다만 집 앞마당을 기차와 같이 사용하며 그것이 이들의 일상이었던 삶과 어우러져 어색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묘한 매력을 느낄 수가 있다. 연인과 친구, 가족 등 누구와 함께 와도 느림의 미학과 소소한 재미를 충분히 가지고 갈 수 있다.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며 사진작가들의 고정 출사지이기도 하다.

▲가는길=대전~당진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다 서천~공주고속도로로 나가서 가는 방법과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 가는 방법, 부여까지 국도를 이용하다 부여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해 가는 방법 등이 있다. 버스는 대전복합터미널에서 타면 된다. 버스나 자가용 모두 약 1시간 30분정도 소요된다.

▲먹거리=철길마을 주변의 군것질과 카페를 이용해 간단한 요깃거리를 해결할 수 있고 짬뽕집도 있다.

글·사진=이성희 기자 token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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