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미술관과 평생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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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 칼럼] 미술관과 평생교육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 승인 2020-01-21 08:22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선승혜(대전시립미술관장)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미술관은 평생교육의 산실이다. 백세시대를 맞이한 요즘, 미술관의 평생교육에 동아시아의 고전인 『논어』의 공자 스타일로 연령대별 미술관 교육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어린이부터 15세까지는 '지학(志學)'으로 배움을 위주로 한 예술교육을 받는다. 20~30대는 '이립(而立)'으로 꿈의 방향설정을 위한 예술 교육을 받는다. 40대는 '불혹(不惑)'으로 돈과 권력에 유혹되지 예술교육을 받는다. 50대는 '지천명(知天命)'으로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예술교육을 받는다. 60대는 '이순(耳順)'으로 다양한 예술을 강연으로 듣는다. 70대는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로 예술을 마음껏 즐긴다. 80대 이상은 목표가 없는 진정한 자유에 이르게 된다.

지학, 15세까지를 위한 미술관 교육은 다양한 시각예술을 배운다. 점과 선, 면, 형태, 색과 같은 시각예술의 조형을 눈으로 보고 직접 그려본다. 본 것을 말로 해보기도 하고 유치원과 초·중학생 때까지 부모나 학교견학수업에서 미술관을 다닌다.

이립, 20~30대를 위한 미술관 교육은 꿈의 방향설정을 한다. 미술관 전시의 주제가 무엇인지, 작품에서 작가가 표현하려고 했던 의도는 무엇인지,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기도 하고, 나의 해석을 생각하면서 내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삶의 방향을 세운다.

불혹, 40대를 위한 미술관 교육은 돈과 권력과 같이 현실의 이익과 거리를 둔 문화로 생각한다. 40대가 유혹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는 나이라고 했다. 돈과 권력을 넘어선 문화로 미술관 동호회에 참가한다. 적극적으로 미술관 멤버십에 가입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예술의 감상수준과 감성을 확실히 한 차원 달라지는 미술관 교육에 참여하는 것이 관건이다. 소그룹으로 만나서 미술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미술관 교육도 좀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도 좋다. 40대는 한국의 사랑방 문화이자, 18세기 유럽문화의 미술비평을 주도한 살롱문화를 만들어 간다.

지천명, 50대를 위한 미술관 교육은 문화로 사회에 기여하도록 한다. 50대는 질풍노도와 같이 성공을 위해 달려가던 시기를 지나 삶의 의미를 묻게 되는 나이다. 50대를 위한 미술관 교육은 원숙해진 감성을 토대로 문화예술로 사회에 기여하고, 문화에서도 부의 재분배를 실천하는 프로그램에 기여하도록 하는 건 어떠한가? 50대의 CEO들은 시간이 적지만 모임은 많다. 오찬이나 만찬의 모임을 미술관의 관람과 함께해 지역의 리더들이 서로 만나는 자리이자, 문화를 나누는 교육을 구성해 본다. 본인의 문화적 안목을 키울 뿐만 아니라, 미술관이 좀 더 좋은 프로그램을 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해 좋은 문화를 함께 나누어 사회에 기여한다.

이순, 60대를 위한 미술관 교육은 즐겁게 듣는 강연회가 좋다. 은퇴도 했고, 경제력이나 체력이 50대만큼 활발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될 때는 미술관의 강연에 참여하는 것을 습관처럼 한다. 예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도 이해가 되고, 포용할 수 있다. 이왕이면 강연만 듣지 말고 필자가 쓴 책도 사서 꼼꼼히 읽어보고 삶과 역사 전체를 통괄해보는 안목을 가진 예술 감상의 즐거움을 누리면 어떨까?

종심소욕불유구, 70대를 위한 미술관 교육은 예술을 마음껏 즐긴다. 바로 예술로 건강해지는 양생(養生) 교육이다. 70대 이상을 위한 미술관 교육은 무리하지 않고 건강을 지키는 교육이 좋다. 특히 이때 빛을 발휘하는 것이 전통 수묵화 감상이다. 중국 원대 화가인 ‘황공망’은 수묵산수화를 즐겨 그린 사람 중에서 장수한 사람이 많은데, 그 이유는 산수에서 좋은 기운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그림 중에서 좋은 기운을 주는 작품을 무리하지 않게 하나씩 천천히 감상한다. 이때 미술관은 간이 의자를 준비해 다리가 아파도 앉아서 볼 수 있도록 배려한다.

77세가 되면 '喜壽' 가장 기쁨의 나이에 도달하게 된다. 이 이상은 진정한 자유의 경지다. 이 얼마나 좋은가 미술관에서 나를 위한 평생교육을 한다는 것이!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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