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사회재난의 취재와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 오피니언
  • 중도일보 독자위원회

[독자위원 칼럼] 사회재난의 취재와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20-03-10 08:54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승선(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승선 교수
재난은 전조나 예고 없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태풍이나 폭염 같은 자연재난의 일부는 기상관측의 품질에 따라 일정한 대응 시간을 벌 수 있다. 자연재난은 물리적 측정과 감지가 상대적으로 조금 수월하다는 점에서 그나마 일정 수준의 대비책이 갖춰져 있다. 반면 화재나 폭발, 항공과 해상의 교통사고, 화생방사고, 환경오염사고와 같은 사회재난은 부지불식간 발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에너지와 통신, 금융 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회재난은 국가기반체계를 붕괴할 위험성이 크다.

사회재난의 하나인 새로운 감염병 확산은 전염의 과정이 눈에 포착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일정 기간의 잠복을 거쳐 증상이 발현된다는 점에서 막대한 공포를 동반한다. 뭉쳐서 함께 대응해야 할 유형의 재난이 아니라 흩어지고 거리를 두어야 안전성을 더 확보할 수 있는 딜레마 재난이다. 그럼에도 감염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의 역량과 지혜를 모아 총체적 대응을 할 것이 요구된다. 언론은 재난과 대응 정책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매개하는 필수기관의 지위를 가진다. 언론은 재난으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혹은 이미 발생한 피해가 제거되고 극복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야 한다.



감염병은 지리적 국경을 쉽게 초월하고 발병의 빈도와 관련이 있는 나라의 일부 지역에 혐오의 심리적 국경이 구축되는 기제로로 쓰인다. 한 공동체 내에서도 특정한 집단에 재난의 원인과 책임을 모조리 귀인 시켜 매도하고 그들을 차별, 공격하는 행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 재난에 즈음하여 언론이 특별히 정보의 정확성을 검토하고 더욱 신중한 언어로 정보를 전달해야 함에도 오히려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 공격 바이러스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마초적인 취재 관행에 젖은 언론사 중에 면 마스크와 작업용 면장갑을 지급하고 방사능 피폭지역 취재를 지시했다는 전설이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구명조끼 한 벌 지급해 주지 않은 채 해상 재난을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은 현장의 기자들이 거센 물살과 높은 파고에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는 고백은 엊그제 일에 불과하다.

재난 현장의 언론인들은 자신의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인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언론사와 데스크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현장 기자들의 권리다. 언론사와 상급자들은 방사능 피폭이나 전염병의 감염과 같은 사회재난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지역에 무조건, 무차별적 기자 투입을 금해야 한다. 언론사와 간부들의 의무다. 현장 언론인과 데스크는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정한 '재난보도준칙'을 이행해야 한다. 한국영상기자협회가 최근 펴낸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의 재난편, 병원·의료편을 참조해 볼 것을 권한다. 가이드라인은 언론사에서 잔뼈가 굵은 경험 많은 기자들과 전문 연구자들에 의해 집필되었고 방송사 소속 변호사와 관계 기관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쳤다.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지침이 주어져 있다.



병원이나 의료와 관련해 보도하려고 한다.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가? 전염병에 대해 보도하려고 한다.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가? 메르스 의심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감염은 확산 중이다. 언론사는 메르스 환자를 취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어떻게 취재할 것인가. 방사능이 유출돼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 들어가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취재해야 하는가? 전염병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격리 조치하기 시작했다. 아직 격리되지 않은 접촉자를 찾아 인터뷰하라는 취재지시가 내려졌다. 취재해야 하는가?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은 일반 취재기자들에게도 유용한 지침이 될 줄로 안다. 가이드라인의 기본원칙에 따르면 기자는 환자나 재난 피해자의 입원 치료를 취재할 때 당사자 또는 보호자의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기자는 인권이 침해되는 현장에 투입되는 최전선의 척후이자 인권 보호의 최후 보루라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코로나19 감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시민, 의료진, 정부당국자 그리고 취재 전선의 언론인들에게 손 모아 깊은 응원을 보낸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분양시장 미분양 행보 속 도안신도시는 다를까
  2. [현장] “이런 정체는 처음"… 원촌육교 공사에 출근길 마비
  3. 무너진 발화지점·내부 CCTV 없어… 안전공업 원인규명 장기화 우려
  4. 여야 6·3 지방선거 대전 5개 구청장 대진표 확정
  5. [전문인칼럼] 문평동 화재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것
  1. 안전공업 참사 이후에도 잇단 불길…대전·충남 하루 새 화재 11건
  2. 사기 벌금형 교사 '견책' 징계가 끝? 대전교육청 고무줄 징계 논란
  3. 대전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 경선, 성광진 후보 승리 "책임지는 교육감 될 것"
  4. "소방훈련은 서류상 형식적으로" 대전경찰 안전공업 늦은 대피 원인 '정조준'
  5. 네거티브 난무 공천 후폭풍도…지방선거 충청 경선 과열

헤드라인 뉴스


[현장] “이런 정체는 처음"… 원촌육교 공사에 출근길 마비

[현장] “이런 정체는 처음"… 원촌육교 공사에 출근길 마비

"평소보다 일찍 나왔는데도, 도저히 움직일 생각을 안 하네요. 도로에 30분 넘게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네요." 대전 천변도시고속화도로 원촌육교 긴급 보수 보강 공사로 도로가 통제되자 교통 혼잡이 빚어져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지난 30일 원촌육교 옹벽에서 일부 지반침하와 배부름 현상이 발견되자 행정당국이 긴급 보수에 나선 것. 행정당국은 안전 확보를 위해 해당 구간 일부 차로를 한 달가량 전면 통제하고 긴급 보수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이로 인해 출근 시간대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해당 구간은 물론 인근 간선 도로까지..

대전 안전공업 화재 유가족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대전 안전공업 화재 유가족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근로자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 당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피해 유가족이 30일 사고 후 처음으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대전 안전공업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날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화재 사망자 중 가장 마지막에 장례를 치르는 고 오상열 씨의 발인식에 참석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위로할 시간을 갖기 위해 고 오상열 씨 유족은 28일 빈소를 마련해 이날 발인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경찰과 소방 등의 화재현장 합동감식에 동행한 유가족 대표가 입장을 밝히고 기자들과 질..

`강물아, 흘러라` 4대강 재자연화 합의에 700일 천막 농성 종료
'강물아, 흘러라' 4대강 재자연화 합의에 700일 천막 농성 종료

"금강아 흘러라! 강물아 흘러라!" 2024년 4월 29일부터 세종보 상류 금강변에서 전국 각지의 활동가와 시민 등 2만여 명이 이끌어온 천막 농성이 단체 구호와 함께 700일 만에 막을 내렸다. 현 정부가 시민사회와 합의안을 도출,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의지를 내보이면서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30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세종보 천막 농성장에서 해단식을 가졌다. 최근 기후부는 시민사회와 도출한 4대강 재자연화 추진안을 발표했으며 연내 보 처리 방안 용역 추진과 국가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로수 가지치기 가로수 가지치기

  •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 마지막 발인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 마지막 발인

  •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이틀째 전석매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이틀째 전석매진

  • 프로야구 개막…한화이글스 18년 만에 홈 개막전 승리 프로야구 개막…한화이글스 18년 만에 홈 개막전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