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위기관리 안 된 '핼러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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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위기관리 안 된 '핼러윈'

한남대학교 정치언론학과 학생 유혜인

  • 승인 2022-10-30 11:43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유혜인
유혜인 학생
150명이 죽었다. 어제의 하늘을 오늘로 가져오고, 어제의 죽음을 다음으로 미루면 안 될까. 드러낼수록 잔인한 모습이 보인다. 별수 없이 아무 날, 누군가는 그들의 슬픔을 쥐고 있다.

새벽에 근무 중인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다. 핼러윈 파티를 한다고 나간 언니 때문이었다. "언니 서울 갔다고 하지 않았냐"며 들려온 음성에는 습기가 끼어 있었다. 언니는 서울에 없다고 말하자 곧바로 안도하는 숨소리를 들려왔다.

'핼러윈 데이'로 인파가 몰린 서울 이태원 일대에서 10월 29일 밤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10월 30일 오전 10시 현재 소방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15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외국인 사망자도 있었으며, 부상자도 수십 명이었다. 해당 사고는 핼러윈 행사 축제 중 다수의 인파가 넘어지면서 밀리고 넘어져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였다. 피해자는 대부분 10~20대였다.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지만, 신원 확인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며 많은 사람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신원 확인이 가능한 지갑이나 휴대전화 등이 다수 유실됐다.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새벽에 깬 뒤로 계속 업데이트되는 기사들과 현장 영상들을 찾아봤다. 많은 사람이 길에 누워있었다. 놀겠다고 조금 쌀쌀하게 입은 그 옷 탓에 찬 바닥에서 더 춥지는 않을지 걱정됐다. 계속해서 죽어 나가는 이들 사이에는 뒤축이 떨어져라,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많은 인파가 몰렸던 서울불꽃축제는 안전대책을 세우고, 지하철을 무정차 운행하는 등 위기관리에 힘썼다. 이번 이태원 사태는 어땠나. 말 그대로 위기였다.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 중대한 위협이었다. 그렇다고 위기 자체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바람직한 위기관리라는 것은 위기의 징후를 미리 포착하고 위기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다. 또한, 위기 관련 취약점을 진단하고 위기관리팀 구성과 위기관리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과연 정부와 관련 지자체가 이런 위기에 대응하고자 하기는 했는지 샅샅이 따져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위기관리팀은 정보 수집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왜곡된 정보에 기초한 위기 대응의 위험성도 인지해야 한다. 정보요청과 수신에 관한 기록을 분석해 정보처리를 위한 기제가 잘 마련돼야 있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모든 책임이 서울시나 정부에게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축제가 한순간에 재난이 됐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가장 기괴했던 것은 구급차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 영상이었다. 또, 심폐소생술을 하는데 주위에서 아무도 손 바꾸지 않고 영상 촬영만 했다는 글도 발견했다. 제대로 되지 않은 위기관리 탓에 애꿎은 사람이 죽고 다쳤지만, 더 큰 인명피해를 만든 것은 일부 사람들의 인식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힘겹게 사람을 살리는 데에 기여한 이들을 성추행 등으로 매도하는 글까지 보인다. 안될 일이다. 안타까운 죽음에 먹먹한 가슴이다. 대책 수립에 앞서 대비는 왜 못했는지 답답하다. 후진적인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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