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공약의 덫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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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호테 世窓密視] 공약의 덫에서 벗어나야

메시아조차 완벽할 수 없다

  • 승인 2021-06-1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원전 산업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국내 원전 업계에선 "자국에선 탈원전을 밀어붙이면서 외국에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 건설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은 3세대 원전인 APR 1400이 프랑스·일본도 받지 못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받았다.

건설 비용도 가장 저렴해 안전성과 경제성에서 세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최적의 조건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는 급속히 붕괴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 원전 기업인 두산중공업은 지난 한 해에만 직원 1000여 명이 명예퇴직 하는 등 관련 조직이 급격히 축소되었다. 뿐만 아니라 원전 관련 협력 업체들도 줄줄이 도산했다.

'2019년 원자력 산업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 공급 업체의 매출은 현 정부 출범 전보다 1조5700억 원 넘게 감소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원전 산업 인력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대학에서 원자력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줄고 있는 것이 반증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체코를 방문해선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며 원전 세일즈에 나섰다. 그렇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신규 원전 6기 건설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 모순된 행보를 보였다.

도대체 속내를 알 수 없는 것이다. 원전 업계와 전문가들은 언제 이뤄질지 모를 수출을 기대하기보다 이미 착공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 원전 산업 생태계 붕괴를 늦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소 중립과 해외 원전 시장 진출은 탈원전 정책과는 양립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에는 위험하다는 원전이 다른 나라에는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고 국제적 기만행위와 마찬가지다.

이는 마치 부패하여 식중독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식품을 방금 만든 것이라고 사기 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처럼 이중 행보를 보이면 자잣거리의 장삼이사조차 다시는 그 사람을 믿지 않는다.

공약(公約)은 중요하다. 정부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하여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킬 수 없는 공약이라면 안 지켜도 된다. 국민에게 사과 한 번 하면 되는 것이다.

사람은 신이 아니다. 따라서 완벽할 수 없다. 필자의 편견이겠지만 완벽하지 못한 건 비단 사람뿐 아니다. 내가 믿는 종교의 메시아(Messiah)조차 내 소원을 한 번도 안 들어준다는 것이 이런 주장의 방증이다.

탈원전 정책의 폐기 없이는 탄소 중립과 지속 가능한 성장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뿐 아니라 탈원전을 고집하면 필연적으로 전기료가 인상된다.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는다.

국가안보에 있어선 말할 것도 없다. 핵을 무기로 툭하면 공갈 협박을 일삼고 있는 망나니 칼춤의 북한 정권을 견제하자면 그에 맞는 지렛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예컨대 정부가 결심하면 즉각 핵무장에 나설 수 있는 기술적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력 산업 인프라를 유지해야만 하는 이유다.

기울어진 저울은 측량이 불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고집은 편향(偏向)의 기울어진 저울이라는 시각이다. 공약의 덫에서 벗어나길 촉구한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초경서반-홍경석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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