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오디세이] 지방대학의 위기, 지방의 위기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사시오디세이] 지방대학의 위기, 지방의 위기

박양진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

  • 승인 2023-09-25 08:45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박양진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시사오디세이)
박양진 교수
며칠 후면 한가위 명절 연휴가 시작된다. 유례없이 긴 엿새간의 휴일 동안 떨어져 있던 가족들과 만나고 휴식과 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모두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귀성과 귀경 전쟁이라는 불가피한 불편함을 겪을 사람들의 마음은 마냥 여유로운 것만은 아닐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인구와 자본과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고 지방의 중소도시는 인구 감소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 간 불균형의 사회 구조가 형성된 데는 셀 수 없이 많은 원인과 이유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를 든다면 블랙홀처럼 지방 출신 고등학생을 빨아들이는 수도권 대학과 이를 공고화하는 교육부의 입시 및 편입학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외지의 대학에 진학하면 이들이 졸업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 때문에 지방에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의 악순환이 계속 반복된다.

내년 대학 입시도 이미 시작되어 수험생들의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지난 15일 마감되었다. 수시모집은 지역인재, 농어촌학생, 저소득 층학생 등 대학별로 다양한 전형 방식이 특징으로서 학생들이 모두 여섯 곳까지 지원할 수 있다. 그중 한 군데라도 합격하면 반드시 등록해야 하고 등록하지 않더라도 정시에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자기 성적보다 조금 높여서 상향 지원하는 성향이 있다.

이번 대입 수시모집에서 비수도권 대학의 무려 70%가 실질 경쟁률이 미달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수험생이 여섯 군데까지 지원할 수 있어서 경쟁률이 6대 1 미만인 대학은 사실상 정원 미달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전국 일반대 199개 대학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은 116개 대학인데 그중 82개 대학이 6대 1을 넘지 못했다. 서울에서 멀수록 미달인 대학의 비중이 높아 제주, 전남, 전북, 광주 소재 26개 일반대학의 80% 이상이 6대 1 미만의 경쟁률을 기록하였고, 경남, 경북, 부산 소재 37개 일반대학의 70% 이상이 경쟁률 6대 1 미만을 기록하였다. 심지어 거점국립대학인 제주대, 경상국립대, 전남대, 강원대 등의 수시 경쟁률도 6대 1을 넘지 못하였다.



수도권은 그 상황이 반대여서 수시 경쟁률이 20대 1이 넘는 10개 대학 모두 서울(8개)과 경기에 소재하는 사립대학이다. 정원 미달을 걱정하는 대학도 훨씬 적어 서울 42개교 중 7개(16%), 경기 35개교 중 11개(31%) 대학만 경쟁률이 6대 1 미만이었다. 수도권대학과 비수도권대학의 신입생 모집 양극화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해져서 올해의 수시 경쟁률 격차(12.3)는 지난해(11.09)보다 더 벌어졌다.

대전, 세종, 충남, 충북 지역은 제주, 호남, 영남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한남대, 건양대, 목원대, 배재대 등 대전 소재 주요 사립대학 모두 6대 1의 경쟁률에 미치지 못하였다. 우리 지역의 대표 대학인 충남대(경쟁률 8.60)와 충북대(8.59) 등 등록금이 저렴한 거점국립대학보다도 천안의 상명대, 단국대와 세종의 고려대 등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서울 소재 사립대학의 지방 캠퍼스의 경쟁률이 좀 더 높은 것도 주목된다.

지방 대학은 수시 비중이 88%로서 수도권 60%보다 규모가 더 크지만 수시 경쟁률이 이렇게 하락한 것은 지방대학의 위기가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시에서 선발하지 못하고 정시로 이월하는 인원이 늘어날수록 결국 끝까지 충원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거점국립대학의 경쟁률도 최근 3년간 하락하고 있어서 이러한 위기에서 예외라고 할 수 없다.

사실 대학에 진학하는 학령인구의 감소는 이미 20여 년 전에 예상되었던 일이었지만 그동안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지나왔다. 지방 대학의 위기와 지방의 소멸도 이미 오래전에 시작된 일이지만 미봉책과 변명으로만 대응하고 있고, 수도권과 그 대학의 무한 팽창을 억제하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은 전혀 실시하지 않고 있다. 양질의 교육을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지방의 대학에 그 지역의 학생들이 보다 많이 진학하고 졸업 후 그곳에 젊은이들이 계속 머물러 살 수 있도록 전면적이고 혁신적인 교육과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실행하는 RISE 사업, 글로컬 대학 사업 등과 같은 소규모 선별적 지원 정책은 결국 지방 대학의 소멸을 막지 못하는 또 다른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박양진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