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지방의원 때문에 부끄럽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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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지방의원 때문에 부끄럽고 싶지 않다

윤희진 정치행정부장

  • 승인 2021-09-22 11:27
  • 수정 2021-09-22 12:18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1윤희진(온라인용)
윤희진 부장
일제강점기와 6·25 한국전쟁기는 생략하겠다. 애초 시작은 정치적으로 의미가 컸다. 친일파를 기반으로 정부를 구성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이끌던 제1공화국이 4·19혁명으로 막을 내린 후 등장한 제2공화국. 혁명 직후 8월에 윤보선 대통령과 장면 국무총리를 선출하며 출범한 제2공화국은 내각책임제와 양원제를 도입했다. 동시에 지방자치제를 전면 시행했다.

제2공화국 출범 후인 8월 서울특별시장과 도지사와 시장, 군수, 구청장, 읍·면·동장까지 국민 선거를 통해 직접 뽑는 민선제를 열었다. 특별시의회와 도의회에서부터 시·군·구의회는 물론 읍·면의회까지 만들어졌다. 그야말로 4·19 혁명 정신에 맞는 풀뿌리민주주의 틀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1961년 5·16 군사 정변으로 등장한 박정희 군사정권이 정부 장악 4일 만인 5월 20일에 지방의회를 없앴다. 지방자치단체장도 당시 내무부가 임명하는 ‘관선제’로 바꿔놨지만,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 등 개헌과 함께 1991년 지방자치제는 부활한다.

어떤 제도든 탄생하기 전까지 나름대로 고귀한 역사가 있다. 직선제로 대표되는 지방자치제 역시 주권 국가의 국민으로서 권리를 가진다는 측면에서 정치사적 의미가 상당하다.



내년 1월부터 지방의회의 역할을 한층 강화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시행한다. 그만큼 지방의회의 위상과 그에 맞는 책임도 달라져야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답답하다. 지방의회를 이끄는 지방의원들의 부끄러운 행태는 연일 주요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결재권이 없는 하위직 공무원을 사무실로 불러 괴롭히고 집행기관 공무원이 의회 화장실을 사용한다고 핀잔을 줬다고 한다. 소식지에 자신의 정보를 제대로 쓰지 않았다고 책임자 앞에서 책자를 내던지거나 자신이 받은 상을 축하하는 불법 현수막을 철거했다고 막말을 쏟아냈다고도 들었다.

회의실이나 본회의장 등 공식적인 의정활동 현장이 아닌 의원 사무실로 호출해 압력을 행사하고, 특정 업체의 특혜를 요구하며 노골적으로 이권에 개입한다고 의심받는 젊은 의원. 미사여구로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집행기관 수장과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 때문에 임기 내내 반대만 하는 일부 의원. 유권자 앞에선 말할 수 없다며 온라인 생중계 시스템을 거부하는 의회. 모두 답답할 뿐이다.

국회의원과 정당의 원외 지역구 수장의 책임이 크다. 자신이 공천권을 행사했던 지방의원 상당수가 법정을 드나들며 유죄 판결을 받아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다. 의회를 엉망으로 만들며 주민을 부끄럽게 한다는 민원이 쏟아져도 전임 지역구 수장이 공천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모른 척하고 있다. 지방의원들을 오로지 수단으로만 이용하고 있는 행태라 할 수 있다.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써먹는 선거운동원이 아니다. 행사장마다 수발을 들어야 하는 의전용 직원은 더더욱 아니다.

국회의원과 지역구 수장의 생각이 변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쥔 지방의원은 시민이 직접 뽑는 일꾼이다. 공천한 지방의원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문제 많은 일부 의원들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상당수 지방의원이 피해를 보는 만큼 매년 단위로 오로지 일을 중심으로, 구민을 중심으로 지방의원을 평가하는 공개적인 시스템이 있었으면 한다.

수발을 잘 들고, 행사 때마다 졸졸 따라다니는 병풍(?), 특히 임기 동안 논란이 커질 만큼 물의를 일으키거나 도덕적 흠결이 있다고 평가받는 지방의원들은 반드시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한다면 유권자가 자신이 사는 지역의 지방의원 때문에 부끄러워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 믿는다.

윤희진 정치행정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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