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방울토마토는 왜 위태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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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호테 世窓密視] 방울토마토는 왜 위태했을까

부동산 투기로 돈 벌던 시절 이젠 끝이어야

  • 승인 2021-04-1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방울
'방울토마토'는 2008년에 개봉된 영화다. "주저앉고 싶은 순간, 내 곁에 이 아이가 있습니다"라는 스틸(still)부터 예사롭지 않음을 드러내고 있다.

칠순이 다 되어가는 박구(신구)는 하루하루 폐휴지를 모으며 살고 있다. 부모 없이 자신만 의지하는 그의 어린 손녀 다성(김향기)과 어렵게 살아가면서도 손녀를 위해 돈을 모은다.

출감하였다며 갑작스럽게 나타난 박구의 아들이자 다성의 아버지인 춘삼(김영호)은 자신의 아버지와 딸이 잠이 든 사이 돈을 몽땅 훔쳐 달아난다. 이것도 다 내 팔자라며 박구는 더 힘겨운 생활을 한다.

설상가상 유일한 생계 활동 수단이던 리어카마저 부서진다. 철거하려는 철거반들과 이를 제지하려는 주민들의 육박전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었다.



앞으로 살아갈 길이 더 막막해진 박구는 부서진 리어카에 대한 보상을 받고자 개발업자 갑수의 집으로 쳐들어간다. 하지만 갑수의 가족은 부자답게 해외로 여행을 갔다.

집에 남겨져 있는 것은 갑수 내외가 아끼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개 한 마리와 관리인 동훈 뿐이다. 그 집에 몰래 숨어 들어간 박구와 다성은 지금껏 먹어보지 못한 호화로운 음식과 별천지 같은 목욕까지 하며 희희낙락한다.

한편 동훈은 평소 자신을 업신여기는 갑수에 대한 복수의 수단을 마련한다. 갑수가 애지중지 아끼는 개를 서서히 죽일 생각에 개밥으로 주고 있는 푸짐한 소갈비에 농약을 타기 시작한다.

이를 알 리 없는 박구는 고기를 좋아하는 다성에게 농약 갈비를 몰래 훔쳐 먹이게 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결국 농약이 섞인 갈비를 자주 먹은 다성은 시름시름 앓다 죽는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다소 눈에 거슬렸다. 그렇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쪽에 방점이 더 찍히는 영화였다.

전국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하는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는 4월 12일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으로부터 24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몰수 보전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수사 대상에 오른 이들은 1000명이 넘는다고 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부동산 투기로 치부하는 자들은 사회적 암적 존재다. 반면 지금 이 시각에도 '방울토마토'의 박구처럼 폐휴지를 모아 어렵사리 입에 풀칠하는 노인이 적지 않다.

한국은 지금 고령화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국가다. 노인 빈곤율도 이미 OECD 최고 수준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4%로, OECD 평균(14.8%)의 3배에 달했다.

심각한 수준을 넘어 위기 단계에까지 진입한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에선 노인 빈곤에 대한 대책은 차라리 없는 듯 보여 유감이다. 노인 빈곤 문제가 더욱 악화된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 여파 때문이다.

노인 일자리가 크게 줄면서 근로소득이 대폭 감소했다. 이 여파는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까지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은퇴 후 빈곤 문제와 사회적 소외감으로 인한 우울증이 주원인이다.

방울토마토는 일반 토마토보다 훨씬 작은, 방울 모양의 토마토다. '방울토마토'가 영화의 제목으로 쓰인 것은, 다성과 박구라는 두 인물을 묘사한다. 무너진 집터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언덕은 언제 파괴될 지 모른다.

그 나약한 곳에서 겨우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방울토마토처럼 매우 연약한 존재임을 드러내고 있다. "부동산 투기로 돈 벌던 시절도 이젠 끝"이라는 사회적 믿음이 정착돼야 한다.

아울러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해선 해법의 돋보기를 더 가까이 들이대야 마땅하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초경서반-홍경석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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