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모든 역사에는 음양이 있고, 그는 우리의 구원자가 되었다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모든 역사에는 음양이 있고, 그는 우리의 구원자가 되었다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3-08-28 14:13
  • 신문게재 2023-08-29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재석 소설가
김재석 소설가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

지난 15일 광복절날 개봉한 원자폭탄의 아버지 '오펜하이머' 영화가 장안의 화제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명대사 중에 위의 말이 나온다.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 기타'에서 인용한 말이며, 산스크리트어로 '거룩한 자의 노래'라는 뜻이다. 인도인의 정신적 지침서와 같은 책이다. 영화에서 오펜하이머가 이 책 구절을 산스크리트어로 읽는다. 물리학뿐만 아니라 언어의 천재성까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는 20세기에 활동한 미국의 위대한 물리학자로, 세계 최초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어쩌면 한국의 광복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제2차 세계 대전이 극을 향해 나아가던 시점, 태평양 전쟁의 승기는 미국 쪽으로 점점 기울게 된다. 그러나 몇 번에 걸친 종전회담이 있었지만 일본은 끝내 항복 요구를 거부해, 결국 핵무기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실전투입 된다. 일본의 무조건적인 항복과 함께 한국은 광복을 맞이한다.

영화에서 오펜하이머는 뉴스를 통해 원폭 투하 소식을 접한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원자폭탄으로 인해 사망하고 부상당한 것에 대해 그는 공포와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었고, 전후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반전운동을 전개하며 수소폭탄 제조에도 반대한다. 그의 이런 행동은 공산주의자로 몰리는 원인을 제공했다.



영화는 교차편집되며 원자폭탄의 아버지가 소련의 스파이로 몰려 구석진 방에서 청문회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가 무죄라는 것은 당시에도 밝혀졌지만 국가 안보상 위험인물이라는 이유로 모든 공직에서 쫓겨났고, 후두암에 걸려 생을 마감했다. 영화는 오펜하이머의 이런 상반된 모습을 쫓으며 그의 고뇌와 항변을 담고 있다.

나는 '오펜하이머' 영화를 광복절인 8월15일 보았다. 36년이라는 악몽과도 같았던 식민역사를 일순간에 지워버린 한방이었다. 그의 고뇌가 이해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일제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징용, 징병, 정신대 한국인들의 비애를 생각하면 광복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진 것이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 기타』를 인용하며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고 말하지만 나는 '모든 역사에는 음양이 있고, 그는 우리의 구원자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바가바드 기타' 경전에는 이런 말도 있다. '네 할 일은 오직 행동에만 있지 결코 그 결과에 있지 않다. 행동의 결과를 네 동기가 되게 하지 마라. 그러나 또 행동하지 않아서도 안 된다. 결과가 좋고 나쁨을 동일하게 보는 마음을 가지고 행동하라.'(제2장 47절, 48절)

오펜하이머에게 원자폭탄은 독일보다는 먼저 만들어야 하는 무기였고, 전쟁을 끝장낼 강력한 수단이었다. 그리고 그는 어쩌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이 무기가 각국의 무기고에 쌓이는 순간, 세상을 끝낼 수 있는 무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그가 원자폭탄을 만들지 말았어야 할까?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독일이 먼저 이 무기를 개발했다면 아마 세계는 현재와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 국가로 지금도 살고 있을지 모른다.

영화에서 당시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제 손에 피를 묻혔다'는 오펜하이머의 고뇌하는 말에 손수건을 꺼내 닦아주며 이런 답을 준다. '일본인에게 원자폭탄은 누가 만들었냐가 아니고, 누가 투하를 지시했냐가 더 중요하다'고……. 김재석 소설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세종시, 전국 최고 안전도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