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상식이 실종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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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상식이 실종된 사회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2-11-28 08:39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손종학 교수
손종학 교수
우리는 자신에게, 혹 누군가에 대한 기대를 갖고 살아간다.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더 좋겠다'는 기대는 자기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고 구성원 간에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토대이기도 하다. 이 기대가 어느 순간 무너져 내릴 때 우리는 실망하고 아쉬워한다. 그 기대가 크면 클수록, 그리고 공적 영역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그 실망감은 때론 좌절과 분노로 바뀌기도 한다.

그러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의 부작용은 여기까지이다. 본인의 능력 부족을 자책하고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접음으로써 미련을 접을 수도 있다. 또는 타인에 대한 기대가 착각이었다고 그래서 배신당했다고 여기면서 뒤돌아서면 그만이다.

하지만 상식은 전혀 다르다. 상식은 '이러이러할 때는 이런 것이고 저러저러할 때는 저런 것이다.'라는 상호 간의 최저 양해 선이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이 상식에 반하는 언행을 할 때, 특히 그것이 집단적이거나 리더들에 의하여 이루어질 때 우리는 단순히 분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분간 못 하는 지경에 처하게 된다. 상식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얼마 전 발생한 이태원에서의 참사는 모두를 슬프게 하고 가슴 저미게 하는 아픔이었다. 이들의 무고한 죽음 앞에 그 누구도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애도의 념을 멈출 수가 없을 것이다. 비록 사후약방문이라 할지라도 책임자를 찾아 처벌하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여 사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 이들의 주검 앞에서 우리가 이행하여야 할 공동체적 책무이다.

그러나 여기서 벗어나 조문이라는 미명 하에 유가족들의 요청이나 사전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망자의 이름 등을 공개하는 것은 실정법 위반 여부를 떠나 그래도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결코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기대가 아니다. 그저 상식일 뿐이다. 이 상식은 특정 진영의 상식도 아니고 대한민국이라는, 아닌 지구라는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인간의 상식이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의 죽음에 앞서는 더 큰 가치를 어디에 둘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이 상식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내렸다. 그것도 찰나나 현생이 아닌 영원을 사모하고, 나약한 인간 영혼의 구원을 존재 이유로 하는 종교계 성직자들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좌절과 분노를 넘어선다. 무기력에 빠져 그냥 털썩 주저앉게 만든다. 도대체 어쩌라고…

상식 파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가 원수가 국가를 대표하여 외국 순방길에 오르자 마치 추락하기라도 바라는 것으로 해석될 내용을 풍자로 치부하면서 사회관계 서비스망에 올리는 또 다른 성직자들의 모습에서 상식 실종의 시대임을 느낀다. 아니 우리 사회에 애초부터 상식이 존재하기는 하였던 것인지 회의감마저 들지 않을 수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러한 행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에 성직자는 어떤 경우에도 사회현상에 전혀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항변하는 모습에서는 애처로움마저 든다. 성직자들의 사랑과 기도에 힘입어 살아가는 불쌍한 우리네 영혼들은 어찌하라고…

상식 파괴의 결정타는 소위 '청담동 술자리' 의혹사건에서 터졌다. 의혹 제기가 허위로 판명 날 때 진솔한 사과와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의혹 제기자의 사과는 이런 상식선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어서 사과라고 보기도 어렵다. 상식이 완전히 실종되었다.

상식은 진영과 진영이 만나 대결하는 장이 아니다. 이념과 종교, 가치관이 각기 다른 구성원들이 그래도 한울타리 안에서 공존하기 위한 마지노선이기에 상대가 아무리 미워도 이 상식을 허물지는 말자. 오히려 그 미움 잠시 내려놓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찬찬히 생각해보자. 나는 상식의 수호자인지, 파괴자인지…

한 번 무너진 상식은 복원이 어렵다. 왜? 이미 신뢰가 깨졌기에 그렇다. 그리고 공동체는 구성원 간의 신뢰 상실로 인한 거대한 혼돈의 늪에 빠지게 된다. 상식은 특별한 것이 아니지만, 평범하기에 소중한 것이다. 지금은 실종된 상식을 다시 찾아야 할 때이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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