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나이 듦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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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나이 듦의 미학

양성광 혁신과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3-01-30 08:33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양성광이사장
양성광 소장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제는 중앙집권체제를 확립하고, 문자와 도량형을 통일하는 등 업적도 많았지만, 극악무도한 짓을 많이 한 폭군으로도 유명하다. 강력한 권력을 얻고 아방궁을 지어 영원히 살 것만 같았던 진시황은 50세의 나이에 갑자기 죽게 된다. 죽음이 두려워 부하들에게 불로불사의 명약을 만들라고 명령했지만, 이들이 만든 환약에 포함된 맹독성 수은은 오히려 그의 수명을 단축했다.

진시황은 만리장성 축조에 150만여 명을 동원해 백성들을 고통에 빠트렸고, 학자들의 비판을 막기 위해 진나라의 기록을 제외한 모든 책을 불태우고 유학자들을 생매장하는 일을 저질렀다. 그는 또한 자기 말을 발설한 사람을 색출하지 못하자 주위의 신하를 모두 죽였으며, 땅에 떨어진 운석에 진시황이 죽고 땅이 나뉜다는 글귀를 새겨놓은 사람을 찾다가 여의치 않자 그 지역 주민들을 모두 죽여 버렸다.

천하를 다 얻은 진시황은 무엇이 두려워서 세상의 이목에서 벗어나려 했나? 이룬 것, 가진 것이 너무 많아서 지킬 것도 많았으리라. 다른 이들을 못 믿으니 직접 처리할 일이 쌓여 건강이 악화됐고 나라가 넓으니 1년 내내 전국을 시찰하다가 결국은 순행 길에서 죽음을 맞는다. 자신이 만든 지하궁전 여산에 수만의 병마용과 함께 묻혔으나, 황제의 위엄은 측근들이 그의 죽음을 숨기려고 썩은 생선과 함께 시신을 운반할 때 이미 땅에 떨어졌다. 그가 그토록 지키려 했던 중국 최초의 통일 왕국은 그의 사후 4년 만에 역사에서 사라진다.

모든 생물체는 늙어서 죽음에 이른다는 자연의 법칙에서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현대 과학은 이러한 법칙을 거스르는 도전을 서슴지 않는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세포 再프로그래밍’이라는 방식을 통해 늙은 생쥐의 수명을 2배로 연장하는 실험에 성공해 노화를 극복할 기술로 주목받았다. 영생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불멸주의자들은 생명공학의 수명 연장 속도가 노화 속도보다 빨라지는 "탈출 속도"에 도달하면 사람은 不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의 수명이 늘어난다고 모두가 행복해지고 사회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물론 출산율이 OECD에서 꼴찌인 한국도 역동성이 떨어져 미래가 밝지 않다. 베이비부머 중에는 아직 사회에서 자리 잡지 못한 자식과 연로한 부모 걱정으로 수명이 늘어나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가 많다. 60세 이상의 고용률이 40%에 이르고 계속 높아가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불안해하는 건 다가올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학교와 직장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으로 버텨왔는데, 얼마가 될지도 모르는 남은 생은 각자 알아서 견뎌내야 할 몫이다. 영국의 언론인 피터 워드는 저서 [불멸의 대가]에서 많은 과학자는 노화 방지보다는 사람들이 마지막 날까지 만족스럽고 활동적인 삶을 살도록 돕는 데 관심이 있다고 하였다. 신체의 노화를 멈추는 것보다 정신의 노화 방지와 사고의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은 쫓는 것이 아니라 지금 누리는 것이다.

그러나 신체가 늙어 가고 사회적 위치는 주류에서 밀려나고 있는데, 계속 버티며 연연하는 건 보기에 좋지 않다. 나이 듦은 추하기보다는 아름다울 수 있다. 어떻게 늙느냐에 달렸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나이가 들어감을 인정하고 정신적 나이도 이에 맞게 동기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즈음 나이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예전에 비해 상당히 더디게 가고 있어서 통상적인 나이에 맞춰 생활하기보다는 더 젊은 날의 시계에 맞춰 사는 것이 건강에 좋다. 한참 연하의 배우자와 사는 사람과 늦둥이를 둔 부모는 젊은 신호에 더 자주 노출되고 긴장하게 되므로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우리에게는 태어난 곳으로 헤엄쳐 돌아갈 수천㎞의 여정이 아직 남아 있다. 자갈돌을 헤쳐 산란하고 나면 결국 지쳐서 죽게 될 운명이지만, 이렇게 태어난 새 생명은 바다로 향한 힘찬 여정을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강의 생태계도 건강하게 살아 숨 쉴 것이다.

/양성광 혁신과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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