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의 지상최대 사기극 '뇌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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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의 지상최대 사기극 '뇌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

  • 승인 2017-04-06 16:07
  • 신문게재 2017-04-07 12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져 논란을 일으킨 한 장의 드레스 사진이 있다.

사진 속 드레스 색깔이 파란색-검은색 조합인지 흰색-황금색 조합인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같은 사진을 놓고 사람마다 서로 다른 것을 보는 이 신기한 현상은 잠깐 관심을 끌다 이내 잊혔지만, 저자는 우리 뇌가 특별한 이유를 바로 이 착시 현상에서 찾는다.

저자에 따르면 착시 현상은 감각 기관이 제공하는 일부 정보를 이미 저장해 놓은 경험과 결합하는 뇌의 특성 때문에 일어난다. 즉, 서랍장을 만들고 정보들을 그 서랍장에 맞게 분류한 후, 이런 경험들을 토대로 세상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각자의 경험에 따라 정보를 분류하고 통합하는 뇌는 경험으로 축적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지각하고 1초도 지나지 않아 판단을 내린다.

이미 만들어진 자신의 범주로 새로운 정보를 처리한다. 하지만 기존 범주에 따라 경험들을 분류하는 일만 한다면 우리의 뇌는 이처럼 복잡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번에 발간된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는 2016년 독일의 로볼트 출판사에서 나온 ‘Mein hirn hat seinen eigenen kopf’의 한국어판이다. 독일 슈피겔 베스트셀러,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출간되자마자 화제가 됐다.

이 책을 쓴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독일 튀빙겐의 막스플랑크 바이오사이버네틱스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독일, 세계를 무대로 과학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이다. 2014년 독일 과학 강연 대회 ‘사이언스 슬램Science Slam’ 최종 우승, 2015년 페임랩 인터내셔널FameLab. International에 독일 대표로 출전하여 최종 9인에 드는 등 과학 지식과 대중 강연 실력을 동시에 인정받아 왔다.

저자는 청소년 시절 ‘나는 누구인가?, 나를 둘러싼 이 사회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는가?’, ‘왜 이해받기를 원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오해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뇌와 행동의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저자는 그 답을 ‘사회적 뇌’에서 찾는다. 우리의 뇌는 다른 사람들과 공동생활을 하기에 최적화돼 있으며,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 비로소 뇌도, 나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의 이 같은 결론은, 전문용어와 복잡한 운동으로 둘러싸인 뇌의 비밀을 한 꺼풀 벗겨 줄 뿐만 아니라, ‘뇌과학’이라는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한국계 독일인으로서, 뉴욕에 거주하던 당시 유색인종으로서 마주했던 문화적 충돌과 에피소드들로 경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더불어 45건의 실험 사례들을 적절하게 인용해 주장의 신뢰를 높였으며 어려운 뇌과학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뇌의 본질에 가닿고 있다. 이로써 한국 독자들의 관심을 뇌과학 연구의 최전선에서부터 철학과 심리학, 사회학과 인문과학의 너른 지평으로까지 확대시키며 우리가 몰랐던 뇌의 진실들을 탐색하는 과정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뇌과학이 아닌 ‘뇌 인문학’으로 이름 붙여도 손색없는 이유이다.

또한 저자는 이제 막 세상을 알아 가는 신생아에서부터 뇌의 진화를 설명한다. 아기는 처음으로 세상으로 나오면서 주변 환경의 무수한 서로 다른 신호들을 받아들여 해석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경험이 증가할수록 그 신호들을 정리하고 처리하기 위해 뇌 속에 서랍장을 만들기 시작한다. 서랍장의 분류와 이름표를 바꿔 가며 아이는 성장하고, 자신을 독자적인 존재로 인식하면서 나와 타인, 나와 세상을 분리한다.

또한 저자는 심리학, 인지과학, 뇌과학 등 45건의 실험 사례들을 소개하며 뇌과학을 쉽고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우리들 가운데의 고릴라’ 실험, ‘얼굴 근육 실험’, ‘고무 손 실험’ 등의 결과를 통해 감각기관과 뇌 사이의 연결과 단절을 살피고, ‘타인종 효과’, ‘샐리-앤 테스트’ 등 흥미로운 실험 사례와 함께 뇌가 가진 정보처리 능력과 유연성을 들여다본다. 이밖에도 인종차별주의자의 뇌는 다른 사람들의 뇌와 다른지, 다수결이 정말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는지, ‘미친 사람’의 기준은 절대적인지 상대적인지, 전문가의 말을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사회심리학적 실험들을 뇌과학의 프레임으로 다시 조명한다.

이렇듯 저자의 안내를 따라 내 머릿속 ‘또 다른 뇌’의 정체를 알게 될수록 우리는 행복의 조건이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에 있으며, 우리의 뇌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관계를 나누기 위해 진화했다는 확신을 얻게 된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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