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28. 기억하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28. 기억하라

  • 승인 2023-07-20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198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엘리 위젤 교수는 당시 다음과 같은 수상 소감을 말했습니다. "무엇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기억'입니다" 이렇게 '기억'이라는 화두를 던진 엘리 위젤은 어떤 사람이고 그가 왜 '기억'에 천착하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엘리 위젤 교수는 루마니아 태생의 유대계 미국인 작가입니다. 그는 15세 때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 되어 1945년 미군에 의해 수용소가 해방되면서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어머니와 여동생 3명은 수용소에서 살해되었고, 함께 강제 노역을 하던 아버지는 해방 직전에 병으로 사망했습니다.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은 위젤은 종전 후에는 프랑스의 고아원으로 보내진 후 1948년 소르본 대학교에 입학하여 공부를 시작하였고, 1963년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후 여러 대학에서 인문학 교수로 학생을 가르치는 한편 세계 각지의 폭력과 인종차별 그리고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것이지요.



엘리 위젤이 사망했을 때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엘리 위젤은 우리 시대의 위대한 도덕적 목소리 중 하나였으며, 동시에 여러 면에서 세계의 양심이었습니다. 엘리는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홀로코스트 생존자였을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기념비였습니다"라는 애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런 찬사를 받은 위젤이 얘기하는 기억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위젤은 강의를 통하여 "망각은 우리를 노예의 길로 이끌지만, 기억은 우리를 구원합니다"라고 말하면서, 기억은 우리의 유일한 보호막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기억을 통해 어떤 도덕적 변화나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그것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 안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간은 인간적인 대접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였으며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지 우리는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사람들만 생각해야 한다고 하는 등 과거의 기억을 통해 현재 인간의 신성한 의무를 부각시켰습니다.



문제는 인간의 도덕성이 한없이 추락한 사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홀로코스트는 물론이고 1970년대 캄보디아 학살, 1992년 유고슬라비아 분열과 인종 청소, 1994년 르완다 대학살 등 수많은 비극적 사건이 있었지만 모두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요. 이에 대한 위젤의 명강의 한 토막을 소개하겠습니다.

"역사는 좁다란 다리이며, 우리가 기억 속에 남는 충격적인 사실들을 계속 기억하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사실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또 실제로 어느 정도 잊어야 하는 일들도 있지요. 그저 기능적 측면에서 보더라도요. 그런데 만일 우리가 정말로 그냥 잊어버리려 한다면 역사는 결국 되풀이되고 말 것입니다."

맞습니다. 과거의 악행을 잊어버리면 그 악행이 반복되지요. 이렇게 위젤은 기억을 통해서 역사, 도덕 그리고 정의를 얘기합니다. 그런데 기억은 노벨상 수상자 같은 특별한 분들의 전유물은 아니지요. 그리고 기억은 역사와 도덕 등 거창한 담론만도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과거의 사건에 대한 교훈과 낭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의 머리를 가볍게 해드리기 위해 낭만적인 '기억'도 소개합니다. '기억을 걷는 시간'이라는 노래에는 '그리움의 문을 열고/ 너의 기억이 날 찾아와/ 자꾸 눈시울이 붉어져'라는 아름다운 가사가 나옵니다.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최대 30만 원 환급' 상생페이백, 아직 신청 안 하셨어요?
  2. 화성시, 거점도시 도약 ‘2040년 도시기본계획’ 최종 승인
  3.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4. 애터미 '사랑의 김장 나눔'… "3300kg에 정성 듬뿍 담았어요"
  5.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1. "르네상스 완성도 높인다"… 대전 동구, '주요업무계획 보고회'
  2.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7대 광역시 중 두번째
  3. 코레일, 겨울철 한파.폭설 대비 안전대책 본격 가동
  4. 대전권 14개 대학 '늘봄학교' 강사 육성 지원한다
  5. '대덕특구 사이언스센터' 딥테크 혁신성장 허브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정부의 노동 안전대책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처벌과 제재 중심의 정책으로는 중대재해 예방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내 기업 26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 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과 관련해 기업들의 인식과 애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73%(222곳)가 정부 대책이 '중대재해 예방에..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 27명 전원이 ‘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은 25일 국제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회 운영에 필요한 기부금품을 직접 접수·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으로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에서는 조직위원회가 기부금품을 접수할 때 절차가 복잡해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 참여가 제한되고, 국제경기대회 재정 운영에 있어 유연성이 낮다..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 충남서 ASF 첫 발생… 도, 긴급 차단방역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 충남서 ASF 첫 발생… 도, 긴급 차단방역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역인 충남에서 치사율 100%(급성형)에 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충남도는 ASF 확산을 막기 위해 도내 양돈농가 등에 상황을 전파하고, 이동 제한 등 긴급 차단 방역에 돌입했다. 25일 도에 따르면, 총 463두의 돼지를 사육 중인 당진시 송산 돼지농가에서는 지난 17∼18일 2마리가 폐사하고, 23∼24일 4마리가 폐사했다. 농장주는 수의사의 권고를 받아 폐사축에 대한 검사를 도에 의뢰했다. 도 동물위생시험소는 폐사축에 대한 ASF검사를 진행, 이날 오전8시 양성 판정을 내렸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