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6-'인절미(引切米)'와 공주떡 '임절미(任絶味)'

  • 문화
  • 맛있는 여행

[맛있는 여행] 6-'인절미(引切米)'와 공주떡 '임절미(任絶味)'

김영복/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3-09-18 10:25
  • 수정 2023-09-18 11:08
  • 신문게재 2023-09-19 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필자의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는 인절미를 '공주떡'이라고 해 크게 자랑한다. 그 이유는 역사적 사실과 관련되어 있어 매우 흥미롭다. 공주에는 백제 때 쌓은 성인 공산성(公山城)이 있다. 공산성의 진남루(鎭南樓)에서 금서루(錦西樓) 쪽으로 언덕길을 조금 올라가면, 쌍수정(雙樹亭)과 쌍수정사적비(雙樹亭史蹟碑)가 있다. 그 옆에 '인절미의 고향 공주' 안내판이 서 있다. 여기에는 '인절미'라는 이름이 붙여진 내력이 적혀있다.

인절미_팻말
인절미를 설명하는 공주시 팻말
서기 1624년(인조 2) 이괄(李适 1587~1624)의 난을 피해 공산성에 온 조선 16대 인조(仁祖) 임금은 이곳에 서 있던 두 그루의 나무[雙樹] 밑에서 반란이 진압되기를 기다렸다. 그때 공주시 우성면 목천리에 사는 임(任)씨가 콩고물에 무친 떡을 진상(進上)했다. 왕은 시장한 참에 연거푸 몇 개를 먹고 나서, 떡 이름이 무어냐고 물었다. 그러나 떡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왕은 맛있는 떡을 임씨가 진상하였다는 말을 듣고, 그 맛이 빼어나 '절미(絶味, 뛰어난 맛)'이니, '임절미(任絶味)'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임절미'는 발음하기 편하게 '인절미'로 바뀌고, 공주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져서 '공주떡'이 되었다고 한다.

인절미3
인절미 만드는 모습.
조선의 제16대 왕인 인조(仁祖) 임금의 재위 연대는 1623~1649년이다. 그리고 이괄(李适 )의 난은 1624년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인조 임금의 수레가 피란 차 공주로 향한 것은 1624년 2월 13일이며, 공주에 머무른 것은 그해 2월 14일부터 2월 17일까지이며, 2월 18일 공주를 떠났다. 따라서 '임절미(任絶味)' 설이 진짜라면, 당연히 '인절미'라는 말은 1624년 2월 이후 한참 세월이 흐른 뒤에 '임(任)→임→인'으로 변음되었을 터, 아무리 봐준다 하더라도 1624년 2월 이전에는 그러한 말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조선 전기의 어문학자 최세진(崔世珍:1468~1542년)이 1517년에 쓴 '사성통해(四聲通解)'에 '飯餠 今俗呼(고) 인졀미'라는 말이 이미 나온다. 그러니 위 임서방설은 많이 왜곡되었거나 굳이 임절미(任絶味)를 인절미(引節米)로 같다 맞춰 이야기의 신빙성을 떨어트린 것이 된다.

긴인절미1 (1)
인절미 길게 만들기 기록갱신
1690년(숙종 16) 역관(譯官) 김경준(金敬俊) ·김지남(金指南) ·신이행(愼以行) 등이 편찬하여 사역원(司譯院)에서 간행한 '역해유해(譯語類解)'에도 '고 인졀미' 또는 '芝麻餠 인졀미'가 나온다.

조선(영조 42년)에 유중림(1705~1771)이 1766년에 증보한 방대한 종합농업기술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조선 후기의 학자 이익(李瀷, 1681~1763)이 쓴 '성호사설(星湖僿說)'에도 콩고물을 묻힌 인절미가 기록되어 있다. 인절미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 오주(五洲) 이규경(李圭景 : 1788∼1863 )이 백과사전식으로 찬술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등에서 증명되는 것처럼 '인절미(引切米)'이며, 찹쌀을 불려 쪄서 떡메로 쳐 찰기가 생긴 떡이므로 매우 부드럽고 쫀득하여 쭈욱~ 늘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잡아당겨 떼어먹으므로 '引(끌 인)'자를 썼고, 잘게 썰어 만들기 때문에 '切=截(자를 절)'자를 쓴 것이다.

긴인절미
인절미 만드는 모습
'인절미(引節米)'는 16세기 문헌에서 '인졀미'로 처음 나타난다. '인졀미'의 제2음절 모음이 단모음화해 20세기에 '인절미(引節米)'로 나타난다. 1895년에 나온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 대역사전 '국한회어(國韓會語)'에 '인졀미'를 '인절병(引切餠)'으로 기록되어 있어 그 만드는 과정을 유추해 한자어로 기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공주 떡에 대한 이야기의 신빙성을 높이려면 '인절미(引切米)'의 유래를 인용하기보다 공주 특산물의 하나인 밤을 소로 한 찹쌀떡 '임절미(任絶味)' 그 자체의 브랜드로도 얼마든지 스토리텔링과 함께 명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므로 인조(仁祖) 임금이 명명(命名)한 대로 '임절미(任絶味)'로 족하며, 이 '임절미(任絶味)'가 공주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져 '공주떡'이 되었다고 하면 된다. 굳이 "세월이 지나면서 '임절미'는 발음하기 편하게 '인절미'로 바뀌고, 공주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져서 '공주떡'이 되었다고 한다"는 문장은 필요가 없다.

김영복/식생활문화연구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청주서 국내 최초 고고학 대박… 운천동서 고려 ‘청석탑’ 온전하게 나왔다
  2. 담양군, 전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 최우수상·우수상 석권
  3. 전쟁 끝났는데 홀짝제 풀리나…차량 2부제 완화 여부 관심
  4. 서산, 123년 전통한옥, 복합문화예술공간 '해미담'으로 재탄생 된다
  5. 충남대 통합 찬반투표 앞두고 쟁점 재점화…17일 대토론회
  1. 성남 원도심, 대규모 정비사업 본격화…도시 균형발전 시험대 오른다
  2. [현장의 사람들] 불길이 남긴 흔적 쫓아 원인 밝힌다…대전동부소방서 곽맹걸·이태규·김재능 화재조사관
  3. "우주에서 본 지구, 협력이 답이었다" 우주인 이소연 박사 대전ISS서 강조
  4. 가축방역 최전선 '공중방역수의사' 처우 개선 '첫 단추' 끼웠다
  5. 충청권 의료현안 정조준 복지부 국립대병원 육성안…상경진료·치료가능 사망률 효능 주목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반도체 패키징 벨트 `호남 투자론`에 제동 우려

충청권 반도체 패키징 벨트 '호남 투자론'에 제동 우려

<속보>=충청권을 중심으로 추진되던 반도체 후공정 투자 구도에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역 사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본보 6월 11일자 1면 보도> 더구나 국가균형발전 기조 속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호남권 반도체 투자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충청 정치권에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투톱의 충청권 기존 투자 계획 이행은 물론 신규 투자 등을 위해선 지역 정치권의 전력투구가 요구된다. 17일 지역 정·관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3년 충남 천안·온양을 첨단 패키..

대전의 아들 황인범 월드컵서 아시아 유일 베스트일레븐 선정
대전의 아들 황인범 월드컵서 아시아 유일 베스트일레븐 선정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눈부신 경기력을 뽐낸 '대전의 아들' 황인범이 월드컵 선수들 중 베스트 일레븐에 뽑히며 활약을 인정받았다. 글로벌 축구 콘텐츠 매체인 '매드 풋볼(MAD FOOTBALL)'은 월드컵 조별리그 A~H조 1차전 중간 베스트 일레븐을 선정했다. 황인범은 4-3-3 포메이션으로 선정된 베스트일레븐에서 미드필더의 한 자리를 차지하며, 아시아권에선 유일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남은 미드필더 두 자리는 자말 무시알라(독일), 페드리(스페인) 등이다. 황인범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청년이 미래-2편]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대전시가 잇는 청년들의 인연
[청년이 미래-2편]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대전시가 잇는 청년들의 인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도대체 어디서 만날 기회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은 있어도 일상 속에서 만남의 기회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비대면 문화와 개인화된 생활방식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접점이 감소한 데다, 학업과 취업 준비, 바쁜 직장 생활 등으로 인해 관계를 형성할 시간적 여유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한, 온라인 중심의 만남이 늘면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만남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데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만남'을 갈망하는 청년들을 위해 대전시가 마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