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반가운 사람중심 교통정책, 자전거에도 관심을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반가운 사람중심 교통정책, 자전거에도 관심을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1-04-14 08:47
  • 수정 2021-04-14 15:39
  • 신문게재 2021-04-15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이재영
이재영 박사
허태정 시장은 지난 3월 시정 브리핑을 통해 '이제는 사람이 중심입니다'라는 주제로 교통정책을 발표했다. 보행과 자전거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보행교통개선연구용역을 시행하는 등 20개 사업에 1242억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유사 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의 방향이나 내용 면에서 자동차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교통정책으로의 정책 전환을 의미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보행은 모든 통행의 시작점이자 끝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승용차를 이용하더라도 누구나 보행자가 되니 말이다. 또한, 보행은 그 자체가 통행수단이기도 하다. 대전시민의 하루 통행량 중에서 약 30%가 보행으로 이루어진다. 더구나, 2020년 기준 대전시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54.8%가 보행 중 사망자다. 요컨대, 비중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교통사고 사망의 주요 원인인 보행교통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시대적인 요구와 방향과도 일치한다. 이미 유럽과 OECD 국가들은 '안전', '친환경', '도시경쟁력' 등을 이유로 보행과 자전거를 중심으로 한 도시교통정책으로 전환한 지 오래다. 속도를 줄여서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을 넘어 완전가로(Complete Street), 교통정온화(Traffic Calming) 등의 사업을 통해 보행이 편하고 즐겁도록 가로를 가꾸는 정책들은 낯익은 정책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전속도 5030'은 매우 중요하다. 교통사고 발생 시 죽고 사는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속도이기 때문이다. 범퍼와 보닛, 안전벨트 등으로 보호받는 자동차운전자와 달리 보행자와 자전거는 맨몸으로 충격을 받아낸다. 따라서, 충돌속도가 시속 50㎞만 돼도 보행자 사망확률은 85%에 이른다. 시속 60㎞ 이상으로 충돌하면 속된 말로 대부분 즉사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시속 40㎞가 되면 사망확률은 25%로 확 낮아진다. 30㎞일 때는 5%로 떨어진다.

유럽의 도시들 대부분이 도시 내부 통행속도를 50㎞ 미만으로 제한하고, 학교 앞이나 주거지에서는 시속 20㎞, 15㎞ 존(zone)도 흔하게 운영하고 있는 이유다.

다만, 이번 대책에 아쉬움도 있다. 조직 신설 내용은 있으나 자전거 관련 대책이 약해 보인다.

만약, 이번 대책이 교통사고 감소를 통한 도시 안전을 높이려는 목적이라면 더욱 그렇다. 자전거 사고는 보행보다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대전시 자전거사고 사망자 수는 9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15%를 차지한다. 그러나 자전거의 통행분담률 1.2%를 고려하면, 자전거이용자의 사망비율은 보행자보다 약 7배가 더 높다. 더구나, 전체 교통사고 및 보행자 사망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자전거사망자가 증가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2020년 기준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와 보행사망자는 전년 대비 각각 8%, 16%가 감소했다. 반면, 자전거사망자는 거꾸로 10.6% 증가했다.

또한, 자전거는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 중인 '탄소중립 2050'의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자동차는 1㎞당 약 150g~230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현재 대전시 승용차통행의 10%만 자전거로 대체된다면 연간 34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다. 반면, 같은 숫자만큼 전기자동차로 대체한다면, 17만 톤을 절감하는 데 그친다. 구입비, 주차비 배터리교체비용 등 외부비용을 제외하고 배출가스 기준만으로도 그렇다.

한편, 이번 대책의 시행으로 우려되는 바도 있다. 승용차 비율이 높은 대전시에서 운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그것이다. 그러나 주류 다수의 대중이라는 이유로 비주류 소수의 이용권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되 그로 인해 방향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튼, 모처럼 시작한 사람중심 교통정책이 건강하게 뿌리내리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수청 5급' 검사엔 낮고, 경찰엔 기회?… 직급 셈법에 대전·충청 수사현장 촉각
  2. 대전 서구 다시 젊어진다… 도마·변동 정비사업 순항, 둔산·갈마도 시동
  3. 대전시 재정난 후폭풍…자치구 현안사업 줄줄이 빨간불
  4. 새벽 물폭탄에 대전·충남 침수 속출… 42명 탄 버스 배수로 빠져
  5. [사설] 지방중수청 ‘개문발차’ 상황 우려된다
  1. 보금자리론도 5%대... 대출 차주들 볼멘소리
  2. [사설] '홈플러스 사태', 벼랑 끝에 선 근로자
  3. [중도초대석] 성보기 초대 대전회생법원장 “회생은 경제적 치유 과정… 골든타임 놓치지 않겠다"
  4. 올 여름엔 나도 ‘몸짱’
  5. "주택 복도에 엔진오일 뿌려"… 대전 다세대주택서 방화 시도한 50대 붙잡혀

헤드라인 뉴스


싸이카부터 암행까지… 휴가철 음주운전 특별 단속 나선다

싸이카부터 암행까지… 휴가철 음주운전 특별 단속 나선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음주운전 우려 지역과 교통사고 다발지역을 중심으로 특별 단속이 시행된다. 7일 대전경찰청과 대전자치경찰위원회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음주운전에 대해 휴가철 유원지로 수통골과 장태산 등의 주변 도로와 유흥가 인근과 교통사고 다발지역을 중심으로 싸이카 암행 등 단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5년간 7·8월 음주운전 교통사고 178건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사고가 잦은 시간대를 집중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월요일과 목요일, 토요일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를 주요 단속 시간대로 정하고,..

`벼랑 끝` T1 vs `무패 가도` 한화… MSI 2026 결승 향한 ‘라스트 댄스’ 시작됐다
'벼랑 끝' T1 vs '무패 가도' 한화… MSI 2026 결승 향한 ‘라스트 댄스’ 시작됐다

한밭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2026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이 대회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 대표로 출전한 한화생명이스포츠(이하 한화생명)와 T1의 결승라운드 진출 여부에 이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에서 진행된 본선 브래킷 스테이지 승자조 경기에서 한화생명은 LEC(유럽-중동-아프리카)리그의 G2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며 3-0 완승을 거뒀다. 한화생명은 1, 2세트 모두 10K 이상의 골드 격차를 벌렸고 고전했던 3세트마저 제압하며 결승 라운드에 한 발 더 다가..

허태정 "민선 7기 산하기관장들 저와 함께 모두 사퇴했다" 일침
허태정 "민선 7기 산하기관장들 저와 함께 모두 사퇴했다" 일침

허태정 대전시장은 7일 산하 공사와 공단 수장의 사퇴 여부와 관련, "민선 7기 저와 함께했던 기관장들은 모두 사퇴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에서 가진 충청권 언론사 기자간담회에서 '공사와 공단 수장 중 사퇴 의사를 밝힌 인사가 있느냐'는 중도일보의 질문에 대한 허 시장의 첫 마디다. 이장우 전 시장이 임명한 공기업 수장과 이사를 비롯해 출자·출연기관 곳곳에서 버티고 있는 인사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실제 민선 7기 당시 허 시장이 임명했던 공사 사장들과 공단 이사장은 임기를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6개월 가까이 남기고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10대 대전시의회 전반기 의장에 선출된 조성칠 의원 제10대 대전시의회 전반기 의장에 선출된 조성칠 의원

  • 불어난 물에 사라진 유등천 돌다리 불어난 물에 사라진 유등천 돌다리

  • 방학과 휴가철 앞두고 분주한 여권창구 방학과 휴가철 앞두고 분주한 여권창구

  • 올 여름엔 나도 ‘몸짱’ 올 여름엔 나도 ‘몸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