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지방대학 살리기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지방대학 살리기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21-07-05 08:18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송복섭 교수
송복섭 교수
이곳저곳에서 지방대학 위기와 관련한 기사와 기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지만 설마설마하는 동안 코앞에 닥친 현실이 되었다. 학생 충원율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지방에 있는 사립대학들은 이미 심각한 상황을 맞이했고, 국립대들도 전대미문의 미달 꼬리표를 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족히 5년 동안 계속될 일이라고 한다.

여러 곳에서 진단과 걱정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지만 정작 대책과 관련해서는 원론적이거나 현실성이 낮은 대안들로 점철된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목 조여 어쩔 수 없이 지방으로 내려가게 하자는 의견도 그렇고, 미달하는 인원을 외국인 유학생으로 벌충하자는 얘기도 그렇다. 수도권 대학들의 반대가 불을 보듯 뻔하고, 교육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냐는 주장에 선뜻 대꾸가 쉽지 않다. 외국인 유학생은 이미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추세고, 유학 조건의 빗장을 맘껏 열어젖힌 상태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도 고려해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지방을 발전시켜 대학도 살리자는 주장은 공감이 가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결국, 답은 대학시스템을 혁신하는 일뿐이다. 우선,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여 활발한 내적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대학이 더는 상아탑이 될 수 없다는 인식과 함께, 학문 분야별로 합종연횡을 거듭하여 융합과 새로운 영역 개척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대개 통합을 얘기할 때 총론적이고 가시적인 물리적 결합을 결과물로 제시하지만, 실제로 내부적으로는 각론적인 화학적 통합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그간의 상황이었다. 꾸준한 토론과 합의를 통해서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는 수요자 중심의 경쟁력 있는 교육콘텐츠가 지속해서 만들어지는 구조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혁신은 내부로부터 상향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대학은 그 과정을 고무하고 지원해야 한다.

구체적이고 실험적인 방법으로 지방 권역별 공유대학 또는 연합대학 체제를 상정할 수 있다. 교양과정을 통합하여 운영하거나 전공과정을 연합체제로 꾸리는 일이다. 이미 우리 지역에서는 몇몇 대학들이 모여 가칭 세종공유대학 모델을 천명했다. 현재는 AI와 ICT 중심 공동학위제 운영이 협약에 담긴 정도이나, 다른 학문 분야별로도 현실 가능하고 구체적인 제안들이 쏟아져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보자. 건축학과는 세계적 기준에 맞춘다는 이유로 2000년대 초 5년제로 전환했다. 이십여 년이 흐른 지금 교육의 질이 나아졌다는 의견도 있지만, 부정적 평가도 만만치 않다. 정작 일 년을 더 공부했는데 그만한 대우를 직장에서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점과 설계교육에만 집중한 나머지 건축가가 지녀야 하는 기술분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전과나 편입이 어려운 것도 문제다. 건축가가 되고자 입학했으나 디자이너로서의 기질보다는 엔지니어 적성을 확인하고 방향을 전환하는 일이나, 엔지니어가 되고자 진학했으나 설계하는 일이 더 즐거워 건축가가 되고자 하는 일이 인증기준 불일치로 인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각 대학의 건축학과는 대부분 소수의 정원으로 꾸려져 상당수의 설계수업을 외래강사에 의존하는 실정이고, 인증기준에 맞춘다는 이유로 다른 학과들에 비해 공간을 많이 사용한다는 학교경영 관점의 불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 대학이 4년제 교육과정을 건축공학과와 공통으로 운영하고, 설계자격을 위한 특별과정은 지역대학들이 공동으로 연합대학원 체제를 만들어 운영하는 모델을 제안한다. 각 대학으로부터 차출된 교수 수가 풍부하다 보니 전문분야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고, 공간과 시설도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며, 4년 동안 건축을 공부하면서 설계분야에 대한 적성과 능력이 검증된 학생들이 진학함에 따라 학구열과 전문성도 배가될 것이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의 경우는 개별 대학이 전문대학원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연합대학원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속담이 있다. 위기를 기회로 느낄 때 생존을 위한 다양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등장한다. 이 시기 지방대는 분명 위기의 국면으로 돌입하고 있지만, 냉철한 현실 인식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혁신을 넘어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