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학교폭력과 학교의 신뢰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학교폭력과 학교의 신뢰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 승인 2022-08-21 09:24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신동철
신동철 변호사
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학생들은 기대와 설렘으로 새 학기를 맞는다. 한동안 못 보았던 친구들과 선생님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하다.

그런데 시작부터 두렵고 불편한 아이들이 있다. 친구들과 또는 선생님과의 관계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은 방학을 마치고 새롭게 시작하는 시작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관계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다른 친구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행동을 하거나 그로 인해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한다. 그 따돌림이나 괴롭힘의 방법도 유형적이고 외형적이 아니라 비유형적인 방법, 그리고 사이버 공간에서나 SNS에서 이루어지는 비중이 더 커지는 추세다.



이런 유형의 따돌림이나 괴롭힘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에서 규정한 학교폭력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은 이제 잘 알려져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 유인, 명예훼손, 모욕, 공갈, 강요 등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2004년 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이를 접수해 조사하고, 교육지원청에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개최하여 피해학생에 대해 보호 조치와 가해학생에 대해 교육·선도 조치를 내리도록 하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서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되던 괴롭힘도 학교폭력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졌고, 음성적인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를 통해 피해학생이 정당한 보호를 호소할 수 있는 길을 열었으며, 그동안 학교마다 중구난방식으로 대처하던 학교폭력에 대한 통일적인 지침이 마련되는 순기능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학교가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인 개입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 오히려 갈등을 중재하지 못하고 기계적인 중립을 강요받는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친구 간의 사소한 다툼까지 모두 학폭위로 가는 바람에 피해학생에 대한 사과와 관계 회복 등 정작 필요한 조치는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2019년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 사건을 무조건 학폭위로 보내지 않고 학교장 재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 먼저 전담기구가 조사하여 ① 피해자(신고자)가 2주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②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된 경우 ③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④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진술·자료 제공에 대한 보복 행위가 아닌 경우의 요건이 모두 갖춰진 경우에 피해학생 측이 학폭위 개최를 원하지 않는다는 서면 동의를 하면 학교장은 사건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정한 재량권을 갖게 되었다.

모든 재량권 행사가 그렇듯이 재량권에 대하여 문제제기 없이 구성원들이 수긍하려면 평소의 신뢰관계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해학생이 학폭위를 열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 중요한 요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소한 피해라도 피해학생이 이를 문제 삼으면 학교는 갈등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시행령에는 '학교장은 학교폭력 사건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경우 학교폭력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피해학생·가해학생 간의 관계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지점이 학교장 자체 해결제 정착에 가장 중요하다고 꼽힌다. 피해학생은 학교장 자체 해결제에 동의하면 가해학생이 진정으로 반성하지도 않고,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많기에 쉽게 결정을 못할 수 있다.

학교가 마련한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간에 진솔한 대화와 사과가 이루어지고 개선점이 마련된다면 사소한 갈등이 학폭위로 번지는 일은 크게 줄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의 상담 역량을 높이고 평소 신뢰관계를 돈독히 할 필요가 있다.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사안이 자칫 학교폭력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것으로 오해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건강]설명절 허리·다리 통증의 숨은 원인은?
  2. 줄지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근조화환
  3. 대전 공유재산 임대료 경감, 올해도 이뤄지나... 60% 한도 2000만원서 3000만원 상향 검토
  4. 대전·충남통합 주민투표 놓고 여야 갈등 심화
  5. 이주 작업 한창 장대B구역 '빛이 머무는 순간' 헤리티지 북 발간
  1. 대전·충남 통합 변수...충청광역연합 미래는
  2. 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211조 원 돌파 쾌거
  3. 규모만 25조 원…대전·충남 통합 지자체 금고 경쟁구도 주목
  4. '왼손엔 준설 오른손에 보전' 갑천·미호강, 정비와 환경 균형은?
  5. 전남 나주서 ASF 발생, 방역 당국 긴급 대응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행정통합 주민투표 행안부에 요청

대전시, 행정통합 주민투표 행안부에 요청

대전시가 11일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에 대한 '주민투표'를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만든 행정통합 특별법안에서 기존 대전시와 충남도가 논의해 국민의힘이 발의한 법안에 담긴 정부 권한·재정 이양이 대폭 사라지면서 행정통합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든다며 시민의 의견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지방분권의 본질이 사라지고 정치 도구와 선거 전략으로 변질해 행정통합이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번갯불에 콩 볶듯 진행하는 입법을 즉각 중단하고, (행정안전부는) 주민..

대전 재건축 바람 부나…  곳곳에서 사업 추진 본격화
대전 재건축 바람 부나… 곳곳에서 사업 추진 본격화

대전 노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으며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선 단지가 있는가 하면, 조합설립을 준비하는 대단지 아파트도 잇따르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법동2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6일 재건축사업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다. 해당 사업은 대전 대덕구 법동 281번지 일원, 면적 2만 7325.5㎡ 규모에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한다. 이 사업은 기존 삼정하이츠타운 아파트 총 13동 468세대를 허물고, 총 6개 동 615세대를 짓는다. 사업장..

걷고 뛰는 명품 `동서 트레일`, 2026년 512km 완성
걷고 뛰는 명품 '동서 트레일', 2026년 512km 완성

걷고 뛸 수 있는 트레일(자연 탐방로)이 2026년 동서 구간으로 512km까지 확대·제공된다. 산림청(청장 김인호)과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이사장 서경덕)는 동서 트레일의 성공적인 안착과 체계적인 운영 관리를 위한 2026년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올해 사업 대상은 지난해 17개 구간(244km)에서 약 2배 이상 확대된 32개 구간에 걸친 총 512km. 신규 코스에는 충남 태안(2구간)과 서산(5구간), 홍성(10구간), 경북 봉화(47구간) 및 분천(51구간) 등이 포함됐다. 각 구간에 거점 안내소도 설치한다. 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투표 시행 촉구 결의안 전달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투표 시행 촉구 결의안 전달

  • ‘어려운 이웃을 위한 떡국 떡 나눠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떡국 떡 나눠요’

  • 줄지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근조화환 줄지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근조화환

  • 대전·충남통합 주민투표 놓고 여야 갈등 심화 대전·충남통합 주민투표 놓고 여야 갈등 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