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령골 올해 발굴선 962구 땅 위로… 세종 추모의집 임시 안치

  • 사회/교육
  • 이슈&화제

골령골 올해 발굴선 962구 땅 위로… 세종 추모의집 임시 안치

6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발굴… 세종 추모의집 임시 봉안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 7월 합동위령제 이어 안치식 참석

  • 승인 2021-11-02 16:42
  • 수정 2021-11-08 08:44
  • 신문게재 2021-11-03 5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KakaoTalk_20211102_161732154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 유족회장이 2일 발굴 유해 안치식에서 유족인사를 하고 있다. 임효인 기자
"쪼개지고 부서지고 총알구멍이 뚫린 유해가 나올 때마다 유가족들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지난 6월부터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가 세종 추모의집에 임시 안치된 2일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이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정부 주도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이 지난해부터 진행되는 가운데 올해 962구의 유해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오는 2024년 산내평화공원이 조성 완료될 때까지 세종 추모의집에 임시 안치된다.

대전 동구와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골령골(낭동월 13번지 일대)에서 발굴 유해식 안치식을 열고 희생자를 추모했다. 지난해 산내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정부주도 발굴에서 234구의 유해가 나온 데 이어 올해는 962구가 발굴됐다. 발굴은 지난 6월 7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진행됐다.



박선주 골령골 유해발굴단 책임연구원(충북대 명예교수)는 경과보고를 통해 "골령골은 총 8개의 학살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올해는 1지점과 인근 지역을 4개 팀으로 나눠 조사한 결과 962구의 유해와 유품 1606점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안치식에는 지난 7월 합동위령제에 이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위원회 정근식 위원장이 참석해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했다.

정 위원장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분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일은 한편으로는 진실 규명의 차원에서, 한편으론 위로와 치유의 차원에서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업"이라며 "이곳의 유해는 대전과 충남뿐 아니라 청주와 충북, 멀리 제주와 여수, 순천에서 검거되거나 연행된 분들이 겪은 비극을 증거하고 있는 장소다. 이 유해들을 발굴하는 것은 71년 만에 우리가 이들을 불러내 가족과 상봉할 수 있도록 하는 작은 위로이며 평화를 위한 화해의 출발 지점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KakaoTalk_20211102_161748488
정근식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유해 DNA 감식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지난 10월 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오영훈 의원이 저한테 질문하길, 산내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에 대한 DNA 조사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며 "현재 본격적으로 그 문제를 고려하지는 않은데 국회에도 그런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관계자와 전문가들과 상의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면서 "내년 하반기부터 이곳에 전국단위 국립 위령시설과 평화공원 조성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유해 발굴이 마무리되고 예정대로 국립 위령시설이 조성될 수 있도록 모든 분들께서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다시 한번 71년 만에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희생자 여러분의 명복을 빌며 발굴단원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욱 더 진실화해위원회가 많은 관심을 갖고 산내 골령골 평화공원 조성 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KakaoTalk_20211102_161738228


20211102-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발굴 유해 안장식1
6.25 전쟁 전후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발굴 유해 안장식이 2일 대전 동구 골령골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발굴된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해를 운구차로 봉송하고 있다. 민간인 희생자 유해는 산내평화공원이 조성될 때까지 세종 추모의 집에 임시 안치된다. 이성희 기자 token77@
전미경 유족회장은 유해 발굴 과정을 바라보며 참담했던 심정과 함께 늦었지만 진실 규명과 희생자 추모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한 관계자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전 회장은 "학살지를 바라보며 탄식했다. 하늘이여, 땅이여 세상 천지 어느 민족이 이런 죽음이 또 있을까 싶어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하며 밤을 세웠다"며 "하지만 오늘은 감사한 마음이다. 늘 관심을 가져 주시고 올해 발굴 시작부터 끝까지 세심한 관심을 쏟아 주신 황인호 동구청장과 구 관계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0여 년을 기다리다 보니 진실을 발굴하는 일은 긴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골령골 유해발굴은 골령골 희생자뿐 아니라 전국 희생자 평화공원 조성으로 평화와 인권이 살아 쉼 쉬는 세상을 만드는 큰 걸음이고 멀고 먼 발걸음이다. 끝까지 힘을 보태 주실 것으로 믿고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황인호 동구청장은 "평화와 인권, 생명을 먼저 가신 이분들을 통해 항시 되새김질해서 다시는 이땅에 한국전쟁 같은 그런 전쟁의 상흔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한 평화의 장을 반드시 같이 만들어 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추도사를 전했다. 임효인 기자

20211102-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발굴 유해 안장식2
2일 열린 6.25 전쟁 전후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발굴 유해 안장식 진혼제 제례 중 천도무가 진행되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연수구, 지역 대표 얼굴 ‘홍보대사 6인’ 위촉
  2. 시흥시, 별빛 축제 ‘거북섬’ 점등식
  3. "아산으로 힐링 가을여행 오세요"
  4. 행정수도와 거리 먼 '세종경찰' 현주소...산적한 과제 확인
  5. 대전 방공호와 금수탈 현장 일제전쟁유적 첫 보고…"반전평화에 기여할 장소"
  1. 호수돈총동문회, 김종태 호수돈 이사장에게 명예동문 위촉패 수여
  2.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김성욱 경장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3.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비인간적 범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4. "일본에서 전쟁 기억은 사람에서 유적으로, 한국은 어떤가요?"
  5. KAIST 대학원생 2명중 1명 "수입 부족 경험" 노동환경 실태조사

헤드라인 뉴스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대전과 세종, 충북을 급행철도로 연결하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가 민자적격성조사 문턱을 넘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비례)이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위한 CTX의 조기 개통 로드맵 마련을 주문했다. 황 의원은 21일 대전 동구 한국철도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국가철도공단·에스알(SR)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50번에는 행정수도 세종 완성이 있고, 그 주요 내용을 보면 전국 접근성 개선에서 서울에서 1시간 전국 주요 도시에서 2시간 접근 가능한 교..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과학과 예술의 도시, 대전시가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에 우뚝 섰다. 2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2025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AAPPAC) 대전총회'가 3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지역적 영감에서 세계적 영향으로(From Local Inspirations to Global Influences)'를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에는 세계 20개국 80여 개 공연예술 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지역이 품은 창의성과 상상력이 세계로 확산되는 길을 함께 모색했다. 첫 번째 세션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K-컬처'에서는 한국 문화예술이..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유성구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원자력안전 교부세 신설이 수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좌절된 이후 올해 초 또다시 관련법이 제출됐지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 나아가 144만 대전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사안인데 행정당국의 이슈파이팅 부족으로 현안 관철은 멀기만 해 보인다. 21일 취재에 따르면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유성을)이 대표발의 한 이른바 '원자력안전교부세법'(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안) 7월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현재 위원회 차원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