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KBS 수신료, 기분좋게 내고 싶다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KBS 수신료, 기분좋게 내고 싶다

윤희진 정치행정부장

  • 승인 2021-02-17 08:33
  • 수정 2021-04-28 14:04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1윤희진(온라인용)
윤희진 부장
텔레비전(Television). 언제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머릿속에 기억나는 내 생애 첫 텔레비전은 이런 모양이다. 우선 네모였다. 옆으로 조금 더 길쭉한 직사각형이다. 쭉 뻗은 어린아이의 양팔보다 조금 더 길었다. 네모난 텔레비전의 아래에는 가냘픈 4개의 다리가 있다. 육중한 네모를 지탱하다 보니, 부러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다리 없이 방바닥에 내려앉은 텔레비전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텔레비전에는 문이 있다. 나뭇결이 있는 녹색의 문이다. 문을 양옆으로 열어야 화면이 나온다. 요즘의 영화관처럼 커튼이 열리면 스크린이 보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문을 열면 우측에 채널과 소리를 조정하는 동그란 모양의 손잡이가 있다. 너무 빨리 돌리거나 세게 돌리면 어김없이 손잡이가 부러져 빠진다.

그 당시 대표적인 반공(反共) 만화인 ‘똘이장군’을 빠짐없이 봤다. 똘이장군과 함께 텔레비전을 생각하면 기억나는 게 바로 ‘KBS’였다. 그 이후 중·고교 때에도 TV를 많이 봤을 테지만, 딱히 기억나는 건 별로 없다. 대학 때 만난 TV 속의 모든 방송은 하나같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정치적 편향을 노골적으로 내보냈다. 그래서인지 기억나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TV를 자주 보고, KBS를 즐겨 본 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세상의 변화와 흐름에 주목하고 여러 분야의 움직임에 시시각각 대응하다 보니 신문과 함께 방송뉴스를 보는 것도 거의 일상이었다.



뉴스 다음으로 애착을 둔 건 채널 9번에서 나오는 KBS 대하(大河)드라마인 정통 사극이었다. 2000년대 들어 방영한 KBS 사극은 빠지지 않고 봤다. 홈페이지 회원으로 가입해 놓쳤던 회차는 ‘다시보기’로 챙겨봤다.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엔 태조왕건, 제국의 아침, 무인시대,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 대왕세종, 근초고왕, 광개토태왕, 대왕의 꿈, 정도전, 징비록 등과 보냈다고 할 정도다. MBC나 SBS는 물론 JTBC 등 종합편성채널에서도 여러 사극을 방영했지만, 조금 보다가 접었다. 대부분 퓨전 사극이라 KBS 9의 정통 사극과는 비교되지 않았다.

그런데 KBS 정통 사극의 역사가 단절된 지 오래다. 언제가 마지막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다. 정통 사극이 끊기면서 KBS와도 멀어졌다. 물론 시대 변화에 따른 다양한 프로그램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정통 사극과 교양 외에는 거의 보지 않는다. 정통 사극은 케이블의 재방송으로 위안을 삼고, 뉴스는 조금이라도 빠른 MBC나 SBS(TJB) 8시 뉴스나, 항상 뉴스가 나오는 뉴스전문 채널을 본다. 교양이나 다큐멘터리는 EBS가 좋고, 영화나 골프는 케이블로 즐긴다. 유튜브 등에 익숙한 10대∼30대는 더 심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보니 정작 매월 수신료를 내는 KBS를 볼 일이 거의 없어진 것이다. 물론,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구성원의 피와 땀이 지금의 KBS를 지켜왔지만, 아마 필자와 같은 사람이 적지 않을 듯싶다. 수신료 납부를 명시한 방송법 제64조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수신료 제도는 1963년에 제정한 시행령이다. 너무 오래되긴 했다. KBS가 ‘60년 만에’를 강조하며 수신료 인상에 또다시 도전장을 던졌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최근 2020년 기준으로 KBS 내 억대 연봉자가 46.4%이고, 무보직자가 1500명에 달한다는 KBS의 ‘비자발적 고백’은 오히려 화를 키우기도 했다.

물론 재난방송의 컨트롤타워와 KBS 지역총국의 뉴스 확대 등 새로운 시도와 자구 노력은 돋보인다.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 예전처럼 ‘기분 좋게’ 수신료를 내고 싶다. 한국전력 전기요금 청구서 내역의 끝자락에 묻어가는, 당당하지 않은 수신료가 아니길 바란다.

윤희진 정치행정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세계백화점 앞 6중 추돌사고…1명 숨지고 2명 중상 등
  2. 천안시, 11월 '단풍' 주제로 모바일 스탬프투어 운영
  3. 남서울대, '제5회 국제 한국어 말하기 대회' 개최
  4. 천안법원, 교통사고 후 허위 진술로 범인도피 도모한 연인에게 '철퇴'
  5. 대전문화방송과 한화그룹 한빛대상 시상식
  1. 전교생 6명인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 초대의 날 행사
  2. 천안법원, 투자자 기망한 60대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자 '징역 2년 8월'
  3. 한기대 '신기술.첨단산업분야 인재양성 콘퍼런스' 개최
  4. 천안시, 지역사회치매협의체 회의 개최
  5. 순천향대천안병원, 충남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심포지엄 성료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 수능 앞 간절한 기도 수능 앞 간절한 기도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