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신문] 우리 모두의 정신건강을 위한 과제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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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신문] 우리 모두의 정신건강을 위한 과제 살펴보기

첫 번째 이야기, 학교 폭력이 남긴 상처

  • 승인 2021-03-17 15:34
  • 신문게재 2021-03-18 11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최근 뉴스에서 연일 터지는 스포츠계와 연예인들의 학교 폭력 이슈가 시끄럽다. 여태껏 없던 일들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쉬쉬하거나 관행이라는 이유로 눈 감아 왔던 일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학교 폭력은 따돌림부터 신체적 폭력, 경제적 갈취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만큼 피해자들의 상처와 트라우마는 깊고 쉽게 나아지지 않는 만큼 잠깐의 반짝 뉴스에서 다룰 것이 아니라 꾸준한 관심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 영역에서 우리는 왜 학교 폭력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가?

그 대답은 무엇보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그동안 학교 폭력으로 인해 가해 청소년에게 보복성 살해를 하거나 자살을 택한 청소년들을 보아왔다. 가해자가 상해를 입거나 다쳤을 때 또는 죽음을 택한 피해자의 선택에 대해 누구도 쉽사리 "아무리 그래도……."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을 만큼 피해자의 상처는 깊고 크다. 학교 폭력으로 인한 상처는 단순히 청소년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신뢰 하락 등 지속적으로 그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일이다.

트라우마라는 이름으로 남아 불면과 우울, 분노와 같은 감정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 중증 정신질환이 발병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있는 것을 현장에서 종종 보게 된다. 이것이 무서운 이유는 학교 폭력의 직접적인 피해자뿐만 아니라 방관자 역시 피해자만큼은 아니어도 그들의 삶에 악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내가 피해자를 감싸면 나 역시도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굴복한 경험, 나를 보호하기 위해 또 다른 가해자가 되어 버린 경험은 자신에 대한 자책과 부끄러움으로 남아 사회 전체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학교 폭력이 청소년기 학교 현장을 벗어나면 사라질 듯하지만 대학교, 직장까지 그와 비슷한 경험이 이어지는 경우도 많기에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한 해결책은 단순히 어느 한 방면에서만 접근해서는 되지 않기에 여기에서는 제도적인 부분을 조심스럽지만 잠시 논의로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피해자가 앞으로의 삶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정신건강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혹시라도 힘든 상황 속에 있거나 겪었던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학교 폭력은 범죄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피해자 스스로가 '내가 못나서, 내가 모자라서, 내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힘들겠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그 생각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지속적인 폭력 상황에서 스스로 이런 사고방식을 다시 가지기에는 어려움이 있기에 당사자 주변에서 관심을 두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므로 그에 대한 도움을 받는 것이 부끄럽거나 내가 나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또 하나 피해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행여나 자신의 상황을 바꿀 힘이 없고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지라도 그로 인해 일어나는 일이 언제까지나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당장 나에게 그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사람들이 불합리함을 깨닫고 행동하면서 분명히 바뀌고 있고 더 바뀔 것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우리 청소년들이 학교 폭력으로 인해 더는 희생되지 않기 위해 제도적인 변화를 이끄는 것은 학교 현장 관계자들과 어른들의 몫으로 남겨질 것이므로 잠깐의 이슈가 아닌 지속적인 변화를 위한 어른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권현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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