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바다는 아이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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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바다는 아이를 키운다

  • 승인 2026-08-13 17:47
  • 신문게재 2026-08-14 18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남완희 증명사진
남완희 대전학생해양수련원 교사
운동장은 나에게 학교에서 가장 넓은 교실이었다. 체육교사로서 오랫동안 운동장과 강당에서 학생들을 만나왔다. 체육 시간만큼은 교실을 벗어나 넓은 공간에서 아이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운동장에서는 신체활동을 통해 교실에서 보이지 않던 학생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친구의 동작을 관찰하고 격려하는 아이, 숨이 차오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아이, 심판으로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늘 '경험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교직 7년 차에 접어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운동장보다 더 넓은 공간에서 아이들에게 더 새로운 경험을 선물할 수는 없을까. 그 생각 끝에 대전학생해양수련원으로 파견을 오게 되었다.

교직원 해양직무연수와 학생회 리더십 캠프로 참가자의 입장에서 여러 차례 찾았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교육 운영의 주체로서 또래공감 어울림 캠프와 학교로 찾아가는 초등 안심생존수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학생들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는 역할을 맡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만 근무했던 내가 대전 관내 초·중·고 및 특수학교의 다양한 학교급 학생들을 만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일은 교사인 나 자신에게도 교육의 폭을 넓혀 주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그 과정에서 나는 확신하게 되었다. 바다는 단순한 체험 장소가 아니라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또 하나의 학교라는 사실을.

해양 교육활동은 구명조끼를 바르게 착용하는 법부터 시작한다. 많은 학생들이 구명조끼에 달린 생명줄의 착용법과 중요성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후 노보트를 옮기고 노를 잡는 법을 익힌 뒤, 모래 위에서 실제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과 안전교육을 진행한다. 모든 과정을 충분히 익히고 준비운동까지 마쳐야 비로소 바다에 들어갈 수 있다.

열 명이 한 조가 되어 노보트에 오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처음에는 보트가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때부터 서로의 호흡을 맞추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시작된다. 낯선 자연 속에서 함께 방향을 잡아가는 시간은 교실에서 배우기 어려운 새로운 배움을 만들어 낸다. 협동은 교과서 속 개념이 아니라 보트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 된다.

공동의 목표인 바다 위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양현의 학생들이 동일한 박자와 힘으로 노를 저어야 한다. 바다 한가운데 보트를 정박한 뒤에는 서로 마주 앉아 무거운 보트를 무게중심의 이동만으로 움직여 보는 '롤링' 활동을 진행한다. 단 한 명이라도 리듬을 맞추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는 활동이지만, 아이들은 끊임없는 소통과 협력을 통해 결국 이를 해낸다.

이후 히빙라인을 설치하고 인명구조요원의 철저한 통제와 안전선의 주시 아래 생존수영을 실시한다. 학생들은 물에 대한 두려움을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도전하며, 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바다에서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체험활동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일이 점점 더 신중해지고 있다. 나 역시 교사로서 그 부담과 고민을 잘 알고 있다. 학생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충분한 준비와 전문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러한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는 체험은 비로소 교육적 의미를 갖는다. 잘 준비된 체험은 아이들에게 교실에서는 얻기 어려운 배움을 선물한다.

바다는 아이들을 키운다.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배우고, 혼자가 아닌 친구와 함께 나아가는 법을 배우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배운다.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은 교실 수업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삶과 연결해 주는 소중한 교육의 장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지식을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더 많은 경험을 선물할 수 있을 때 교육은 비로소 삶을 바꾸는 힘을 갖게 된다. 운동장이 학교에서 가장 넓은 교실이었다면, 바다는 그보다 더 넓은 교실이다. 바다에서의 하루가 한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그 넓은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남완희 대전학생해양수련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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