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신의 이름으로, 팬덤의 이름으로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신의 이름으로, 팬덤의 이름으로

  • 승인 2023-05-24 09:57
  • 신문게재 2023-05-25 18면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얼마 전 계룡산에 갔다가 뒤에서 젊은 여성 몇 명이 얘기하는 걸 들었다. 지인이 JMS 신자라는 것. 많이 외로워하던 사람인데 JMS에 빠져 살다 동생도 끌어들였지만 동생은 나중에 빠져나왔다고 한다.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로 세상이 떠들썩했던 차라 등산객 일행은 혀를 끌끌 차며 지인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동학사 주차장에서 대전 시내로 오는 버스를 탔다. 유성 지나서 버스에 탄 아주머니가 옆에 서 있길래 내 옆자리에 앉으시라고 했더니 몇 번 사양하다 앉았다. 그는 한껏 미소 띤 얼굴로 싹싹하게 "하나님 믿으세요?" 라고 내게 물었다. "아뇨." 내가 딱 잘라 말해서인지 아주머니는 더 이상 얘기를 안했다. 나는 종교에 무감각한 사람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길래 '사이비 종교'에 낚여서 사리판단을 못하고 인생을 망칠까. 어떻게 하면 종교에 심취하게 될까.

인간은 무의식과 접경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원시적인 공포가 존재한다는 정신분석학의 주장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 공포로 인해 인간은 극히 불안정한 존재가 됐다. 불안이란 놈은 무의식의 심연 아래에 도사리고 있다가 언제든 불쑥 불쑥 솟아올라 인간을 공격한다. 그 중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불안은 죽음에 대한 불안이다. 유한한 삶.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숙명. 하여 인간은 무엇이든 매달리고 믿고 싶어 한다. 종교가 탄생한 이유다. 종교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친다. 역사적으로 종교는 자기 희생, 타인에 대한 봉사 등 고귀한 가치와 진리를 추구했다. 하지만 인간이 저지르는 최악의 행위와 종교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경우가 많다는 걸 우리는 보았다. 멀리는 십자군 전쟁, 가톨릭 포교라는 명분으로 아메리카 원주민 대학살 그리고 유고 내전, 이슬람 과격단체의 9·11 테러 등. 종교의 이름으로 악행이 저질러지는 현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당장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유대인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폭력을 보라.

정말 종교 그 자체가 문제인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종교의 본질에 대한 함정에 빠지면 속수무책이다. 유일신을 신봉하는 종교는 필연적으로 분쟁을 일으킨다. 배타적이고 편협하고. 나 아니면 너라는 이분법. 뭔가 낯익지 않은가. 이 논리가 종교가 아닌 곳에서도 활개치고 있다. '태극기 부대'와 '개딸'. 국정농단과 죄상이 밝혀져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직을 파면해도 태극기 군중은 박근혜에 대한 지지를 끈질기게 이어갔다. 사회병리적 현상이라고밖에 설명이 안되는 대중적 우익세력의 기이한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광신도들에게서 보이는 심리적 징후 아닐까. 에리히 프롬의 '근대화의 역설'이란 것이 있다. 전통사회의 구속과 억압에서 해방됐으나 불안감이 엄습해 다시 절대적 권위체에 복종하려는 성향 말이다. '개딸'도 다르지 않다. 극렬 정치 지지세력의 내 편에 대한 무조건 옹호와 반대세력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한다. 여야를 넘나드는 팬덤 정치와 종교가 다를 게 뭐가 있나.

한국은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치르고 근대화라는 압축 성장을 이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성공에 대한 집착과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과도한 강박증으로 불안감도 배가 됐다. 이런 사회에서 종교의 힘은 더욱 강고해졌다. '이단'과 '정통'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도심에 자리잡은 왕국같은 대형교회와 나날이 거대해지는 사찰이 증명하지 않나. 거기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인공지능(AI)이라는 판도라의 상자 앞에서 여기저기서 섬뜩한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장담컨대 종교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정명석 같은 악마에 현혹되고 천당가는 티켓을 끊으려 헌금을 바치고 부처 앞에서 복을 기원하고 점집이 성행할 것이다. 지난 주말 대둔산에 갔었다. 돌아오는 길에 금산 진산을 지나면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녹음이 우거진 산들이 예사로 안보였다. 진산은 JMS 본부가 있는 곳이다. 철옹성 같은 그 곳에서 지금도 추악한 일들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 사실 신은 인간이 만들었다. 정말 신은 인간을 구원하는가? 팬덤은 정치를 이롭게 하는가? <지방부장>
우난순 수정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충남 집값 17주 연속 하락… 아산 누적 하락률↑
  2. 서남학교 설계 본격화… 2029년 개교 추진
  3. 정청래, 어린이날 맞아 대전 방문…"허태정은 민주당 필승카드"
  4. 대전우리병원, 혼합현실(MR) 기기 착용한 척추수술 첫 시행… 첨단 디지털과 의료 결합 시험무대
  5. '5점대 평균자책점'…한화 이글스, 투수진 기량 저하에 고초
  1. 한국산림아카데미재단 총동문회·중부지방산림청, 합동 산불방지 캠페인 벌이다
  2. ‘뜨개화풍’ 정우경 초대전…관저문예회관서 12일 개막
  3. 세종시의 5월이 뜨겁다… '전시·공연·축제' 풍성
  4. 2027학년도 지역의사 전형 충청권 모집 118명 확정
  5. 한국청소년연맹 대전·세종·충남연맹, 제6대 모영선 총장 취임

헤드라인 뉴스


[지선 D-30]지역발전 위한 정책 선거 중요

[지선 D-30]지역발전 위한 정책 선거 중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진영에서 내건 선거 구호다. 이 구호는 경제 불황에 시달리던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당시 객관적 열세였던 클린턴 전 대통령을 대선 승리로 이끌었다.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 즉 먹고 사는 문제를 제대로 짚은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 지역을 책임지는 '일꾼'을 뽑는 6·3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지방선..

대전의료원 건립, 본격 시동 걸 수 있을까
대전의료원 건립, 본격 시동 걸 수 있을까

지역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대전의료원 건립 사업이 사업비 조정을 거쳐 본격 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대 인근 용운동 11번지 일원에 건립되는 대전의료원은 총사업비 1759억(국비 530억, 시비 1229억)을 투입해 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3만3148㎡에 319병상 규모로 2030년 준공을 목표로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1996년 건립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경제성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사태로 상황이 급변했다. 메르스와 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 유행에 따른 공공의료 필요성..

대전·세종·충남 기름값 ‘2000원 시대’ 굳어져… 소비자 부담 계속
대전·세종·충남 기름값 ‘2000원 시대’ 굳어져… 소비자 부담 계속

대전·세종·충남지역 주유소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 시대'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지역별로 2000원대 돌파 시점은 달랐지만, 현재 대부분 지역이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대전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2002.53원으로 전날보다 0.12원 올랐다. 경유는 1997.39원으로 0.07원 상승하며 2000원 선에 근접한 상태다. 대전의 휘발유 가격은 4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4월 24일 처음 2000원을 넘어선 뒤 현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