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나는 왜 '독수리 눈'이 되었을까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나는 왜 '독수리 눈'이 되었을까

세종대왕님, 죄송합니다!

  • 승인 2022-10-2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내가 살고 있는 공동주택에서 종이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그것도 두 종류의 신문을. 20년 전부터 새벽 4시면 일어나 글을 쓰는 습관을 들였다. 덕분에 4권의 책을 냈고, 현재 다섯 번째 저서의 출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벽에 글을 쓰노라면 종이신문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엔 공동주택 입구의 우편함에 신문을 넣는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즐거운 마음에 냉큼 뛰어나가 신문을 가져온다. 가장 반가운 순간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신문은 세상을 보는 눈을 더욱 키워준다. 하지만 신문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다. 이따금 오·탈자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 신문에서는 오·탈자를 신고하는 독자에게 사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덕분에 열 번 이상 각종 선물을 받았다. 이는 네 권의 책을 내면서 길러진 나름 '독수리 눈'의 내공 덕분이다. 책을 내려면 탈고(脫稿)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탈고를 하려면 초고(礎稿)를 수정해야 한다.



처음 썼던 원고를 여러 번 수정하는 작업, 즉 퇴고를 통과한 원고라야만 비로소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그러므로 모든 책의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자연스레 예리한 '독수리 눈'으로 발전하게 된다.

또한 글과 책을 쓸 때 가장 신경을 써야하는 대목은 틀리기 쉬운 맞춤법이다. 그래서 틀리기 쉬운 맞춤법을 살펴본다. 먼저, '설날을 맞아 해도지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해돋이'가 정답이다.

'감미로운 선률이 흐르는 찻집'은 '선율'이 맞다. '나의 제안을 어떻게 생각할런지 모르겠네'는 '생각할는지'로 써야 한다. '자격증을 따고자 관련 서류 접수를 할려고 한다' 역시 '하려고'가 옳다.

틀리기 쉬는 것 중에는 낱말도 포함된다. 대표적인 게 '안'과 '않'의 경계이다. '됩니다'를 '됍니다'로 쓰는 경우도 왕왕 발견된다. 전통시장에 가면 어르신들이 손수 기른 나물과 곡물 따위를 파는 모습을 본다.

해당 상품의 앞에 종류와 가격을 써 놓았는데 낱말과 받침까지 틀려서 실소를 머금을 때가 적지 않다. 모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10월 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런데 이들은 '정치탑압 중단하라'는 오타가 적힌 피켓을 사용해 웃음거리가 됐다. '탄압'을 탑압으로 잘 못 썼음에도 참석자 중 이를 발견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니 정말 놀라웠다.

탄압(彈壓)은 '권력이나 무력 따위로 억지로 눌러 꼼짝 못 하게 함'을 뜻한다. 반면 '탐압'은 아무런 의미조차 담고 있지 않다. 이 피켓을 제작한 광고업체의 담당자 잘못인지, 아니면 이를 식별하지 못한 정당 관계자의 직무 유기(職務遺棄)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중요한 건 위대한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님께 무척이나 죄송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말끝마다 "~ 한 것 같아요"를 남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신이 한 말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들려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방송에서도 출연자들의 이런 습관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면 한 거고, 안 한 거면 안 한 거지 '∼(것) 같다'는 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처럼 군더더기 겹말과 격에 맞지 않는 사족의 말은 쓰지 말아야 한다.

마트에서 무얼 샀는데 "총 1만 원이십니다. 결제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는 말 역시 서둘러 고치고 볼 일이다. 돈에도 존댓말을 붙이는 건 부자연스럽다. 지난 10월 9일은 한글날이었다.

홍경석 / 작가 · '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 저자

2022061101000656200020101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밀양시 홍보대사, 활동 저조 논란
  2. 대전에서 날아오른 한화 이글스…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성공
  3. [2025 국감] IITP 매점 특혜? 과기연전 노조 "최수진 의원 허위사실, 규탄"
  4. 7-1로 PO 주도권 챙긴 한화 이글스, 한국시리즈 진출 성공할까
  5. [2025 국감] "출연연 이직 대책 마련 시급… 연봉보단 정년 문제"
  1. 충남도-나라현, 교류·협력 강화한다… 공동선언
  2. 대전사랑메세나, 대신증권 박귀현 이사와 함께한 '주식 기초 세미나' 및 기부 나눔
  3. 배움의 즐거움, 꽃길 위에서 피어나다
  4. '내 생의 최고의 선물, 특별한 하루'
  5. 유성장복, 잠실 ‘월드웹툰페스티벌’ 통한 1:1 잡매칭 모색

헤드라인 뉴스


천안법원, 경찰관에게 대변 던진 40대 중국인 `징역 1년`

천안법원, 경찰관에게 대변 던진 40대 중국인 '징역 1년'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5단독은 폭력 등으로 현행범 체포되자 경찰관을 폭행하고 인치된 후 대소변을 던져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 A(46)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2025년 8월 25일 동남구 신부동에서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때려도 돼요?"라고 말하며 발등을 밟고 복부를 수회 가격하는 등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그는 현행범으로 체포돼 동남경찰서 형사과 인치실에서 소란을 피우던 중 경찰관을 향해 신발을 던지거나 소파 위에서 대변을 본 뒤..

천안동남서, `성착취 목적 대화죄` 위장수사 집중 활동 기간 운영
천안동남서, '성착취 목적 대화죄' 위장수사 집중 활동 기간 운영

천안동남경찰서(서장 송해영)는 최근 성착취 목적 대화죄 미수범 처벌규정 신설에 따라 아동·청소년 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 달 간 '성착취 목적 대화죄' 위장수사 집중 활동 기간을 운영한다고 24일 밝혔다. 그동안 경찰관이 아동으로 위장해 피의자에게 접근·대화 시 '아동 성착취 결과' 발생 가능성이 없어 처벌하지 못했으나 이번 개정으로 미수범 처벌이 가능해 현장에서 위장 수사를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아울러 온라인상 행위에 제한되었던 처벌 범위가 오프라인으로 확대돼 직접 만나 성착취 목적으로 대화하는 오..

천안법원, 억대의 짝퉁 명품 판매한 일당 징역형
천안법원, 억대의 짝퉁 명품 판매한 일당 징역형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5단독은 억대의 '짝퉁 명품'을 판매해 상표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39)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B(42)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 위조상품 판매사이트를 개설해 아미(AMI) 등 위조상품 총 933개를 판매하면서 1억1754만원(정품가액 합계 32억170만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류봉근 부장판사는 "판시 범행은 정당한 상표권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시장경제질서를 교란하는 범죄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이 상표권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