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73강 破鏡重圓(파경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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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73강 破鏡重圓(파경중원)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06-01 13:4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73강: 破鏡重圓(파경중원) : 깨어진 거울이 다시 둥글게(온전하게) 되었다.

○글자는 破(깨뜨릴 파), 鏡(거울 경), 重(무거울 중/합할 중)과 圓(둥글 원)이다.

○출처는 맹계(孟棨) 본사시(本事詩) 정감(情感)에 기록되어 있다.

○비유로는 생이별 된 부부가 다시 결합함을 가리켜 말한다.



매 해마다 돌아오는 날이지만 5월 21일은 부부(夫婦)의 날이다.(둘이 하나 됨)

이는 1995년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가 '건강한 부부와 행복한 가정은 밝고 희망찬 사회를 만드는 디딤돌'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관련 행사를 개최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부부의 날은 가정의 달(5월) 하순(下旬) 쯤으로 가정의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한다. 사실 별도의 부부의 날이 필요하겠는가? 매일 평생토록 부부의 날이 아닌 날이라곤 없는데, 하지만 이날은 모든 것에 우선하여 부부의 소중함을 한 번 더 깊이 생각해보는 날을 보내라는 깊은 뜻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부부(夫婦)란 관습과 법률에 따라 남녀가 관계를 맺어 부부로 성립됨을 말한다. 따라서 결혼한 부부는 법적, 사회적, 종교적으로 관계를 인정받으며,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남녀의 맺음 관계는 태초부터 이루어졌다. 성경에 의하면 태초에 창조주가 온 만물을 창조하면서 당신을 닮은 남자를 먼저 만들었고, 그 남자의 쓸쓸함을 메우기 위해 남자의 갈비뼈를 취해 여자를 만들어 짝을 이루게 했다고 한다.

동양(東洋)에서는 결혼을 천륜(天倫)이라고 표현하며, 이는 인륜(人倫)보다 한 차원 더 높은 하늘의 지대한 뜻임을 나타내고, 이 맺어준 인연은 반드시 지켜져야 함을 사명(使命)으로 여기고 있어, 이것을 어기면 하늘을 거역하는 것으로 여기어 왔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 신성함을 개인감정에 의해 마음대로 결정하여 파혼(破婚), 이혼(離婚) 등을 쉽게 결정하고 행동한다. 이렇게 천륜을 어기는 것을 선조들은 파경(破鏡/)이라고 명명했다. 곧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물건인 거울이 깨져 자신의 진면목을 볼 수 없는 처지라고 생각했다.

중국의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양자강 남쪽의 남조(南朝)마지막 왕조인 진(陳)나라의 황제 진숙보(陳叔寶)는 즉위한 이래 주색잡기(酒色雜技)에 빠져 정사(政事)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한심한 임금이었다.

같은 시기 북쪽의 북조(北朝)에서는 북위(北魏)를 빼앗아 수(隋)나라를 세워 기세가 오른 수문제(隋文帝) 양견(楊堅)이 남북조를 통일하여 천하를 차지할 야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남조의 무도한 정치를 보고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마침내 수문제는 차남인 양광(楊廣)에게 50여만의 대군을 주어 양자강을 건너 진(陣)나라를 정벌하게 했다. 이 무렵 진나라 태자사인(太子舍人)이었던 서덕언(徐德言)은 수나라 대군이 양자강을 건너 도성으로 몰려오자 그 위급함을 예견하고, 아내인 낙창공주(樂昌公主)를 불러 둥근 거울을 반으로 쪼갠 다음 한 조각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사태가 아주 급하게 됐소. 이제 나라가 망하게 되면 그대는 얼굴과 재주가 남달리 뛰어나므로 틀림없이 적의 눈에 띄어 어느 귀한 집에 들어가게 될 것이오. 그렇게 되면 다시 만나기 어렵게 될 것인 즉 혹시 모르니 이 거울 조각을 잘 간직하고 계시오. 그러다가 내년 정월 보름날이 되면 도성의 시장 바닥에 이 거울을 내다 파시오. 만일 내가 그때까지 살아남는다면 반드시 찾아가겠소."

두 사람은 거울 조각을 각각 품속에 깊숙이 간직하고 헤어졌다. 얼마 후 진나라는 망하고 서덕언의 아내도 수나라로 끌려가 권력자인 양소(楊素)의 집으로 보내져 첩(妾)이 되었다.

한편 난리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서덕언은 약속한 정월 보름날 수도 장안(長安)으로 들어가 시장을 헤매다가 한쪽에서 조각난 거울을 팔고 있는 노인을 발견했다.

서덕언은 품안에서 반쪽 거울을 꺼내 맞춰 보니 정확하게 맞았다. 그러나 부인은 이미 양소의 첩(妾)이 되어 만날 길이 없었다. 이에 서덕언은 그 거울을 사서 거울 뒤에 파경(破鏡)이라는 시(詩) 한 수를 적어서 그 사람에게 주어 보냈다.

경여인구거(鏡與人俱去) 거울은 사람과 더불어 함께 갔는데

경귀인불귀(鏡歸人不歸) 거울만 돌아오고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구나

무부항아영(無復姮娥影) 항아의 모습 다시 만날 수 없고

공유명월휘(空留明月輝) 헛되이 밝은 달빛만 찬란하게 품었도다.

거울을 받아본 서덕언의 아내 낙창공주(樂昌公主)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식음을 전폐하고 울기만 했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두 사람의 굳은 사랑에 감동한 양소는 덕언을 불러 그녀와 함께 고향에 가서 살도록 허락했다.

이 이야기는 가련하면서도 따뜻한 부부의 사랑이야기이다. 나라는 비록 망했지만 부부의 관계는 결코 깨어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주고있는 것이다. 이는 창조주의 뜻이고 하늘이 준 사명인데 모든 것에 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요즈음 부부들은 부부간의 매우 중요한 부분인 부부끼리 지켜야 할 도리마저 잊고 있는 것 같다.

조선시대 최고의 학자인 퇴계(退溪)선생이 손자인 이안도(李安道)의 혼인날 보냈다는 서신 중 경구(警句)의 한 글귀가 그 답을 말해 준다.

夫婦人倫之始萬福之原雖至親至密而亦至正至謹之地

(부부인륜지시만복지원수지친지밀이역지정지근지지)

부부는 인륜의 시작이고 만복의 근원이다. 비록 지극히 친하고 지극히 가까우나 또한 지극히 바르고 지극히 삼가야한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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