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또 다른 리테일 아포칼립스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또 다른 리테일 아포칼립스

투잡을 금지하는 이유

  • 승인 2021-07-0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집 근처에 굴지의 건설회사가 주거복합단지를 짓고 있다.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이곳은 자그마치 지하 4층~지상 49층, 3개 동 규모라고 한다. 완공되면 가히 대전 동부지역의 랜드마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는 지난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포함돼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또한 대전시가 추진 중인 노면전차 트램까지 연결되는 소위 황금 권역이다. 하지만 가난한 서민으로선 그림의 떡이다.

당장 먹고 살길도 막연한 터에 무슨 고급아파트란 말인가. 따라서 이 지역은 다시금 돈 놓고 돈 먹는 부동산 투기꾼들의 복마전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와 시선이 팽배하다.

주지하듯 우리나라는 출산율 OECD 최하위 국가로 추락했다. 대한민국 인구 구조에 이처럼 빨간불이 울리고 있는 까닭은 한 마디로 젊은이들을 위한 부동산 정책이 실종된 때문이다. 취업도 힘든 터에 결혼까지 한다면 당연히 주거가 관건이다.



그러나 자고 나면 오르는 부동산 가격은 'N포세대'의 확장을 불러왔다. 참고로 N포세대는 어려운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취업이나 결혼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를 뜻하는 말이다.

사회,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 결혼, 주택 구입 등 많은 것을 포기한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로 포기한 게 너무 많아 셀 수도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기존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 5포세대(3포세대+내 집 마련, 인간관계), 7포세대(5포세대+꿈, 희망)에서 더 나아가 포기해야 할 특정 숫자가 정해지지 않고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라는 뜻에서 파생된 실로 비극적인 의미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는 소비 패턴의 극단적 변화까지 불러왔다. 발품이 필요한 오프라인 쇼핑은 급감한 반면, 온라인은 특수와 사상 최대의 호황으로 매출액이 고점(高點)을 향해 질주하는 모양새다.

리테일 아포칼립스(Retail Apocalypse)의 영향 때문이다. '리테일 아포칼립스'는 미국 대형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이 위기에 봉착한 상황을 의미하는 용어에서 출발했다.

2017년 미국의 대형 유통 기업이 오프라인 매장을 대거 폐점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사태가 이어지며 언론을 중심으로 널리 통용되기 시작했다. 리테일 아포칼립스를 직역하면 '소매업의 종말과 몰락'을 나타낸다.

그만큼 지금 소매업, 즉 대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업의 어려움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다. 이러한 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들이 공인중개사와 결탁해 투기한 정황을 확인했다는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발표가 있어 충격을 안겼다.

특수본은 6월 28일 LH 직원들과 그 친척.지인 등 수십 명이 부동산 개발 관련 회사를 별도로 설립해 조직적으로 투기한 정황도 확인해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쯤 되면 이에 연루된 이들은 공직자가 아니라 장사꾼이었다.

LH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미션 및 비전'이 보인다. '국민주거안정의 실현과 국토의 효율적 이용으로 삶의 질 향상과 국민경제 발전을 선도'한다는 대목이 가장 상위에 랭크돼 있다.

국민주거안정과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 고작 부동산 투기란 말인가. 공사는 공직과 마찬가지다. 공직에선 투잡을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공무원법에서 공무원의 영리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엄정한 복무관리와 업무 몰입도를 통해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공직자의 사명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LH 직원의 조직적 부동산 투기는 명백한 장사꾼 행태였다.

이들의 비겁한 행위는 무주택자들에게 '내 집 마련 포기'라는 또 다른 리테일 아포칼립스의 절망과 상처까지 남겼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초경서반-홍경석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