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특공과 떳다공 유감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특공과 떳다공 유감

테스 형, 세상이 정말 왜 이래?

  • 승인 2021-05-21 14:4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인 자제의 결혼식이 있었다. 예식장에 가니 이 살벌한 코로나 19 와중에도 하객이 많았다. 혼주의 위상을 새삼 엿볼 수 있었다. 예식장은 한창 신도시로 떠오르고 있는 D 지구였다.

주변에선 계속하여 아파트 등 신규 건물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마구 올라가고 있었다. 대전 시민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데 신축은 변함이 없는 아이러니의 모습을 보며 입맛이 썼다.

대전의 인구가 줄고 있는 이면엔 대전시민의 세종시 전입이 크게 작용한 게 사실이다. 이유는 굳이 토를 달지 않겠다. 다만 우려스러운 건, 지금과 같은 비정상의 전출이 과연 언제 종착역에 닿을 것이냐다.

이런 가운데 대전에 있는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이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데도 예산 171억 원을 들여 세종시에 신청사를 지었다는 게 의문의 첫 과녁이다.



이어 소속 공무원 49명이 세종시민의 특권층 증표라 할 수 있는 '공무원 특별공급(특공)' 아파트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등은 관평원이 이전 대상이 아니란 것도 모르고 예산 지원을 해줬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주먹구구와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171억 원이나 들여 지은 지하 1층·지상 4층의 관평원 신청사가 아무도 입주하지 않은 유령 건물로 먼지만 쌓여가는 현실은 누가 만들었는가? 책임 행정의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규명하고 볼 일이다.

이처럼 실로 어처구니없는 무책임과 '무조건 세종 이전'이라는 무리수 강행은 결국 '떳다공'과 '특공'이라는 두 가지 문제로 돌출되기에 이르렀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한 성난 민심이 지난 4.7 보궐선거를 통해 드러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로부터 보기 힘들어졌지만 소위 '떳다방'이라는 것은 언제든 출몰할 수 있는 잠재적 은둔자들의 집합이다. '떳다방'은 신규 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 부근에 파라솔이나 천막 등을 치고 분양권 전매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이동 중개업자를 말한다.

그중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브로커'들이라고 할 수 있다. 주식으로 치면 초단타 매매를 업으로 하는 '데이트레이더'와 흡사하다.

데이트레이더는 주가 움직임만을 보고 차익을 노리는 주식투자자를 뜻한다. 이들은 대단히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며 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한다. '브로커' 역시 미명(美名)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의뢰를 받고 상행위의 대리 또는 매개를 하여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상인이자 중매인인 때문이다. 국어사전에선 심지어 '경제 사기성이 있는 거간꾼'으로 묘사하고 있을 정도다.

관평원은 이전 대상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버젓이 예산 지원을 받아 세종시에 신청사를 세웠다. 이것도 모자라 소속 공무원 49명이 '특공' 아파트까지 분양받아 수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누렸다.

따라서 이는 '떳다공', 즉 분양받은 아파트를 차액을 남겨 팔아치운 '떳다방 식 공무원'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이 같은 행위는 허리띠 졸라매며 평생의 소원인, 내 아파트 한 채 장만해보겠다는 성실한 국민을 배신한 것이다.

또한 이전도 안 했으면서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은 관평원 공무원들에게선 문득 '늘공'과 '어공'이 함께 어른거린다. 직업공무원인 '늘공'과 어쩌다 공무원을 의미하는 '어공'은 차원이 다르다.

세종시에서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은 '늘공' 공무원은 그렇다면 어쩌다 운이 좋아 그리된 '어공'이었단 말인가. 다방에 가면 따끈한 차라도 마실 수 있지만 '떳다방'은 국물도 없다. 테스 형, 세상이 정말 왜 이래?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2021051301000775300030521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