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알고도 찾지 않으면 후회막급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알고도 찾지 않으면 후회막급

우당고택에 담긴 선행과 아람

  • 승인 2022-06-2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한 번도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보은 우당고택'을 두고 한 말이지 싶다. 충북 보은군 장안면 개안리에 위치한 [우당고택]은 1984년 1월 10일 중요민속자료 제134호로 지정되었다.

1919~1921년 하개리 마을에 지은 전통가옥으로 현재는 선민혁이 소유·관리한다. 속리산에서 흘러내리는 삼가천(三街川)이 큰 개울을 이루고 개울 중간에 삼각주를 이루어 섬이 된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 명당이며,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숲을 이룬 중앙에 99칸의 큰 기와집이다.

안채·사랑채·사당의 3공간으로 되어 있으며 안담으로 둘러싸고 다시 바깥담으로 크게 둘러쌌다. 대문은 솟을대문이고 오른쪽과 왼쪽으로 행랑채가 서 있다. 행랑채 끝에는 사랑채로 들어가는 중문채로 이어지고 중문은 솟을삼문형이다.

사랑채는 남향으로 무사석같이 다듬은 세벌대 위에 있다. 당대 제일의 목수들을 뽑아 이상형으로 집을 지었는데 못 하나 안 박고 완성했다니 정말 대단해 보였다. 속리초등학교 길 건너와 '법주사'로 더 유명한 속리산국립공원의 초입에 위치한 '우당고택'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압도적 존경과 흠모의 담론 정서에 편승하게 된다.



자그마치 99칸의 큰 기와집을 모두 돌아보자면 흡사 과거의 대궐에 들어선 듯한 착각이 팽배해진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극을 찍자면 반드시 찾아야 할 곳이라는 당연한 논리까지 시나브로 형성됨은 물론이다.

'우당'이라는 아호는 전남 고흥의 부농이었던 선영홍(1861~1924)이 1919~1921년 사이에 지은 집이라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부자들이 치부에 혈안이 된 것과는 사뭇 달리 선영홍과 후손들은 빈자와 소작농들에게도 아낌없는 베풂을 실천했다고 전해진다.

그런 증거는 우당고택 앞의 공덕비(功德碑)와 효열문(孝烈門)에서 여실히 관찰할 수 있다. 위선취락(爲善取樂), 즉 '선을 베푸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다'라는 편액의 경구처럼 우당고택에서 살았으며 현재도 살고 있는 선 씨와 그 가족들은 여전히 이타적 삶으로 주변의 존경이 자자하다고 알려져 있다.

당일 필자가 만난 우당고택의 종부인 홍영희 대표의 극진한 접대와 시종일관 겸손에서 이 같은 사실을 여실히 느끼며 긍정적 논리의 정당화까지 도모할 수 있었다. 안채 앞을 지키는 수백 년 수령의 소나무 또한 장관이었다.

선풍기 하나 없이도 전혀 더위를 느낄 수 없는 건물의 신통방통한 설계의 과학에서는 보은 우당고택에 담긴 선행(善行)과 거기서 파생된 아람(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질 정도가 된 상태, 또는 그런 열매)이라는 주관적 해석까지 담아내는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다.

우당고택의 또 다른 장관은 단박 시선을 끄는 엄청난 숫자의 '팔도(八道) 장독대'다. 장맛이 좋아야 음식 맛이 좋다는 건 상식이다. 일명 '선병국 가옥'으로도 불리는 우당고택을 더 깊이 알려면 여기서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엔 팔도의 장맛으로 만든 조반(朝飯)까지 맛보는 센스와 혜안까지 필요하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보은(報恩)은 명실상부 전국적인 대추의 집산지다. 대추와 연관된 속담이 많다. '대추 씨 같다'는 몸집은 작으나 성질이 야무지고 단단하다는 뜻이다. '대추나무 방망이'는 대추나무로 만든 방망이같이 옹골지고 단단해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능히 참고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뜻한다.

이 중 압권은 '대추를 보고도 먹지 않으면 늙는다'라는 말일 것이다. 그만큼 대추는 우리 몸에 정말 좋은 식품이라는 의미일 터.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당고택을 알고도 찾지 않으면 후회막급(後悔莫及)이다'라는 신판 속담을 우당고택에 남기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옮겨야 했다.

홍경석 / 작가 · '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 저자

2022061101000656200020101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