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연의 산성 이야기] 서운산성엔 여류 꼭두쇠 바우덕이의 이야기가 오롯이

[조영연의 산성 이야기] 서운산성엔 여류 꼭두쇠 바우덕이의 이야기가 오롯이

제11회 서운산성(瑞雲山城-안성 서운면 북산리)과 집시 바우덕이와 민초들의 한

  • 승인 2017-08-25 00:01
  • 조영연조영연
충북 진천에서 서해나 1번국도 한양길(사산성-평택 방면)을 가기 위해서는 34번도로로 차령산맥을 넘어야 한다. 그 고갯마루 서운산은 천안, 진천, 안성의 경계부에 있으며 산성은 차령산맥 주봉인 서운산(547m) 정상으로부터 육칠백미터 서쪽 기슭 표고 490m 산봉에 자리했다.

34번국도(진천-성환)상 엽돈재 너머 저수지에서 청룡사-좌성사길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산성의 동편은 서운산 정상에 막히는 반면 그 나머지 방향은 낮은 구릉과 평야지대로 시계가 아주 양호하며 우측 배티고개와 좌측 엽돈재 그리고 천안, 진천, 안성 일대가 모두 한눈에 들어온다.

동서 두 봉우리간 마안형 능선을 연결한 북벽의 양 끝에서 각각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부드럽게 회절돼 좌성사 뒤편에서 계곡을 가로막아 토축했다. 성안은 북벽으로부터 남쪽으로 약 30도 정도 비스듬히 경사져 마치 삼태기 속처럼 아늑하다.

▲ 서운산에서 바라본 전망
▲ 서운산에서 바라본 전망


서봉 정상에는 타원형의 축대 위에 탕흉대(盪胸臺)라 암각된 바위가 놓였다. 문지 중 청룡사 쪽으로 내려오는 남문이 주 통로로 보이며 좌성사 옆 수구 옆에 냈다. 북벽 아래 비스듬히 사면을 이룬 평탄지가 성의 내부인데 여기에 건물이나 기타 시설들이 들어섰을 것으로 추정되고 그 안에 현재도 형태를 유지한 우물이 두 기 정도 확인되며 기타 습지 부분도 두어 군데나 있다. 이 집수구 물은 성벽 절단부의 수구를 통해 계곡으로 빠지는데 현재도 맑은 물이 제법 많이 흐른다.

서원경, 만노군에 진출해 있던 신라가 남진을 시도하는 고구려에 대한 방어선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성에서는 서쪽 낮은 구릉과 평지인 직산(성환), 안성 시내 나아가 죽주산성 근처까지 모두 조망되어 그 쪽 방면의 방어에 중요한 작용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남문지 바로 안쪽 오래된(아마 고려시대로 추정) 석조여래입상은 요즘도 기도처로 사용되는 듯하다. 마치 오줌싸개 소년이 키를 쓴 듯 광배를 진 석조입상여래불은 잘 생기거나 균형이 잡히진 않았을망정 복스러운 얼굴이 참으로 온화하고 인자해 보인다. 파괴된 후 이어붙인 듯한 두 손은 오히려 거북발 모양으로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 서운산성 탕흉대 암각
▲ 서운산성 탕흉대 암각


서봉의 탕흉대 정상에 서면 막혔던 서해까지 탁 트인 경치에 가슴 속까지 뻥 뚫리는 느낌이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 마음을 탕흉대란 이름으로 표현해 새긴 이의 속내가 저절로 느껴진다. 주체할 수 없는 심정을 탕흉(盪胸)이라는 중국 고서의 한 구절로 압축해서 잘도 드러냈다. 갈겨쓴 글씨조차도 덩달아 시원스럽다.

고려말 고승 나옹선사가 아름다운 구름 속 용이 노니는 것을 보고 여기에 주석하면서 건설했다는 청룡사 전설이 있다. 일주문도 사천왕문도 없이 서운산 청룡사 현판 밑으로 민가집 문안 들어가듯 하면 된다. 일주문이나 무시무시한 사천왕을 두지 않은 것은 누구나 부담감 없이 들어오라는 뜻일 게다. 문 지키던 금강역사들은 대웅전 건물 추녀 네 모서리에서 포 사이의 불상조각들을 옹위하고만 있을 뿐이다. 조선 후기 장인 사인비구가 제작했다는 동종, 낡았지만 앙증맞은 삼층석탑도 있지만 청룡사를 다시 보게 하는 것은 아무래도 제멋대로 생긴 부드러운 곡선미의 대웅전 기둥들이다. 있는 대로 생긴 그대로의 모습이 넓은 추녀와 더불어 친숙하다.

▲ 서운산 바우덕이상
▲ 서운산 바우덕이상


산성 아래에는 청룡사와 한국판 집시족 연예인들의 우두머리 바우덕이 사당이 있다. 천민집단 떠돌이 남사당패들을 품어준 아량이 그 넓은 추녀에서 우러나왔고, 조선시대 유교적 질곡 속에서 벗어나 본성대로 살아가고자 하던 인간의 모습이 청룡사 기둥으로 표현된 것이다.

그들은 조선시대 반상의 차별 속에 떠돌아다니면서 힘든 삶 속에서 민중들의 애환을 달래 주던 대중문화계의 대표적인 실천자들이었다. 그들이 공연한 판굿은 줄타기, 무동타기, 버나돌리기, 풍물 등의 종합예술이었고 그 중심에 선 이는 여류 꼭두쇠 바우덕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각종 기술을 전수받고 성행시켜 오늘날까지 민중예술로서 자리를 지켜 내려오게 한 공로자로 기려진다. 구성진 풍물가락이 귓전을 울리고 갖가지 재주들이 보이는 듯하다.

바우덕이사당이란 한글 현판은 그녀의 동상만이 홀로 지키며 남았고 몸은 산성 서쪽 자락 한참 떨어진 곳에 묻혔다. 찾는 이 없이 초라하고 호젓한 모습이 대접받지 못하고 살아가던 그들의 모습을 닮은 것 같아 바라보는 마음을 무겁게 한다.

서운산 정상에서 동편 능선상의 상중리성(배티고개)에서 내려오는 길에 배티성지(聖地)도 들러 봄직하다. 구한말 박해를 피해 숨어든 천주교신자들이 살아오던 교우촌이다.

서운산 골안개 사이로 솟아난 첩첩산에서 다소나마 그 맛을 음미할 수 있을 듯하다. 한이 담긴 설운산을 승화시켜 서운산이라 부른 것은 아닐까. 이래저래 서운산 자락은 이름답지 않게 한이 많이 깃든 땅이다. 한 많은 삶을 슬퍼하고 그 슬픔과 삶을 기도로, 때로는 재기(才氣)와 노래가락으로 떨쳐 버리려 발버둥쳤던 곳이다. 서운산은 지친 그들을 버리지 않고 상서로운 구름으로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포근히 감싸 주었던 넓은 품이었다.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 논산 신라군 진격로
▲ 논산 신라군 진격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장우 유세 첫 날 날선 시정 비판! 노잼도시 만든 무능 VS 방사청 당겨온 유능(영상)
  2. [대전노동청 Q&A] 육아기 10시 출근제
  3. 대전 보문고 출신 정청래 '허태정 당선 비법? 딱 하나만 알려줄게!(영상)
  4. 6·3지선 필승 향한 공식선거운동 막 올라… 충남교육감 후보 4인, 12일간 혈전 돌입
  5. [충남도민과의 약속, 후보 공약 비교] 15개 시·군 공약, 박수현 '균형' vs 김태흠 '6대 권역'
  1. 허태정, 구호만 있는 시장 VS 시민을 섬기는 시장! 이장우 시정 확실히 심판할 것
  2. 박수현·김태흠, 출정식 갖고 본격 선거 운동 돌입
  3. [중도일보-세종선관위 공동기획 '지방선거 포커스④'] 투표용지 인쇄 점검
  4. 한남대 고교 연계 대입평가 S등급… 대전권 대학 희비
  5. 큰절, 태권무, 1000인 선언… 대전교육감 선거 첫날부터 총력전

헤드라인 뉴스


"충남에 살면 예우수당 없어"… 5·18 유공자 지원 ‘천차만별’

"충남에 살면 예우수당 없어"… 5·18 유공자 지원 ‘천차만별’

최근 5·18 민주화운동 역사 인식 제고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5·18 민주 유공자 예우를 위한 지원조차 지역마다 천차만별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도별로 재정 여건에 따라 5·18 유공자에 대한 보훈수당 지원 여부와 액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대전시와 5개 자치구는 5·18 유공자를 보훈수당 지원 대상에 포함한 반면, 충남도는 시군 차원에서만 지원 중이며 지역마다 지급 규정이 없거나 각기 다른 실정이다. 법적으로 보훈수당 지급 체계와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고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 특별교부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합의 `후폭풍`…  주주단체 "주주이익 침해" 결집 예고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합의 '후폭풍'… 주주단체 "주주이익 침해" 결집 예고

삼성전자 노사가 극적인 합의로 총파업 위기는 넘겼지만, 합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 경영계는 반도체 호황이라는 특수성을 노동계 전반의 기준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에도 성과급이 지급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공개된 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성과급 노사 잠정 합의서'에 따르면 노사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하되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특별경영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의..

대통령 관심 높은 `K팝 공연장` 충청권도 공약 쏟아져
대통령 관심 높은 'K팝 공연장' 충청권도 공약 쏟아져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상징 (K팝) 공연장이 필요하다"며 5만석 이상 규모 공연장의 추진을 거듭 지시한 가운데 지방선거에 나선 충청권 후보들도 관련 공약을 내놓아 주목을 끈다. 이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취임 1주년 국정성과'를 보고 받으면서 문화체육관광부에 "K팝 공연장 확보는 어떻게 되고 있나. 대규모 공연장을 새로 지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5만석 규모의 공연장이 몇개 필요하다면서 현재 2~3만석 규모로 짓고 있는 공연장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체부가 공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부처님 오신 날 분위기 고조시키는 봉축탑 부처님 오신 날 분위기 고조시키는 봉축탑

  • 13일간의 지방선거 유세전 시작…‘우리 후보 뽑아주세요’ 13일간의 지방선거 유세전 시작…‘우리 후보 뽑아주세요’

  • ‘중원을 잡아라’…여·야대표 충청 총출동 ‘중원을 잡아라’…여·야대표 충청 총출동

  • 공식 선거운동 D-1, 선거벽보 점검 공식 선거운동 D-1, 선거벽보 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