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지친 심신 어루만지는 음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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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지친 심신 어루만지는 음악의 힘

  • 승인 2016-07-10 12:55
  • 신문게재 2016-07-11 22면
  • 선형훈 선병원재단 문화이사선형훈 선병원재단 문화이사
▲ 선형훈 선병원재단 문화이사
▲ 선형훈 선병원재단 문화이사
음악에는 사람의 상처를 위로하는 힘이 있다. 심리치료법 중 하나로 음악치료가 활발히 이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음악을 듣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행위는 개인의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 통합을 이루게 해 바람직한 행동 변화를 일으킨다. 음악을 통해 얻은 심리적 안정이 신체적 기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필자가 문화이사로 몸담고 있는 선병원은 환자들을 위한 크고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신체의 병으로 마음의 병까지 얻은 환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치유에 도움을 주고자 해서다. 문화이사로서 음악회를 기획하기도 하고 독주나 협연에 직접 참여해 환자들과 음악적으로 교감하는 시간은 나에게도 보람과 행복감을 선사한다.

지난 1일엔 선병원 개원 50주년을 맞아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모스크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초청 음악회를 개최했다. 선병원은 선친인 고 선호영 박사가 1966년 중구 선화동에 선정형외과의원을 설립해 지금은 4개 병원 8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성장했고, 50년간 지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뜻깊은 해에 시민들에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수준 높은 문화공연을 마련함으로써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힐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자 했다. 선친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병원의 50주년 음악회에 바이올리니스트로서 협연자로 나설 수 있어서 의미가 더욱 깊었다. 1000석이 훌쩍 넘는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의 모습에서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대전시민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날 공연에서 모스크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동양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비엔나 왈츠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역임한 노태철 교수의 지휘로 젊고 생동감 넘치는 연주가 돋보였다. 클래식 음악에 거리감을 느끼는 관객을 배려해 차이콥스키의 '광대의 춤', '백조의 호수' 등 한국인의 귀에 익숙한 프로그램으로 공연을 구성한 것도 인상 깊었다.

필자 또한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35'를 협연하며 모스크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췄다. 베토벤, 브람스, 멘델스존의 작품과 더불어 가장 널리 연주되는 바이올린 협주곡인 이 곡은 1악장의 야성적인 멜로디가 애절함으로 이어지는 2악장을 지나 휘몰아치는 리듬으로 끝을 맺는 3악장까지, 멜로디 하나하나에 강렬한 러시아적 색채가 아로새겨져 있다.

협연곡으로 차이콥스키 작품을 선택한 것은 러시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 해석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바쁜 연주일정으로 리허설시간이 충분치 않았지만 협연자와 하모니를 이룰 수 있도록 받쳐준 오케스트라의 노력이 인상 깊었다. 러시아적 향취가 풍기는 차이콥스키의 곡을 러시아 국립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수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과거에 비해 클래식 음악을 향유하는 관객층이 크게 확대되긴 했지만 '클래식'이라는 타이틀 자체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아직도 대중과의 만남을 방해하곤 한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무심코 지나치는 텔레비전, 라디오 CF에서 등장하는 배경음악이나 휴대폰 벨소리 등에서 우리는 클래식을 접한다. 아주 짧은 순간 귓가를 스친 음악일지라도 공연 무대에서 다시 만난다면 더욱 가깝게 느껴지곤 한다. 클래식 음악 앞의 벽을 허무는 것은 어쩌면 이처럼 아주 사소한 계기에서 비롯되는 것일지 모른다.

이번 모스크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통해 만나본 러시아 작품들은 분명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으리라 믿는다. 이들의 에너지와 활력이 대전시민의 귓가에 오래도록 머무르며 일상생활의 동력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형훈 선병원재단 문화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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