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청백리와 자벌레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청백리와 자벌레

떳떳해야 남아다

  • 승인 2021-10-0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인과 술 약속이 있어 둔산동에 갔다. 일찍 간 덕분에 시간이 남아 서점에 들어섰다. 가득한 책들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코로나 19는 많은 상처를 야기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것만 있는 건 아니었다.

국민 2명 중 1명은 코로나 19 이후 책을 읽는 시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니 말이다. 이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디지털 매체 및 종이책 등을 통한 독서가 활성화됐다는 것이다.

이용이 증가한 읽기 매체는 주로 디지털과 인터넷 기반 매체로 ▲인터넷 정보 71.2% ▲인터넷 신문 51.7% ▲웹툰 이용 37.1% ▲웹 소설 이용 24.7% ▲전자책 이용 23.4% 등이었다고 한다.

종이책의 경우 코로나 이후 이용 증가가 21.8%, 이용 감소가 12.0%로 다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그러니까 살벌한(?) 코로나 시대에 국민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바깥 활동과 만남이 큰 제약을 받는 대신 더 많은 책을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여하튼 여전한 코로나 상황에서 '미뤄두고 읽지 못했던 책을 읽게 됐다'는 응답자가 30.3%로 나타났다는 건 대단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또 '책 읽는 시간이 늘었다' 28.1%와 '책에 집중하고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이 높아졌다' 25.4%, '분량이 많은 책을 읽게 됐다' 21.7% 등으로 독서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작가의 입장에서도 흐뭇한 뉴스로 다가왔다.

요즘 뉴스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다.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정가는 급기야 이른바 '50억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한 그룹 6명'까지 실명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당연히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이에 대해 거론된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한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여간 그들이 50억을 받았든 안 받았든 나하곤 상관없다.

나처럼 보잘것없는 무지렁이에게 50억은커녕 5만 원도 주는 사람은 없으니까. 다만 나는 50억보다 내가 더 부자라는 인식만큼은 불변하다는 것이다. 책이 가득한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이런 긍정의 마인드는 더 요란한 범람의 강물이 된다.

이른바 '대장동 50억 약속그룹' 중 누가 진짜 50억을 받았는지의 여부는 수사 결과 전모가 드러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사자는 지금 그야말로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는 심정일 것이다.

담장 위를 걷고 있다가 언제 나락으로 떨어져 교도소 안으로 들어갈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다는 표현이다. 진부한 주장이겠지만 현직이든 은퇴자든 공직자는 청렴해야 했다.

특히 고위직일수록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거울에 비춰보는 제삼자의 관조적(觀照的) 고찰은 기본이어야 한다. 이게 무너지고 뇌물에 기우는 순간, 졸지에 '탐관오리'로 변질하고 추락하게 된다.

청백리(淸白吏)는 관직 수행 능력과 청렴(淸廉), 근검(勤儉), 도덕(道德), 경효(敬孝), 인의(仁義) 등의 덕목을 겸비한 조선시대의 이상적인 관료상이었다. 조선시대 당시 청백리는 총 217명이 배출되었다.

청백리가 되면 후손들에게 선조의 음덕을 입어 벼슬길에 나갈 수 있는 특전도 주어졌는데 음서제(蔭敍制)가 바로 그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높은 자리는 과녁과 같아서 누구나 거기를 향해 활을 쏘고자 하니 항상 처신에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목민심서'에서는 탐관오리를 일컬어 먹을 것이 보여야 기어가고 겁을 주면 움츠리고만 있다는 의미로 '자벌레'라고 폄훼했다. 마음에 드는 책을 사서 품에 안았다. 50억 이상의 만족감에 나도 모르게 행복했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초경서반-홍경석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에서 날아오른 한화 이글스…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성공
  2. 7-1로 PO 주도권 챙긴 한화 이글스, 한국시리즈 진출 성공할까
  3. 충남도-나라현, 교류·협력 강화한다… 공동선언
  4. 배움의 즐거움, 꽃길 위에서 피어나다
  5. '내 생의 최고의 선물, 특별한 하루'
  1. ‘제10회 미디어교육 국제 컨퍼런스’성황리 개최
  2. 노시환-채은성 적시타! 7-1 한화의 승리가 확실해지는 순간! 아파트 떼창까지
  3. 대전사랑메세나, 대신증권 박귀현 이사와 함께한 '주식 기초 세미나' 및 기부 나눔
  4. (사)금강문화예술협회 제16회 효문화실천 위안잔치 및 물품전달봉사
  5. 유성장복, 잠실 ‘월드웹툰페스티벌’ 통한 1:1 잡매칭 모색

헤드라인 뉴스


한화, 26년만의 우승 도전… 한국시리즈 원정경기 응원전

한화, 26년만의 우승 도전… 한국시리즈 원정경기 응원전

대전시는 한화이글스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축하하고 시민과 함께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26일 1차전을 시작으로 원정경기마다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한화이글스 승리기원 응원전'을 개최한다. 25일 시에 따르면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대규모 응원 축제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경기장 내 대형 전광판을 통해 한국시리즈 경기를 생중계하며, 시민들은 선착순 무료입장으로 한화이글스의 선전을 함께 응원할 수 있다. 대전시는 이번 응원전을 통해 한화이글스를 중심으로 지역의 정체성과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경기장 인근 상권 활성화 등 지역경제에도 활력..

지역 유일 향토백화점 세이백화점 탄방점 계룡건설이 매입
지역 유일 향토백화점 세이백화점 탄방점 계룡건설이 매입

지역 유일 향토 백화점인 세이백화점 탄방점을 계룡건설이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계룡건설은 세이백화점 탄방점을 지난 8월 낙찰했다. 금액은 401억 원으로 2024년 5월 공매가 진행된 이후 1년 3개월 만에 낙찰을 받았다. 세이백화점 탄방점은 33회 유찰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매각가도 올해 7월 공매 최저입찰가(1278억 원)와 비교해 877억 원 줄었다. 세이백화점은 2022년 5월 대형 백화점과의 경쟁과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매출 감소를 이기지 못하고 자산관리회사인 투게더투자운용과 매각을 위한 본..

충청권 메가시티 성과 수면 위...남겨진 현실 과제는
충청권 메가시티 성과 수면 위...남겨진 현실 과제는

충청권 4개 시·도가 행정수도를 토대로 선도적인 메가시티 구축에 나서고 있으나 현실적 과제에도 직면하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의회 유인호 의원(보람동,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4일 제10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지난해 출범한 충청광역연합은 세종, 대전, 충남, 충북이 행정 경계를 넘어 하나의 생활, 경제, 문화권으로 성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국 최초의 특별지방자치단체"라며 "출범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미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핵심 성과는 ▲'충청권 광역투어패스' 출시(7월)를 통한 통합 관광권 조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