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인간의 마음은 묘하다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인간의 마음은 묘하다

이향배 충남대 한문학과 교수

  • 승인 2021-03-22 11:07
  • 신문게재 2021-03-23 19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이향배 충남대 한문학과 교수
이향배 충남대 한문학과 교수
인간의 마음이란 참으로 묘하다. 마음을 잘 쓰면 지혜와 행복을 주지만 잘못 쓰면 어리석음과 불행을 초래한다. 그런데 흐리다가 갑자기 맑아지고 춥다가 따스해지며 종잡을 수 없이 변하는 날씨처럼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씩 변화무쌍한 것이 우리의 마음이다. 마음이 내 몸 안에 있지만 수시로 드나들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어디든지 갈 수도 있다. 마음은 대상에 따라 화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한다. 좋은 물건을 보면 욕심을 내기도 하고 불쌍한 사람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일기도 한다. 이처럼 마음 작용은 신묘하고 변화무쌍하여 헤아리기가 어렵다.

마음은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고 형체도 없다. 그래서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 몸과 언행을 운용하는 주인이다. 성리학에서는 마음에 작용하는 근원적인 존재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으로 대변하는 본성과 신체 또는 몸이라고 불리는 기질(氣質)이다. 이 두 가지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은 근본적으로 선한 존재인 동시에 기질로 인해 누구든지 외물(外物)의 유혹에 빠져 악해질 수 있다. 악으로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수양해야 한다. 그 수양의 시초가 바로 마음이다.

마음 수양의 핵심은 감정의 조절이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인의예지의 본성을 자각하고 그것에 의해 희노애락의 감정을 조절하여 발산함이다. 내 감정이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을 객관적으로 사사로운 감정인지 인의에 맞는 공적인 감정인지 파악하고 감정 발산의 수위를 조절하는 일이다. 평상시에는 자율적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지만 지나친 감정이 일면 그것을 쉽게 잃어버릴 때가 많다. '대학'을 보면 사람이 마음을 바르게 하지 못하는 원인을 네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화나고 원망하는 마음, 두렵고 위태롭게 여기는 마음[恐懼], 좋아하고 즐기는 마음[好樂], 걱정하고 근심하는 마음[憂患]인데 이를 사유(四有)라고 한다. 내 마음속에 네 가지가 들어 있으면 사람이 올바른 마음을 잃는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것도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발생한다. 《대학》을 보면 사람이 친하고 사랑하는 사람[親愛], 천시하고 증오하는 사람[賤惡], 두려워하고 공경하는 사람[畏敬], 슬퍼하고 불쌍히 여기는 사람[哀矜], 오만하고 게으른 사람[敖惰]에게 차별행동을 하는데 이를 오벽(五僻)이라고 한다. 이 다섯 가지에 해당하는 사람을 만나면 내 마음에서 이는 감정이 편벽되게 작용하고 차별행동이 나온다.

사유와 오벽은 나를 잃게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 엄청난 상처와 불행을 준다. 그러나 내 마음이 평상심을 항상 유지하고 선입견이 없이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 마음을 반성하지 않으면 누구나 사유와 오벽 속에 갇힌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 이유 없이 잘못된 감정을 발산하고 있으며, 잘못된 지식과 선입견으로 다른 사람을 멋대로 재단하며 산다. 그것이 결국 자신의 잘못인지도 모르고 남의 탓, 사회 탓만 하기에 바쁘다. 내가 다른 사람의 감정풀이 대상이 되고 차별을 받는다면 좋아할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것이 정말로 싫다면 나부터 이런 행동을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요즘 뉴스를 보면 국내외에서 인종차별과 분노조절장애, 증오 범죄 사건을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다. 서양인이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총격을 가하고 폭력을 행사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우리 사회에서도 그런 행동이 많이 일어난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비방하며, 태어난 곳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한다. 사람의 재주와 능력은 천차만별인데도 좋은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우월감을 가지며, 좋은 직장에 다니고 높은 지위에 올랐다는 이유로 남을 무시한다. 별의별 이유로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무시하며 유형무형으로 폭력을 행사한다.

내 후손이 건전한 사회에서 사람답게 살게 하려면 이런 버릇은 나부터 고쳐야 한다. 차별과 무시는 대물림을 해서는 안 된다.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반성하는 동시에 사람이란 존재가 무엇인지 진정으로 깨닫고 존중하는 것이 예의이며 수양이다. 그래서 신묘한 마음을 잘 알고 천리에 맞게 운용하는 사람이 우리의 스승이며 진정으로 공부한 사람이다. 이는 학벌과 상관이 없으며 오로지 나에게 달린 일이다. 책만 보는 것이 공부의 전부가 아니다. /이향배 충남대 한문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늑구' 탈출 장기화… 포획 원칙에 폐사 가능성 열고 수색 확대
  2. 한국늑대 종복원 18년 노력의 결실 '늑구'… 토종의 명맥 잇기도 '위태'
  3. 세종시의원 20석 주인은 어디로… 경쟁구도 속속 윤곽
  4. KINS, 입체적인 안전점검 체계로 원전 사고 예방… 생활 주변 방사선 안전도
  5. 잊힌 '서울대 10개 만들기'…"부족한 지역 거점국립대 교원 확보부터 절실"
  1. [지선 D-50] 안정론 VS 견제론 與野 금강벨트 명운 건 혈투
  2. 월평정수장 용출 4곳 중 3곳서 하루 87톤 흘러 …"시설 내 여러 배관 검사부터"조언
  3. 대덕특구 '글로벌 과학기술혁신 허브'로… 특구 5개년 육성계획 확정
  4. [중도초대석] 이창섭 부위원장 "U대회로 하나된 충청… 연대의 가치, 전 세계에 알릴 것"
  5. 2026 자전거 타고 '행정수도 퍼즐' 완성 투어… 경품이 내 품에

헤드라인 뉴스


[영상] 꼭두새벽에 `쾅` 폭발음에 전쟁이라도 난 줄, 청주 봉명동 폭발사고 처참한 현장

[영상] 꼭두새벽에 '쾅' 폭발음에 전쟁이라도 난 줄, 청주 봉명동 폭발사고 처참한 현장

13일 오전 4시께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일원에서 LP가스 누출로 추정되는 폭발 사고가 발생해 인근 아파트와 상가 유리창과 차량이 파손됐다. 새벽 시간이라 대부분 잠을 자고 있던 주민들은 폭발음에 놀라 대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폭발로 인한 파편으로 인근 주택과 아파트 유리창이 깨지고 주민 15명이 부상 치료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민들은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 어디부터 수습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했다. 처참했던 사고 당시 현장 화면을 영상에 담았다.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 영상:독자제..

계룡시 모 고교서 3학년 학생이 교사 흉기 피습
계룡시 모 고교서 3학년 학생이 교사 흉기 피습

충남 계룡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등교 직후 학생들이 교실에 머무는 시간대에 교내에서 벌어진 사고로 교육 현장의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논산경찰서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13일 오전 8시 44분경 계룡시 소재 모 고등학교 교장실에서 이 학교 3학년인 A 군이 30대 남성 교사 B씨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당시 경찰의 119 공동 대응 요청을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등과 목 부위를 다친 B 교사를 인근 대학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다행히 B 교사는..

"국회 국토위 법안소위, 14일 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결론내자"
"국회 국토위 법안소위, 14일 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결론내자"

4월 14일 열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별법 없이는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의 안정적인 이전이 어려운 만큼, '밤샘 논의'를 통해서라도 결론을 내자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비례)·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시갑)은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14일 국토위 법안소위에서 행정수도 특별법을 최우선 안건으로 상정하고 밤샘 논의를 통해서라도 통과시키자"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세종시을)·이정문(천안시병) 의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한화생명볼파크는 오늘도 매진 대전한화생명볼파크는 오늘도 매진

  • 벚꽃 만개한 보령 주산 벚꽃길 ‘장관’ 벚꽃 만개한 보령 주산 벚꽃길 ‘장관’

  • 도심 속 작은 쉼표, 행복농장 도시민 텃밭 개장 도심 속 작은 쉼표, 행복농장 도시민 텃밭 개장

  • 3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2차 수준으로 동결 3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2차 수준으로 동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