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철도가 복지다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 철도가 복지다

반극동 철도 전문 칼럼니스트, 철도전문인재뱅크 대표

  • 승인 2022-07-25 09:49
  • 수정 2022-07-25 13:37
  • 신문게재 2022-07-26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반극동
몇 년 전 호주 여행을 갔을 때 가이드에게 들은 이야기다. 호주 노인들이 골프를 치면 모든 요금이 무료라고 했다. 그 비용을 모두 국가에서 계산해 준다는 것이다. 운동을 한 만큼 건강해져서 의료비가 절약되고 골프 산업도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10년 전 홍콩에 갔을 땐 홍콩의 화려한 밤거리를 위해 건물마다 경관조명을 설치하여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이익이 되니 야간조명에 사용되는 전기료를 정부가 부담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노인복지에 대해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많이 있다. 걷는 걸음 수에 따라 수당이나 인센티브를 주는 나라도 있다. 활동하고 움직이도록 해서 건강을 유지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는 올해 구순이다. 5년 전부터 치매 증세가 약간 있어 요양보호사가 집에 와서 보살펴 주고 계셨다. 요양보호사 가정방문 보호는 하루 세 시간을 함께하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그래서 온종일 보호해 주고 챙겨 주는 주간보호가 있어 지난 4월 말부터 그쪽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주간보호센터에 다녀오더니 "웬 세상이 이렇게 좋은 곳이 있냐?"라며 무척 좋아하셨다. 삼시세끼 식사는 물론이고 친구들과 함께 재미나는 노래와 놀이로 온종일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그 결과 한 달이 지났는데 얼굴색도 밝아지셨고 아픈 곳도 없어져 삶에 활기를 되찾은 듯 했다. 노인요양보호제도는 정말 잘한 정책임을 느끼게 했다. 복지란 꼭 이런 보이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분야도 많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대부분 후보가 기초연금을 인상한다고 공약을 내기도 하여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법도 좋지만, 지하철 무료 승차 같은 비 금전적인 것이 노인복지에 더 좋은 정책임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노인들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고 지하철을 타고 어디든지 자유롭게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혜택인가? 한때 서울 어르신네들이 천안까지 와서 독립기념관을 둘러보고 병천순대를 먹고 온양온천에 가서 온천욕까지 하는 코스가 제일 인기였다고 했다. 지금은 경의선의 문산, 경원선의 도라산까지, 경춘선을 타고 춘천 명동에 가서 막국수나 닭갈비를 먹고 올 수 있지 않은가?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오르내리고 역까지 이동하고 식당을 찾아가는 것 그 자체가 운동이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시니 정신 건강까지 얻을 수 있어 금상첨화이다.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복지정책이다.

1990년대 수도권에 생기기 시작한 민자역사는 역이 하나의 커다란 상업적 공간이 되었다. 쇼핑몰과 영화관, 회의실 게다가 호텔까지 있다.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적 공간이 철도역이다. 최근에는 지자체마다 역 맞이방에 민원창구를 개설하는가 하면, 은행이나 주민센터를 설치한 곳도 있고 또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개설한 역도 있다. 역을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역주민들이 가장 자주 접촉하는 공간임을 인식하여 지역 국회의원과 지자체 단체장들은 오래된 낡은 역사를 리모델링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설치를 위해 지자체가 나서서 예산을 확보하거나 자체 예산을 직접 사용하는 곳도 있다. 그만큼 주민들의 생활에 기차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장소가 되다 보니 주요역에는 환승주차장은 물론이고 연계 교통망 확충에 큰 힘을 쏟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대전시장도 도시철도 건설 확충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 걸고 나와 승리하였는가 하면 어떤 지역은 주민들이 많이 사는 곳에 새로운 역 신설을 공약으로 내 세우기도 했다. 그만큼 역과 철도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같이 복잡한 도심에서는 철도교통 확충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보편적 복지라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각 지자체는 도심의 교통 문제를 도시철도에서 해결하려고 하고 도심간 이동 또한 고속철도나 GTX 같은 철도로 대체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된 지 18년이 지났다. 벌써 평택~오송 간은 선로용량의 부족으로 작년부터 복복선을 추진하고 있다. 대안없이 늘어나는 수도권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도심고속철도인 GTX를 건설하고 있다. 철도는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교통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철도교통은 국민에게 주는 최대의 복지라 할 수 있다.
반극동 철도 전문 칼럼니스트, 철도전문인재뱅크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샘머리초 인근서 승용차 가로수 충돌… 19세 운전자 사망
  2. 대전 일부지역 정비사업 침체 원인은?
  3. 홈플러스 정상화 시동…충청권 8개 점포 영업 재개 추진
  4. 대통령 집무실·국회 의사당 가시화 "행정수도특별법 제정 뒷받침돼야"
  5. '문화재 때문에'… 세종 軍비행장 이전사업 또 늦어진다
  1. 경찰 순환인사 내년 도입 예고… 지역 우수 수사인력 유출현상 우려 목소리
  2. 충남대-국립공주대 통합 '동상이몽'… 리더십 시험대 오른 대학본부
  3. 충남도청 국장급 간부 A씨 경찰 입건…부하 여직원 성추행 혐의
  4. 허태정 "정부 초과세수, 지방교부세로 확대" 전격 건의
  5.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 누출 사고··· 인명 피해 없어

헤드라인 뉴스


월평정수장 용출수 하루 127톤… 소독부산물도 계속 검출

월평정수장 용출수 하루 127톤… 소독부산물도 계속 검출

대전 월평정수장에서 흐르는 용출수가 하루 127㎥(톤)에 이르고, 소독에 사용되는 염소(CI)가 유기물과 반응해 만들어지는 트리할로메탄(THMs)은 미량이지만 반복적으로 검출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정수장 아래 지하수층이 존재하는 게 처음으로 확인됐는데, 물을 품은 포화대가 앞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전시상수도사업본부가 본보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개한 '월평정수장 콘크리트 옹벽 및 지반조사 긴급안전점검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정수장 주변에서 관찰되는 용출수의 하루 유량이 127㎥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도..

“예매 7분 만에 웃돈 거래”…암표근절법, 매크로 대응이 관건
“예매 7분 만에 웃돈 거래”…암표근절법, 매크로 대응이 관건

"예매가 시작된 지 7분. 인기 좌석은 이미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었다." 23일 오전 11시 프로야구 홈경기 예매 창이 열리기가 무섭게 티켓 재판매 플랫폼에는 정가의 2~3배에 달하는 리셀 입장권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정가가 5만 원대 초반인 테이블석은 10만 원, 2만 원인 1루 응원단석은 6만 5000원에 등록됐다. 일반 예매자가 본인 인증과 좌석 선택, 결제를 거쳐 재판매 글까지 작성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시간이다. 이 때문에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크로 프로그램이 가동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충남도-15개 시군, 발전 5사 통합 본사 유치 위해 총 결집
충남도-15개 시군, 발전 5사 통합 본사 유치 위해 총 결집

충남도와 도내 15개 시군이 발전 5사 통합 본사 유치 공동 대응, 서산공항 건설 추진 등 정부 차원의 협조가 필요한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행정력을 총 결집하기로 했다. 도는 23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박수현 지사와 15개 시군 시장·군수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9기 첫 지방정부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지방정부회의는 민선 9기 도와 시군 비전을 공유하고, 상생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를 통해 진행된 시장·군수와의 대화에서는 발전 5사 통합 본사를 충남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모였다. 엄승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도심 속 공원에서 즐기는 물놀이 도심 속 공원에서 즐기는 물놀이

  • 개인형 이동장치 수거차량 ‘무법 질주’ 개인형 이동장치 수거차량 ‘무법 질주’

  • 대전 동부소방서, 온열질환 예방 총력 대전 동부소방서, 온열질환 예방 총력

  • ‘문제 풀고 교통안전 배워요’ ‘문제 풀고 교통안전 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