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홀연히 떠나 간 이완구의 삶과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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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홀연히 떠나 간 이완구의 삶과 정치

  • 승인 2021-10-25 16:22
  • 신문게재 2021-10-26 18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서준원 박사
서준원 박사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이완구 전 국무총리. 그의 삶은 각고의 자기성찰과 희생의 점철이었다. 전직 국무총리로서 국민장과 현충원에 안장할 수 있지만, 평소의 그의 지론에 따라 가족장으로 조촐하게 치렀다. 조문객의 부의금도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기실 이전부터 집안의 애경사에서도 취했던 동일한 행위였다. 마지막 유언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행복했으면…"을 남긴 채 황망히 떠났지만, "고향 땅에 묻히고 싶다", "인간 이완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정도라도 명기된 조그만 비석만 세워주면 좋겠다"라며 살아 생전에 필자에게 늘 언급했던 진솔한 심경 토로가 떠오른다.

돌이켜 보면, 살아서도 죽어서도 역시 이완구답다. 고인은 살아서도 늘 대의명분을 중시했다. 매사에 상투적인 허례 허식 보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어떤 형태로든 남에게 불편함을 주고 싶지 않다는 개인적 소신이 유별나게 강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공직자로서 열심히 살았으면 되었지, 죽어서도 구차하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겠다는 소신과 가치관은 고향 땅에 함께 묻혔다. 소인배들과 달리 현생의 영화와 명예마저도 거리낌 없이 벗어내고자 했던 역시 큰 인물이었다.

혹자는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인품을 높이 사지만, 지근거리에서 20여 년 동안 함께 했던 정치학자로서 인간 이완구를 평가한다면, 영락없는 외강내유(外剛內柔)의 전형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단호한 결단력과 강한 절제심 탓에, '큰 인물, 큰 정치' 및 '강한 충남' 등의 외형적 포장이 잘 어울렸다. 허나, 내면은 한없이 따스하고 속 깊은 집안의 여느 장남이었다. 말없이 베푸는 인정과 눈물이 참 많았던 인물이다. 가감 없는 대화 중에 속내가 들춰지면, 내면의 부드러움으로 감싼 자상함과 인정이 물씬 묻어났다. 오랫동안 변함없이 지나칠 정도로 세심함과 치밀함을 견지하다 보니, 일면 냉철하고 강한 인품의 대상으로 비춰 지는 것 같다.

충남도지사에 취임하면서 전임 지사의 비서진을 그대로 수용했다. 공무원은 편견 없이 공정한 행정을 집행한다는 원칙에 따랐음에도, 세인들의 시각은 놀라움과 반신반의였다. 세종시 사수를 위해 망설임 없이 지사직을 내 던진 것은, 강력한 결단력은 물론 열정과 추동력이 없으면 행할 수 없는 일이다. 늘 사사로운 사익보다는 더 큰 명분을 중시해왔기에 가능했을 터이다.

정치인 이완구는 감성과 이성을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알고 대화 상대를 이해해주려는 배려심이 유난히 돋보였다. 현 정치권에서도 인정하는 평가다. 대범하고 틀이 큰 정치인으로서 철저한 자기관리는 물론 심지어 가족들까지 철저하게 관리했다. 보수적 윤리와 책임의식에 철저하게 함몰되었던 유례없는 공직자이자 정치인이었다. 결벽에 가까운 '원칙고수와 자기관리' 탓에 특히 가족들은 정말 맘고생이 많았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말과 행동거지에 진중함을 늘 강조했기에, 일상적으로 하고픈 일과 말조차도 속으로 삭여내야 했다.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빌미로 접근하는 세상의 유혹을 떨쳐내야만, 떳떳함과 자신감을 가지고 할 일을 할 수 있다는 소신 탓이다. 이런 대목은, 자서전이자 성찰의 의미를 담은 저서 「약속을 지키는 사람」에서, "아들아 미안하다, 동생들아 미안하다"고 솔직담백한 심경을 다뤘다.

20세기 초 독일의 정치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인과 공직자의 본분과 덕목을 제시했지만, 그 주장은 아직도 유효하다. 정치인의 덕목으로 '열정과 책임감 그리고 혜안'을 꼽았다. 공직자에겐 주어진 '책무를 집행하는 능력과 윤리의식'을 강조했다. 베버는 "정치는 머리로 하는 것이지 몸과 맘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확언했다. 공직자로서의 이완구, 정치인으로서의 이완구는 머리는 물론 몸과 맘의 진력을 다 쏟아냈다고 본다.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사사로움을 접어둔 채 온 에너지를 쏟아낸 열정적 인간이었다. 그가 혼신을 다 해 쏟아낸 이타심과 희생, 애민 애족의 애국심이 있었기에, 국민과 도민은 '인간 이완구'에 열광하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었다.

작금의 시국이 유례없이 아수라판인 와중에 대인배 이완구, 그가 떠났다. 통탄스럽게도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과, 꼭 해내야만 할 일이 산적했음에도 큰 인물 이완구가 떠났다. 언젠가는 역사가 '인간 이완구'를 재평가할 것이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오호통재(嗚呼痛哉)라!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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