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열정은 얼음도 녹인다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열정은 얼음도 녹인다

내가 가장 뜨거웠던 날

  • 승인 2023-04-2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다음 달에 강의를 앞두고 있다. 그야말로 대단한 분들 앞에서 강의를 하는 것이다. PPT를 손보고 간간이 연습까지 하고 있다. 그런 데도 벌써부터 긴장 모드가 팽배하다.

하지만 걱정 수준까지는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산전수전 공중전으로 고난의 시기를 경험하고 극복해 온 덕분이다. 강의의 주제는 고작 불학의 장삼이사가 어찌하였기에 '벌써 다섯 권의 저서를 발간할 수 있었나?'이다.

강의에서 속 시원한 열변을 토하겠지만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명료하다. 한 마디로 '미쳤기에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일이라는 것은 뭐든 그렇지만 처음이 가장 어렵다.

어린아이가 첫걸음을 떼자면 수십 번 이상 넘어져야만 가능하다. 그러하거늘 하물며 나와 같은 무지렁이가 책을 내자면 그 몇 배, 혹은 몇십 배의 노력과 고통을 담보로 해야 하는 건 상식이다.



첫 저서를 발간할 당시 나는 전국의 출판사에 무려 440번이나 '도전장'을 냈다. 그런데 그 어떤 출판사에서도 연락을 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귀 출판사에 얼마를 지불할 테니 보내는 이 원고를 검토한 뒤 책으로 내주십시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는 "이 원고를 책으로 내주되 나에겐 000만 원을 계약금으로 먼저 지급해 주십시오"라며 채근했다.

그러니 출판사 입장에서 보자면 나는 영락없이 미친놈이었다. 또한 어디서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라는 뜻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같은 놈이 불쑥 이메일로 원고만 보내놓고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을 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고 출판사에서는 여전히 함흥차사였다. 출간을 목적으로 도전한 출판사가 440번을 넘었음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랬던가….

마침내 440번을 넘기면서 비로소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3월, 다섯 번째 저서를 출간한 바 있는 바로 그 출판사의 사장님이었다. 그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잠시 전 원고를 받아 잘 봤습니다. 실례지만 우리 출판사 말고 다른 출판사에도 이 원고를 보내셨겠지요?" 그렇다고 하자 "그럼 몇 번째 도전입니까?"라는 질문이 도착했다. 속일 것이 없었기에 스스럼없이 "440번째"라고 했다.

그러자 금세 명쾌한 즉답이 나를 감동시켰다. "내일 당장 상경하여 출판 계약합시다." 순간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은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어떤 일을 하든 미치지 아니하면 일정한 정도나 수준에 이르지 못함을 나타낸다. 어제도 지인으로부터 책을 효과적으로 낼 방법에 대한 문의가 있었다.

내가 출판사 사장도 아닌 터에 왈가불가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책임감과 마케팅 능력까지 출중한 출판사의 소개는 가능하다는 조언은 아끼지 않았다. 누구나 인생이라는 도화지가 있다. 거기에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

그 도화지에 그리는 그림은 결국 꿈이기 때문이다. 나는 440번이나 도전을 멈추지 않았기에 꿈에 그리던 작가가 될 수 있었다. 여세를 몰아 기자와 칼럼니스트까지 됐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가장 뜨거웠던 날이 있다. 나는 첫 저서를 발간하던 당시의 열정이 태양보다 뜨거웠다. 가수 류계영의 '인생'이라는 노래 가사가 심금을 울린다.

= "(전략) 굽이굽이 살아온 자국마다 / 가시밭길 서러운 내 인생 / 다시 가라 하면 나는 못 가네(후략)" = 결론적으로 당시 나는 미친놈이었다. 그렇지만 열정은 얼음도 녹인다.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두아빠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밀양시 홍보대사, 활동 저조 논란
  2. 대전에서 날아오른 한화 이글스…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성공
  3. [2025 국감] IITP 매점 특혜? 과기연전 노조 "최수진 의원 허위사실, 규탄"
  4. 7-1로 PO 주도권 챙긴 한화 이글스, 한국시리즈 진출 성공할까
  5. [2025 국감] "출연연 이직 대책 마련 시급… 연봉보단 정년 문제"
  1. 충남도-나라현, 교류·협력 강화한다… 공동선언
  2. 대전사랑메세나, 대신증권 박귀현 이사와 함께한 '주식 기초 세미나' 및 기부 나눔
  3. 배움의 즐거움, 꽃길 위에서 피어나다
  4. '내 생의 최고의 선물, 특별한 하루'
  5. 유성장복, 잠실 ‘월드웹툰페스티벌’ 통한 1:1 잡매칭 모색

헤드라인 뉴스


천안법원, 경찰관에게 대변 던진 40대 중국인 `징역 1년`

천안법원, 경찰관에게 대변 던진 40대 중국인 '징역 1년'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5단독은 폭력 등으로 현행범 체포되자 경찰관을 폭행하고 인치된 후 대소변을 던져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 A(46)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2025년 8월 25일 동남구 신부동에서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때려도 돼요?"라고 말하며 발등을 밟고 복부를 수회 가격하는 등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그는 현행범으로 체포돼 동남경찰서 형사과 인치실에서 소란을 피우던 중 경찰관을 향해 신발을 던지거나 소파 위에서 대변을 본 뒤..

천안동남서, `성착취 목적 대화죄` 위장수사 집중 활동 기간 운영
천안동남서, '성착취 목적 대화죄' 위장수사 집중 활동 기간 운영

천안동남경찰서(서장 송해영)는 최근 성착취 목적 대화죄 미수범 처벌규정 신설에 따라 아동·청소년 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 달 간 '성착취 목적 대화죄' 위장수사 집중 활동 기간을 운영한다고 24일 밝혔다. 그동안 경찰관이 아동으로 위장해 피의자에게 접근·대화 시 '아동 성착취 결과' 발생 가능성이 없어 처벌하지 못했으나 이번 개정으로 미수범 처벌이 가능해 현장에서 위장 수사를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아울러 온라인상 행위에 제한되었던 처벌 범위가 오프라인으로 확대돼 직접 만나 성착취 목적으로 대화하는 오..

천안법원, 억대의 짝퉁 명품 판매한 일당 징역형
천안법원, 억대의 짝퉁 명품 판매한 일당 징역형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5단독은 억대의 '짝퉁 명품'을 판매해 상표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39)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B(42)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 위조상품 판매사이트를 개설해 아미(AMI) 등 위조상품 총 933개를 판매하면서 1억1754만원(정품가액 합계 32억170만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류봉근 부장판사는 "판시 범행은 정당한 상표권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시장경제질서를 교란하는 범죄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이 상표권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