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정말 불행한 것은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정말 불행한 것은

많이 노력했고 열심히 했다

  • 승인 2021-04-2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윤여정 씨가 마침내 일을 냈다. 영화 '미나리'로 대망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것이다. 윤여정 씨는 "미나리는 우리의 진심으로 만든 영화인데 진심이 통한 듯싶다"고 밝혔다.

윤여정 씨는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연기상을 받으면서 102년 한국 영화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대업적을 세웠다. 윤여정 씨는 또한 "대본을 열심히 외워서 남에게 피해를 안 주자는 것이 저의 연기 시작이었다. 대본은 저에게 성경이나 마찬가지"였다며 "그동안 많이 노력했고 열심히 했다"고 했다.

이 부분에서 감격의 박수를 아낄 수 없었다. 그렇다. 진심은 결국 통하는 것이며, 뭐든 열심히 하면 반드시 이뤄지는 게 세상사의 이치다. 윤여정 씨의 역사적 수상이란 쾌거에 더욱 빛을 발한 건 여우조연상 시상을 할리우드 명배우인 브래드 피트가 맡았다는 것이다.

브래드 피트를 더욱 관심 있게 보게 된 계기는 2004년에 선보인 영화 '트로이'(Troy) 덕분이다. 여기서 그는 주인공인 아킬레스 역을 맡아 열연했다.



윤여정 씨가 4월 26일을 기해 한국인의 긍지까지 세워준 날이었다면 4월 29일인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뿌듯한 날로 기록되는 날이다. 오늘 나는 사상 최초로 강의를 한다.

내가 기자단 단장으로 있는 모 기관에서 2기 신입 기자 교육을 하는 것이다. 불과 1시간 강의지만 열흘 이상을 투자했다. 강의와 연관된 책을 수십 권 봤다. 거기서 주장하는 저자의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다.

먼저 '청중은 강사의 배경이 궁금하다'였다. 맞다. 내가 곧 맞닥뜨릴 신입 기자들 역시 '오늘 강사로 나서는 저 자의 정체는 대체 뭘까?'라고 의심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 부분부터 속 시원히 뚫어주고 볼 일이다.

다음으로, 강사는 유머와 함께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여 전달하는 센스도 필요하다. 나와 강의의 인연은 사실 오래되었다.

입사한 첫 직장에서 20대 약관의 나이임에도 전국 최연소 사업소장으로 승진했다. 매일 강도 높은 직원회의는 강연을 방불케 했다. 자연히 관련 서적을 치열하게 읽어야 했다.

그 덕분에 나중엔 기자와 작가까지 되었다. '읽는 사람은 못 당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나는 강의에서 반드시 강조할 부분이 또 있다. 그건 절대로 "~ 같아요"라는 말과 글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도 방송에선 이런 주장이 자주 등장한다. "오늘 날씨가 더울 것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두문불출하다가 야외로 나오니 좋은 것 같아요"…… 편집을 하면서 PD가 걸러야 하는데 안 한다. 한 마디로 직무유기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이런 표현을 하면 절대로 안 된다. 윤여정 씨는 1971년 데뷔작 '화녀'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실력파다. 반세기 만에 이제는 명실상부 '월드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실로 대단한 노익장(老益壯)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쾌거는 영화 대본을 성경처럼 아끼고 사랑한 덕분의 선과(善果)로 나타났다. 오늘은 중학교 진학조차 못한 판무식쟁이인 내가 강사로 '데뷔'하는 날이다.

이런 업적의 결과 역시 30년 이상 독서와 집필을 거듭해온 열정 덕분이다. 새삼 수적천석(水滴穿石)의 힘을 신봉하게 된다.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그런데 정말 불행한 것은 행복이 자기를 찾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다.

행복이 자기를 찾아와 계속하여 문을 두드리는 데도 반응이 없으니까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것이다. 나 또한 윤여정 씨 수상 소감처럼 그동안 많이 노력했고 열심히 했다. 치열하게 하면 반드시 행복도 찾아온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홍경석
홍경석 작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밀양시 홍보대사, 활동 저조 논란
  2. 대전에서 날아오른 한화 이글스…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성공
  3. [2025 국감] IITP 매점 특혜? 과기연전 노조 "최수진 의원 허위사실, 규탄"
  4. 7-1로 PO 주도권 챙긴 한화 이글스, 한국시리즈 진출 성공할까
  5. [2025 국감] "출연연 이직 대책 마련 시급… 연봉보단 정년 문제"
  1. 충남도-나라현, 교류·협력 강화한다… 공동선언
  2. 대전사랑메세나, 대신증권 박귀현 이사와 함께한 '주식 기초 세미나' 및 기부 나눔
  3. 배움의 즐거움, 꽃길 위에서 피어나다
  4. '내 생의 최고의 선물, 특별한 하루'
  5. 유성장복, 잠실 ‘월드웹툰페스티벌’ 통한 1:1 잡매칭 모색

헤드라인 뉴스


천안법원, 경찰관에게 대변 던진 40대 중국인 `징역 1년`

천안법원, 경찰관에게 대변 던진 40대 중국인 '징역 1년'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5단독은 폭력 등으로 현행범 체포되자 경찰관을 폭행하고 인치된 후 대소변을 던져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 A(46)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2025년 8월 25일 동남구 신부동에서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때려도 돼요?"라고 말하며 발등을 밟고 복부를 수회 가격하는 등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그는 현행범으로 체포돼 동남경찰서 형사과 인치실에서 소란을 피우던 중 경찰관을 향해 신발을 던지거나 소파 위에서 대변을 본 뒤..

천안동남서, `성착취 목적 대화죄` 위장수사 집중 활동 기간 운영
천안동남서, '성착취 목적 대화죄' 위장수사 집중 활동 기간 운영

천안동남경찰서(서장 송해영)는 최근 성착취 목적 대화죄 미수범 처벌규정 신설에 따라 아동·청소년 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 달 간 '성착취 목적 대화죄' 위장수사 집중 활동 기간을 운영한다고 24일 밝혔다. 그동안 경찰관이 아동으로 위장해 피의자에게 접근·대화 시 '아동 성착취 결과' 발생 가능성이 없어 처벌하지 못했으나 이번 개정으로 미수범 처벌이 가능해 현장에서 위장 수사를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아울러 온라인상 행위에 제한되었던 처벌 범위가 오프라인으로 확대돼 직접 만나 성착취 목적으로 대화하는 오..

천안법원, 억대의 짝퉁 명품 판매한 일당 징역형
천안법원, 억대의 짝퉁 명품 판매한 일당 징역형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5단독은 억대의 '짝퉁 명품'을 판매해 상표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39)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B(42)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 위조상품 판매사이트를 개설해 아미(AMI) 등 위조상품 총 933개를 판매하면서 1억1754만원(정품가액 합계 32억170만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류봉근 부장판사는 "판시 범행은 정당한 상표권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시장경제질서를 교란하는 범죄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이 상표권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