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검경수사권, 관성과 혁신 사이

  • 사회/교육

[기고] 검경수사권, 관성과 혁신 사이

박행렬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 승인 2021-04-16 08:03
  • 신문게재 2021-04-16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박행렬
박행렬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경찰수사를 두고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다. 우리는 이런 비판여론을 주로 언론을 통해 접한다. 그러나 언론의 기사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경찰수사 자체를 비판하기 보다는 검찰수사의 필요성과 연결시켜 검경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으로 기획한 기사가 의외로 많음을 알 수 있다.

기사의 취재원을 보면 대개 검찰관계자 또는 익명의 변호사 그룹이다. 이러한 경향은 정파적 편향성을 띤 소위 정파언론(faction paper)에서 특히 심하다. 정파언론의 기사를 진원으로 여론이 형성되고 이를 다시 다수의 언론이 증폭시키는 순환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경찰수사에 문제점이 있으면 이는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하다. 부동산 투기로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무리들을 빠짐없이 처벌할 수 있도록 모든 수사역량이 집중되어야 한다. 검찰의 수사 노하우가 필요하면 검경의 상호 협력을 촉구하여야 하고, 감사원, 국세청 등 그 외 사정기관의 역할이 필요하면 이에 대한 적극적인 역할도 주문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사회정의의 관점에서 제기되어야 한다. 이를 마치 검경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으로 기획하여 검찰수사범위의 제한을 해제하려는 움직임으로 나아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수사의 범위를 제한한 형사절차법령이 시행된 지 이제 불과 3개월 남짓하다. 모든 제도는 시행 후 안착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함에도, 벌써부터 경찰 수사력을 의도적으로 흔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다.



형사절차의 역사적 변천과정은 한마디로 실체적 진실발견과 인권침해 방지 사이에 적합한 합일점을 찾는 과정이었다. 형사소송구조가 중세 및 근세초기의 규문주의에서 프랑스 대혁명 이후 탄핵주의로 변화한 것도 이러한 연유이다. 탄핵주의의 핵심은 역할분담을 통한 인권보장과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이 권력에 대한 통제이고 삼권분립이 그렇게 정립되었듯이, 형사절차도 수사, 공소제기 및 유지, 재판에서의 역할분담으로 상호견제를 통해 인권을 보장하고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당위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분권화되지 않아 견제 받지 않았던 검찰 권력의 부작용을 이미 충분히 경험하였다. 이를 다시 되돌리려는 시도를 항상 경계하여야 한다. 검찰은 공소제기와 공소유지의 관점에서 경찰수사에 문제점이 없는지 끊임없이 감시하고, 반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경찰과 상호 협력하는 역할에 집중 하여야 한다.

또한 경찰은 하루빨리 수사의 전문화를 이루어야 한다. 개별 수사관의 수사능력향상을 위한 실효적 교육, 법률전문가의 영입, 전문 수사시스템의 구축 등으로 어떤 범죄이든 조기에 해결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여 수사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기존의 관성에 젖어 혁신을 이루지 못하는 집단은 도태하기 마련이다. 검경수사권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당사자인 검찰과 경찰뿐만 아니라 언론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민주국가에서 형사절차적인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 어떤 혁신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박행렬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한화이글스의 도전이 끝나는 순간! 마지막 육성응원 최강한화 1
  2. 대전의 가을밤을 뜨겁게 달군 과학관 응원단장! 한화팬-대전시민여러분께 1
  3. 대전사랑메세나, 취약계층과 지역주민이 함께한 '더 노은로 작은음악회' 성료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가을나들이 행사 진행
  5. 한국시리즈 5차전 앞둔 한화 김경문 감독, "류현진도 던질 수도…모든 걸 준비할 것"
  1. 신보 대전스타트업지점, ㈜인세라솔루션 '퍼스트펭귄기업' 선정
  2. 계룡건설, 감성 콘텐츠 등 브랜드 소통 확대
  3. 가성비 좋은 겨울옷 인기
  4. 식장산부터 장동까지 평화견학…제8회 평화발자국 참가자 모집
  5. 대전과학기술대 여자 배드민턴부, 전국종별배드민턴대회 3위 쾌거

헤드라인 뉴스


`뜨거웠던 한 가을밤의 꿈`…한화 이글스, 한국시리즈 준우승 마무리

'뜨거웠던 한 가을밤의 꿈'…한화 이글스, 한국시리즈 준우승 마무리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2006년 이후 19년 만에 치른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를 준우승으로 마무리했다. LG 트윈스는 한화를 1-4로 꺾으며 정규 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함께 안았다. 한화는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LG를 맞아 1-4로 패배했다. 한화는 이날 경기에서 문동주-정우주-황준서-김종수-조동욱-주현상-류현진 등 가용 가능한 모든 불펜 자원을 동원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LG의 타선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시리..

"야구 참 어렵다"…김경문 한화 감독, 한국시리즈 5차전 총력 다짐
"야구 참 어렵다"…김경문 한화 감독, 한국시리즈 5차전 총력 다짐

"반드시 이겼어야 하는 경기를 이기지 못했다. 야구 참 어렵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LG 트윈스와의 4차전을 패배한 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화는 이날 선발 투수 와이스의 호투에 힘입어 경기 후반까지 주도권을 챙겼지만, 9회에 LG에 역전을 허용하며 4-7로 패했다. 와이스와 교체해 구원 투수로 나선 김서현의 부진에 김 감독은 "할 말이 크게 없다. 8회에는 잘 막았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전시, 상장사 성장 지원 본격화… 전 주기 지원체계 가동
대전시, 상장사 성장 지원 본격화… 전 주기 지원체계 가동

'일류경제도시 대전'이 상장기업 육성에 속도를 내며 명실상부한 비수도권 상장 허브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전시는 지역 기업의 상장(IPO) 준비부터 사후관리까지 전 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해 기업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2022년 48개이던 상장기업이 2025년 66개로 늘어나며 전국 광역시 중 세 번째로 많은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다. 시는 이러한 성장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시민 인식 제고를 병행해 '상장 100개 시대'를 앞당긴다는 목표다. 2025년 '대전기업상장지원센터 운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성비 좋은 겨울옷 인기 가성비 좋은 겨울옷 인기

  •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