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일본 제국주의 망령은 잠들 것인가?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 일본 제국주의 망령은 잠들 것인가?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2-07-11 10:10
  • 신문게재 2022-07-12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김재석 소설가
지난 8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유세도중 피격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제적인 애도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테러에 대한 경각심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평가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아베 정권과 한국과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 그 자체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는 일본 위안부 합의 재검토와 강제징용 배상문제로 옥신각신했고, 일본의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금지 보복조치로 인해 한국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정말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나라였다.

아베 신조는 일본의 최장수 총리로도 유명하다. 일본국민에게 인기가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9년에 가까운 세월을 일본 총리로 지내면서, 일본 헌법을 개정해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가능케 하는 시도를 했고, 일본의 재무장과 군비 증강 정책을 밀어붙였다. 한마디로 일본 우경화를 이끈 인물이다.

아베 전 총리 당시, 한반도는 제국주의 신드롬에 빠진 4강의 지도자 틈바구니에 있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의 재무장을 추진한 아베 신조 총리까지,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동북아뿐만 아니라 국제질서를 새롭게 재편하려는 그들의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지금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그의 본색을 드러냈고, 시진핑 주석도 대만침공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그 시기만 노리고 있다. 하나의 중국뿐만 아니라, 동북공정과 일대일로 전략으로 미국을 대신할 중화 패권주의의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만약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임에 성공했다면 북핵 협상의 불발을 빌미로 어떤 무리수를 둘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에서의 미군철수와 일본 재무장을 지원하며 강대강 국면으로 치달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코로나로 세계가 봉쇄된 시기, 자유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제국주의의 망령이 스멀스멀 그 기운을 뻗치고 있는 느낌이다.

이때 뜻밖에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의 피격소식이 날아들었다. 테러에 의한 전직 일본 총리를 지낸 인물의 개인적인 죽음으로, 애도하면서 끝날 수도 있겠지만 이 죽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군다나 그가 그토록 원했던 일본 재무장의 핵심인 일본 자위대 전 대원에 의한 피격이란 상징성까지 더해지면서….



나는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1980년 대 까지만 해도 일본은 한국인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나도 학생시절엔 소니 워크맨을 옆에 끼고 살면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일본을 부러워했다. 일본의 최신 방송시스템을 공부하고 마음 같아서는 일본에서 취직해 살고 싶었다. 당시 일본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일본 제국주의 상징인 국기와 각종 현수막을 차에 두르고 다니는 일본우익홍보차량을 보게 된다. '일본을 재무장하라'.'외국 눈치보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총리는 반성하라' 등 확성기로 현수막에 쓰인 구호를 외치며 다닌다.

한 명의 외국인의 입장에서 본 일본은 일반서민은 친절하고, 교통신호를 잘 지키고, 예의가 몸에 밴 사람들이지만 일본우익단체는 혐한사상과 아직도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착각하고 살고 있는 듯 했다.

일본 패망 후 80여 년의 세월이 흘렀고, 나는 일본 제국주의의 망령도 잠들었다고 믿는다. 망령을 깨우려고 애쓰는 자도 있겠지만 자신에게 쏜 화살처럼 돌아올 수 있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그의 영면이 제국주의의 망령에 휘둘린 열강의 지도자에게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재석 소설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세종시, 전국 최고 안전도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