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어떤 믿음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어떤 믿음

경비원 딸이 이룬 '모세의 기적'

  • 승인 2021-11-1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가연이 아버지는 아파트 경비원이다. 하루는 어머님 제사가 있어서 딸이 대신 경비 초소를 지켰다. 처음 보는 거대한 몸집의 가연이에게 저자는 놀란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서 [닭치고 서울대 - 전공적합성 공부로 진로 찾은 아이들](저자 봉쌤 & 발간 이야기공간)의 저자는 고단한 아버지를 돕고자 경비 초소를 자주 나오는 가연이를 가르치게 된다.

덕분에 가연이는 대전보건대 물리치료학과에 합격했다. 이 부분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모세의 기적'이라고 소제목을 뽑았다. 모세의 기적은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약속의 땅으로 가던 중, 그들의 신 여호와가 홍해 바다를 가른 사건을 말한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치환했을 때 쉬이 인용한다. 이 책은 『닭치고 서울대』라는 기이한 책 제목처럼 보통의 책과 다르다. 여기에서 강조코자 하는 키워드는 '서울대'가 아니라 '닭치고'이다.



자신감이 없고 우울증에 시달리던 학생이 닭을 키우면서 마음에 맺힌 응어리를 풀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작 중3짜리 아이가 닭을 키우면서 느꼈던 관계, 배려, 존중을 깨달아 가는 과정은 전공 적합성 공부를 해나가게 한 밑거름이 되었다.

저자 뽕샘(이봉선)은 교육법인 일취월장 대표이사이자 일취월장 국어논술학원 법인대표 원장이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2만 5,000여 명의 수험생에게 '내려치기 공부'를 가르쳐 왔다.

그동안 수험생들의 개성과 성향에 맞춘 다양한 공부 방법과 입시 전략을 콕콕 짚어 준 덕분에 서울대 367명, 고려대 681명, 연세대 574명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의대(치대, 한의대, 수의대 포함)에 보낸 학생도 7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국내 교육대 누적 합격생은 600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저자의 실력은 그야말로 '신의 경지'라 할 수 있겠다. 이런 부분만을 본다면 '저자는 금수저 출신?'이라며 의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평생을 농사만 짓다가 도시 변두리로 올라온 아버지는 항상 술만 마시며 살았다. 아버지가 무서웠다."(P.169) 오죽했으면 "<신밧드의 모험>에 나오는 양탄자를 타고 아버지가 없는 세상으로 가서 살고 싶었다"고까지 했을까.

이 부분에서 나는 더욱 크게 공감했다. '가난한 집 족보 자랑하기다'라는 속담이 있다. 가난뱅이 양반은 자신을 자랑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자기의 조상 자랑만 늘어놓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는 조상 자랑조차 할 게 없다. 지천명도 채우지 못하고 타계한 선친 역시 평생 술로 사셨다. 바늘 하나 꽂을 땅은커녕 빚만 남기고 눈을 감으셨다. 아버지가 무섭고 싫어서 가출도 참 많이 했다.

그러나 매번 집으로 돌아온 것은, '나마저 아버지를 버리면 과연 누가 아버지를 건사할 것인가!'라는 당연한 의문과 명제의 그물이 포박한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러한 허투루 효심(孝心) 덕분이었을까…….

하늘까지 도왔는지 사랑하는 내 딸은 서울대를 갔다. 그것도 사교육 한번 안 받고도. 그야말로 경비원 딸이 이룬 어떤 '모세의 기적'이었다. 그러한 것들이 모티프가 되어 나는 네 권의 저서를 발간한 작가가 되었다.

나는 20년 전부터 습관이 하나 있다. 새벽이면 일어나 글을 쓰는 것이다. 이러한 좋은 습관은 궁극적으로 치매를 예방한다고 믿고 있다. 내가 나를 못 믿으면 누구라서 나를 믿겠는가? 비록 맹신(盲信)일지라도 나는 이를 줄기차게 믿을 것이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2021051301000775300030521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