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66강 연저지인(?疽之仁)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66강 연저지인(?疽之仁)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04-13 11:0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66강 ?疽之仁(연저지인) : (부하의) 등창을 빨아주는 인자함.

글자 뜻 : ?(핥을 연) 疽(등창 저) 之(어조사 지) 仁(어질 인)



출전 : 사기(史記), 손자/오기열전(孫子/吳起列傳)

의미 / 비유 : 등창을 빨아주는 인자함과, 훌륭한 지도자의 표상에 비유





사기(史記) 손자/오기열전(孫子/吳起列傳)에 등장하는 대장군 오기(吳起)는 전국시대 초기의 병법가(兵法家)이다.

그는 위(衛)나라의 부자집 아들로 태어났으며 고위관리가 되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그러나 뜻을 이루기도 전에 재산을 탕진하여 주변에 웃음거리가 되었으며, 이에 자기를 비웃은 사람 30여 명을 죽이고 이웃나라로 도망을 친다.

오기(吳起)는 고향을 떠나면서 스스로 팔꿈치 살을 물어뜯으며 "대신(大臣)이나 재상(宰相)이 되기 전에는 절대 돌아오지 않겠습니다"라며 어머니에게 맹세했다. 그 후 오기는 노(魯)나라에 가서 공자의 제자 증삼(曾參)의 문하에 들어갔으나 모친이 죽었는데도 고향에 돌아가서 상복(喪服)을 입지 않았다하여 쫓겨나게 된다.

이 사건 이후 오기는 유학(儒學)을 단념하고 병법(兵法)을 익혀 명장(名將)이 된다.

이때 제(齊)나라가 노(魯)나라를 공격해오자 노나라 왕은 오기를 장군으로 삼고자 했으나 그의 아내가 제(齊)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로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그러자 오기는 자신의 아내를 죽여 장군이 되기 위해 마침내 살처구장(殺妻求將)의 충성을 보여준 후 장군으로 기용되어 제나라를 물리친 후에 유명해졌다.

전쟁을 마친 후 오기는 위(衛)나라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다시 충심(忠心)을 의심받자 노나라를 떠나, 위(魏)의 문후(文侯)에게 몸을 의탁하게 된다.

위나라 문후는 재상 이극(李克)이 "오기는 탐욕스럽고 호색하지만 병법에 있어서는 그를 따를 자가 없습니다"라며 천거했기에 오기를 장군으로 임명해서 진(秦)의 다섯 성을 뺏는 데 성공한다. 오기는 장군이 되어 늘 병사들과 동일한 환경에서 생활(먹고, 자고)하므로 병사들로부터 진심으로 존경을 받고 있었다.

한번은 병사 중 한 명이 심한 종기로 인해 사경(死境)을 헤매고 있자, 오기는 이를 보고 자기 입으로 직접 피고름을 빨아 병을 낫게 해주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종기로 아팠던 병사의 어머니에게 전해졌는데,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갑자기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한다. 사람들이 이상히 여겨 우는 이유를 물으니 병사의 어머니가 말하기를 "몇 해 전 오기 장군의 휘하에 있던 그의 아버지 역시 오기장군이 고름을 빨아주어 종기를 깨끗이 치료한 적이 있습니다. 그 병사의 아버지는 장군의 은공에 감복하여 전투에서 은혜에 보답하고자 죽음을 불사하고 용맹하게 싸우다 결국은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제 아들이 또 오기 장군에게 다시금 큰 은혜를 입은 것은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음이니 슬픔을 참을 길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더욱 큰 소리로 울었다.

자기를 알아주던 사람에게 은혜를 갚는다는 것은 정당하지만 어려운 처사이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때 예양(豫讓)이라는 협객이 자기를 등용해 인정해주던 옛 주인의 은혜를 갚고자 자객으로 행동하다 실패하여 참형을 당하면서 하던 말 '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사위지기자사 여위열기자용)'이란 유명한 말을 인용하고 있다.

즉,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단장(丹裝)을 한다는 말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오기는 인간의 감성을 확실히 이해했던 장군이다. 그는 조직 구성원 즉, 병사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행동으로 병사들의 신뢰를 얻으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세간(世間)에 오기에 대한 평가(評價)는 두 가지로 갈린다.

첫째는 인정이 많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며 동고동락(同苦同樂)으로 군대 사기를 돋우어 전투능력을 배가시키는 위대한 장군상이다.

둘째로는 자기 출세를 위해 어떠한 행동도 서슴지 않고 행할 수 있는 비정한 사나이로 평가된다.

이에 한비자(韓非子)의 글에 이런 일화가 있다.

오기가 하루는 옛 친구를 만나 식사를 하자고 했는데, 친구가 "그래. 내가 좀 볼 일이 있어서 잠깐 일 좀 보고 먹자"고 했고, 오기는 "그래. 뭐 자네 돌아오면 먹지"라고 대답했는데, 저녁이 되도록 친구는 오지 않았고 오기는 끝까지 밥을 먹지 않고 기다리다가 결국 하루 종일 식사를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오기는 사람을 보내 옛 친구를 찾아오게 했고 친구가 오자 그때서야 함께 식사를 하였다고 한다. 오기의 집념과 고집, 인내심을 짐작케 하는 일화이다.

어쨌든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오기에 대해 평(評)하기를 장수로서 우수성보다 인간미가 박정하고 비정한 사람으로 기록하고 있다.

우리 인간사는 조직이나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현대사회에서 볼 때 오기는 철저한 자기위주의 인간형이기는 하나 조직을 잘 관리하고 운영하는 지혜와 실천은 본받을 만하다.

특히 지도자의 경우 자기희생은 지도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기 위주이면서도 남을 속이며, 자기를 과신하는 지도자는 후세에 어떠한 평가를 받을까? 자신을 성찰(省察)해 볼 필요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장상현/ 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3.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4.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5.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1.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2.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3. 충남개발공사 '고객만족경영시스템' 국제표준 인증 획득
  4. [부고]김창세 세무사 빙모상
  5. 대청호 조류경보 발생 139일만에 전부 해제

헤드라인 뉴스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통합된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뽑을 수 있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 조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 충남 의원들과 가진 오찬에서 "수도권 과밀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시·도간) 통합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가 사실상 전폭 지원사격을 약속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