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범죄 앞에서 군조직이 버려야할 두 가지 변명: 계급과 특수성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 범죄 앞에서 군조직이 버려야할 두 가지 변명: 계급과 특수성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 승인 2021-06-14 10:17
  • 신문게재 2021-06-15 19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박미랑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공군 성폭력 사건으로 여성 중사가 죽었다. 그녀의 사건과 그녀의 호소는 오래된 과거가 되었고 미디어에 의해 군의 뭉개기가 드러나자 국방부은 ‘반성과 변화’의 메시지를 전달 중이다. 매우 늦었지만, 이례적으로 발빠른 대응이다. 사건 발생 이후 3개월 만의 대응이고 미디어가 보도한 지 2주가량 지난 일이다. 3개월 동안은 대수롭지 않았던 고작 성추행 사건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당일 발부했다. 그리고 가해자 구속 이후 10일도 되지 않아 국방부는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위촉식까지 완료한 상태다.

통상 정부 조직 내에서 위원회를 개최하기까지 계획과 보고, 심사위원선정, 그리고 최종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얼마나 다급하게 절차를 진행했는지 알 수 있다. 이 위원회는 군 관련 수사의 적절성과 적법성에 대한 사항을 심의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의 신속함이 불쾌하고 우려스럽다. 위원회가 어떠한 내용을 다뤄야 한다는 내부의 진지한 고민과 반성이 없다. 대검찰청에도 있고 다른 조직에도 수사심의위원회를 운영하니, 우리도 그 흉내를 내보자는 영혼없는 위원회를 발족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방부에 이러한 조직이 없어서 이러한 성폭력이 발생했던가? 아니면 이러한 수사심의위원회가 없어서 사건 수사가 엉망이었던가? 국방부에는 이미 성고충전문상담관 제도를 운영하고 양성평등센터도 마련하지 않은가! 국방부는 성폭력 사건이 아닌 다른 사건에서도 많은 것을 덮었고, 실체를 밝히지 않았다. 이것은 특정 위원회와 특정 제도의 부재로 인해 생겨나는 것도 아니요, 그 부재로 악화되는 것도 아니다. 본질은 폐쇄적인 국방부 조직 전체 문제요 계급 앞에 모든 희생을 강요하는 군대 문화의 문제인 것이다.



수사심의위원회는 발족했지만, 사실상 재판은 군사법원의 몫이다. 하지만 군사법원이 사법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독립적 기관이었던가 의심이 간다. 군판사도 군검사도 계급체계 속에 갇혀있다. 계급이라는 무기로 병사는 물론 재판 관련자까지도 침묵하게 만드는 현재의 군사법시스템은 사법정의 구현과 한참 거리가 있다.

재판의 근거가 되는 군형법조차도 불합리성이 상당하고, 재판 후 처벌받는 군 교도소에서도 조차도 계급문제가 발생한다. 즉, 수사심의위원회를 발족했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한 절차와 의심, 기대가 모두 계급과 군 특수성이라는 변명 앞에 힘을 쓰지 못한다면 범죄자를 처벌하는 군형사사법시스템을 믿을 수 있겠는가?

현재 군사법체계 및 군사법원 폐지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누군가는 군사법원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군 기강을 위해 필요하다고 얘기하지만 군사법원은 범죄자를 처벌하는 곳이지 군 기강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군사법원에서 다뤄진 사건들은 90% 이상이 군인들의 일반 형사사건이었다. 과연 어느 누구가 '군인이어서 다행스럽게도 군사법원에서 더욱 공평하게 재판받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성폭력이 또 터졌고, 피해자는 죽었다. 군은 새로운 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군대 내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위원회가 아니라,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내부 능력의 점검이 필요했다. 현재 군대는 군사법시스템의 오작동 문제를 여러 사건을 통해 보여줘 왔다. 군사법원 역시도 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방부는 폐쇄적인 조직에 새로운 것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어둠의 조직을 빼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수성이 있는 우리 조직에 맞게 군인들끼리 알아서 재판하겠다는 고집이 아닌 제복을 입었지만, 시민인 구성원들을 위해 민간에게 재판을 이양해야 한다는 입장 앞에 합리적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응원하다 쓰러져도 행복합니다. 한화가 반드시 한국시리즈 가야 하는 이유
  2. "대전 컨택센터 상담사님들,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3.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4.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 장애인들 대상 가을 나들이
  5. 김태흠 충남도지사, 일본 오사카서 충남 세일즈 활동
  1. "행정당국 절차 위법" vs "품질, 안전 이상없어"
  2.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3. 박경호 "내년 지선, 앞장서 뛸 것"…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도전장
  4. 올 김장철, 배추 등 농수산물 수급 '안정적'
  5. [2025 국감] 대전국세청 가업승계 제도 실효성 높여야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2년 연속 200만 명이 다녀간 대전시 '0시 축제' 운영 재정을 둘러싸고 여당 의원과 보수야당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이 24일 뜨겁게 격돌했다. 이날 대전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민간 기부금까지 동원 우회 재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자발적 기부일 뿐 강요는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여당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익산을)에 따르면 3년간 0시 축제에 투입된 시비만 124억 7000만 원, 외부 협찬 및 기부금까지 포함..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충청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대전·세종·충청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1%, 국민의힘은 29%를 기록했다. 이어 개혁신당 4%, 조국혁신당 2%, 진보당 1%로 나타났다. 무당층은 14%에 달했다. 전국 평균으론 더불어민주당 43%, 국민의힘 25%,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2%, 진보당 1%, 기본소득당 0.2%, 사회민주당 0.1%, 무당층 25%로 조사됐다. 충청권에서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한 충남도의 명산과 습지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청양 칠갑산을 비롯해 예산 덕산, 공주 계룡산, 논산 대둔산, 금산 천내습지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자연환경과 생태적 특성을 간직하며 도민과 관광객에게 쉼과 배움의 공간을 제공한다. 가을빛으로 물든 충남의 생태명소를 알아본다.<편집자 주> ▲청양 칠갑산= 해발 561m 높이의 칠갑산은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을 지닌 명산으로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을 지니고 있다. 칠갑산 가을 단풍은 백미로 손꼽는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