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위기 극복의 열쇠는 우리 모두의 퀘렌시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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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 칼럼] 위기 극복의 열쇠는 우리 모두의 퀘렌시아에 있다.

김학만 우송대 보건복지대학장·교육부 규제완화위원장 겸 적극행정위원장

  • 승인 2020-03-18 14:19
  • 신문게재 2020-03-19 23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김학만(우송대 보건복지대학장)
김학만 학장
상호부조란 다수의 개인 또는 집단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행동하면서 성립되는 사회적 관계를 말한다. 농경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촌락사회의 특성상 소규모로, 때로는 천재지변 등 촌락 주민들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국가에서 여러 가지 정책이나 제도를 마련해 부조했다.

우리는 이러한 상호부조가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지금 국민의 자발적 성금과 도움의 손길은 물론 국가적 규모로 실천되고 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해결이라는 공동의 과제는 2020년과 함께 시작해 3월 중순이 된 지금까지 진행 중이며 그 끝을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만들기도 어렵지만 팔 곳이 없다는 제조업계의 비상사태, 폐업하는 자영업, 차라리 실업수당을 받으라며 해고하는 사장님들, 마스크를 사려고 줄 선 사람들, 사상 초유의 4월 개학까지 그 양상은 여러 면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우리 국민은 상호부조를 통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많이 가진 사람들은 많이 가진 대로 적게 가진 사람들은 적게 가진 대로 각자 가진 것을 나누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령이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이에 동참하는 모습도 다양하다. BTS의 팬들을 칭하는 일명 '아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콘서트 취소에 티켓 요금을 환불받는 대신 기부를 택했으며, 많은 방송인과 자산가들은 성금과 물품을 기부했다.

여러 기업도 이 위기를 견뎌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고,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줄여주는 등의 노력으로 함께 어려움을 나누고 있다. 특히 정작 당신이 꼭 필요한 것임이 분명함에도 평소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열심히 모은 성금과 마스크 등을 익명으로 기부하는 분들의 사례는 감동을 주며 귀감이 되고 있다.

방역 및 진단과 치료 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의료진과 공무원, 격리된 사람들을 위해 생필품 상자를 준비하고 배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은 우리를 넘어서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를 이겨내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힘쓰고 있지만 아직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코로나19에 지친 우리 모두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만의 퀘렌시아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투우경기장에는 경기장의 소가 그들이 자신만의 안전한 장소로 느끼는 곳이 있다. 이 장소는 매번 소들의 본능대로 바뀌기 때문에 사람들이 특정할 수 없다. 싸움 도중 지친 소는 자신이 정한 장소로 가서 숨을 고르고 힘을 모은다. 기운을 되찾아 마지막 일전을 위해 다시 싸우기 위해서다. 그곳에 있으면 소는 마음의 안정을 얻고, 다시 회복할 수 있다.

그렇게 안식처 혹은 피난처가 되는 그 장소를 스페인어로 퀘렌시아(Querencia)라고 부르는데, 퀘렌시아는 여러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 힘들고 지쳤을 때 용기를 얻는 곳으로 그만이다.

투우를 이해하기 위해 수백 번 넘게 투우장을 드나든 헤밍웨이는 "퀘렌시아에 있을 때 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강해져 쓰러뜨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라고 썼다. 이러한 퀘렌시아는 소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최근 코로나19의 상황으로 우리 삶은 매우 위협적이고 도전적이어서 우리의 통제 능력을 벗어난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다. 자신만의 영역으로 물러나 호흡을 고르고, 마음을 추스르고, 살아갈 힘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숨을 고르는 일은 곧 마음을 고르는 일이다.

알 수 없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나의 퀘렌시아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가장 자신답고 온전히 진실한 자기 자신에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곳을 되짚어보면 현재의 상황을 견뎌내는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 나만의 퀘렌시아를 갖는 일이 곧 나를 지키고 나의 삶을 사랑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학만 우송대 보건복지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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