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행정수도 세종, 이제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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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행정수도 세종, 이제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

최병조 행정수도시민연대 집행위원장

  • 승인 2026-08-17 13:21
  • 신문게재 2026-08-18 18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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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조 행정수도시민연대 집행위원장
세종시 건설이 시작된 지 20여 년이 지났다. 이제 행정수도 완성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건립이 추진되고 있고, 행정수도 특별법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부처와 여러 국가 연구기관도 이미 세종에 자리 잡았다. 행정수도의 기본 시설은 상당 부분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제5기 세종시장 공약에서도 행정수도 완성을 중요한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대통령실과 국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국가기관을 더 이전하며, 충청권 도시들을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연결하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제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행정수도를 완성한 다음 세종은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 지금까지는 대통령실과 국회, 정부기관을 세종으로 옮기는 데 관심이 집중됐다. 앞으로는 이러한 국가기관을 바탕으로 어떤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행정수도가 왜 필요한지를 세종시민에게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행정수도가 충청권과 수도권, 그리고 대한민국 전체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인구와 기업, 국가기관이 너무 많이 모여 있다. 그 때문에 집값, 교통, 환경 등 여러 문제가 생긴다. 국가기관을 세종으로 옮기고 여러 도시가 역할을 나누면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세종은 정치와 행정, 대전은 과학과 연구, 청주·오송은 바이오와 의료, 천안·아산은 첨단 제조업, 공주는 역사와 관광을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도시들을 광역철도와 BRT 같은 빠른 교통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것이 처음 신행정수도를 계획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네트워크 도시', 즉 여러 도시가 서로 연결되어 함께 성장하는 도시의 모습이다.

지난 20년 동안 세상도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큰 공장만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시대가 아니다. AI, 정보기술, 연구, 교육과 같은 지식서비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종도 세종의 장점을 이용한 산업을 키워야 한다. 특히 신도시 지역은 큰 공장을 많이 짓기 어렵다. 대신 대통령실과 국회, 정부부처, 국가 연구기관이 있다는 장점을 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행정서비스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가 있는 곳에는 많은 사람이 회의를 하고 정책을 연구한다. 공무원 교육과 연수도 필요하고, 법률·회계·정보기술·데이터·정책평가 같은 일도 많아진다. 이런 일을 하는 기업과 연구기관, 사람들이 세종에 모이게 해야 한다. 단순히 '정부기관이 있는 도시'에서 '정부와 행정이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만드는 도시'로 발전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MICE(마이스) 산업이다. 쉽게 말하면 회의, 국제행사, 전시회 등을 열어 사람들을 불러오고 이를 지역경제와 연결하는 산업이다. 세종이 서울이나 부산, 제주와 같은 MICE 도시가 될 필요는 없다.

세종에는 대통령실과 국회, 정부부처, 국가 연구기관과 대학이 있다. 이를 활용해 정부회의, 국제 정책회의, 학술대회, 공무원 교육, 정책박람회가 많이 열리는 '정책 MICE 도시'를 만들 수 있다. 그러려면 정부 세종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회의시설을 늘리고 비즈니스호텔과 식당, 교통시설도 함께 갖춰야 한다. 회의를 위해 사람들이 세종에 오면 숙박하고 식사를 한다. 택시와 버스를 이용하고 카페와 상점에도 간다. 통역, 영상촬영, 행사기획, 디자인 같은 새로운 일자리도 생긴다. 회의가 하나의 산업이 되는 것이다.

세종에서 만들어지는 중요한 생산물 가운데 하나는 '정책'이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연구기관이 연구하며 국회가 법을 만든다. 대학에서는 사람을 교육한다. 여기에 AI와 정보기술을 연결하면 세종은 새로운 정책을 연구하고 시험하는 도시가 될 수 있다. 교통, 환경, 복지, 에너지, 스마트시티와 같은 새로운 정책을 세종에서 먼저 시험해 보고, 좋은 정책은 전국으로 넓힐 수 있다. 더 나아가 세종에서 성공한 행정제도와 정보기술을 다른 나라에 알려주고 수출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세종은 단순한 '공무원이 많은 도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책과 지식을 만드는 도시'가 된다.

행정수도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돈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국가기관 때문에 필요한 도로, 교통, 환경, 안전과 여러 공공서비스 비용을 세종시가 모두 부담하기는 어렵다. 국가를 위해 필요한 시설과 서비스라면 국가도 그 비용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행정수도 특별법에는 국가기관 이전뿐 아니라 행정수도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국가의 재정지원 원칙도 담겨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행정수도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앞으로는 완성된 행정수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준비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국회를 옮기는 것만으로 행정수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의 정책이 세종에서 만들어지고 연구되고 토론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업이 성장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야 한다.

회의가 산업이 되고, 정책이 산업이 되고, 행정서비스가 세종의 경쟁력이 되는 도시. 이것이 앞으로 세종이 만들어야 할 행정수도의 모습이다.

이제 우리는 '행정수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넘어 '행정수도를 어떻게 잘 운영하고, 그 힘으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를 준비해야 한다. /최병조 행정수도시민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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