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명절 스트레스 해방의 날'은 언제쯤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명절 스트레스 해방의 날'은 언제쯤

  • 승인 2022-09-14 15:02
  • 수정 2023-01-18 14:13
  • 신문게재 2022-09-15 18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GettyImages-a12210503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 번째 추석을 보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상황이어서 '비대면 명절'을 보내자는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펼쳐졌다. '조상님은 어차피 비대면… 코로나 걸리면 조상님 대면', '올해 말고 오래 보자',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 등의 문구가 적인 플래카드가 방방곡곡에 걸리고 '웬만하면 가지도 오지도 말라'는 분위기였다. 경험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듯, 코로나 확산이 지속하는 상황으로 인해 사람들은 '비대면 명절' 풍속에 빠르게 적응했다. 선물은 택배로, 명절 인사는 문자로 보내고 랜선 차례와 벌초 대행, 온라인 성묘 등 '슬기로운 명절 생활'을 공유하고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추석에는 달랐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한 명절로, 오랜만에 '민족 대이동'이 이뤄진 것. 전국 곳곳의 고속도로는 귀성·귀경 행렬로 몸살을 앓았고, 공항과 관광지도 여행족들로 연휴 내내 붐볐다. 신규 확진자는 여전히 수만명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비대면 명절'을 보내자는 사회적 분위기는 사라진 것이다.

돌아온 대면 명절이 주부들에게는 썩 반갑지만은 않았다. 차례상 준비와 더불어 가족·친척 등 손님맞이로 하루 종일 '부치고 차리고 치우는' 노동의 굴레도 함께 돌아왔기 때문이다.



추석을 명절로 삼은 것은 삼국시대 초기부터다. 신라의 '가윗날 축제'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는데, 가윗날 축제는 백중일인 음력 7월 15일부터 가윗날인 8월 15일까지 한 달간 부녀자를 두 파로 나누어 서로 길쌈을 한 뒤, 생산량이 더 많은 팀이 승리하고 패배한 팀이 음식을 낸 뒤 서로 어울려 놀던 축제였다. 여기에 중국의 중추절 풍습이 약간 첨가되면서 추석이란 명절이 생겨난 것이다. 조선 시대에는 농번기가 끝나고 추석을 전후해 딸과 친정엄마, 사돈 여성, 동향의 여성들이 소풍을 가듯이 경치 좋은 곳에 모여 각자 싸 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유희를 즐기는 풍속이 있었다.

이렇듯 과거 추석은 한마디로 여성들에게는 즐거운 축젯날과도 같았다. 반면 지금의 여성들에게 추석은 노동절과도 같다.

여성들의 과도한 가사일과 스트레스로 인한 '명절 거부감'·'명절증후군' 등이 사라지려면 차례상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상다리가 휘도록 음식과 과일을 올리는 차례상은 100여 년 전만 해도 없었다. 차례는 원래 절에 모신 부처에게 '차(茶)'를 바치는 불교 예식에서 기원하고 있다. 고려 시대에는 차와 함께 약간의 과일과 떡을 올리는 수준이었고, 조선 후기에 와서는 사당에 국수와 떡 등을 간소하게 차리고 술 한잔 올리는 게 전부였다. 지금의 상차림은 해방 이후 제례의식에 허례허식이 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얼마 전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에서 간소화된 '차례상 표준안'을 내놨다. 이를 발표하면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 국민(40.7%)과 유림 관계자(41.8%) 모두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차례상 '간소화'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때마다 '조상을 기리고 가족 간에 정을 쌓는다'라는 명분 아래 경제적인 부담과 더불어 남녀갈등·세대갈등이 반복되는 '역기능'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고향 방문을 위해 민족대이동을 하고, 비싼 선물세트를 준비하고, 한 상 가득 제사상을 차려야 한다는 '명절 강박'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명절을 몇 차례 보내면서 명절풍습에 변화 바람이 부는 듯했지만, 이번 대면 추석을 돌아보면 여전히 부족할 뿐이다. 성균관에서 제시한 차례상 표준안은 추석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발표돼 큰 반향은 없었지만 '차례상 다이어트'는 앞으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8월 15일'은 음력으로는 한가위, 양력으로는 광복절이다. 다음 명절은 여성들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스트레스 해방의 날'이 되길.

현옥란-수정
현옥란 편집부 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3.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4.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5.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1.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2.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4.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5.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