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건전한 유머, 건강한 사회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건전한 유머, 건강한 사회

  • 승인 2023-12-04 17:02
  • 신문게재 2023-12-05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이성만 교수
이성만 배재대 교수
작금의 우리 사회는 비하나 풍자로 시끄럽다. 조롱과 풍자의 원인은 사람을 온전한 인격체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래 언론에서 회자되는 '암컷', '젖소', '방울' 같은 비유가 공인들의 입에서 여과 없이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건전한 유머가 살아있는 밝은 사회라면 결코 이런 저급한 비유를 만나기가 쉽지 않을 테다.

인간관계에서 커플이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건전한 집단에서라면 수많은 문제를 피하거나 풀 수도 있다. 유머는 단순한 농담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모임이나 파티의 낯선 사람도 당장 덜 이상해 보이게 된다. 함께 웃는 것이야 말로 사람을 하나로 묶어 주고 그의 유머러스한 매력은 그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유머는 지능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파트너를 선택할 때 유머가 진화적인 이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유머란 적절한 시기에 대한 느낌 없이 대화에 들어가는 암기된 농담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진화론의 관점을 빌리면,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흉내 내기 어려운 유머 감각이다. 이러한 유머 뒤에는 바람직한 특성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재치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유머러스한 말투를 가진 사람은 지능, 창의성, 사회적 타이밍 감각이 있어야 한다. 이는 특정 문화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모든 문화에 두루 적용된다.

'당신의 웃는 모습이 바로 당신이다'는 말이 있다. 유머는 그 사람이 얼마나 똑똑하고, 자발적이고, 창의적이냐는 정보만 주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유머 감각은 인간성과 가치관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것이다. 이는 그 사람이 사용하는 유머 스타일에서 분명해진다. 기분이 별로인 날에도 유머러스한 인생관을 잃지 않는다면 유머는 자기 강화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유머는 공격적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비하하거나 풍자하는 농담으로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풍자에서 자주 사용되는 공격적인 유머는 어려운 상황을 더 견딜 수 있게 하는 청량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자기 파괴적인 유머는 자신을 향할 뿐이다.



유머는 인간관계에 큰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양한 스타일의 유머를 결합하지만 한 가지 스타일을 다른 스타일보다 더 자주 사용한다. 우리는 거의가 유사성의 원칙에 따라 서로를 찾는다. 그러니 비슷한 유머 감각을 공유하는 파트너나 그룹은 비슷한 가치 체계를 공유할 가능성이 더 높다.

둘 다 웃어야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유머는 스트레스가 많은 단계에서 긴장을 풀고 문제를 해결하거나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느 웃음 연구에 의하면, 웃음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행복 호르몬을 방출할 뿐 아니라 심혈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면역 체계를 강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니 유머러스한 관계는 단순히 좋은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건강한 관계다. 그러나 모든 유형의 유머가 웃음에 좋은 것은 아니다. 공격적인 유머는 냉소적이며 다른 사람을 평가절하하거나 조종하려는 목적이 있을 수 있고, 관계망 형성에도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다분할 수 있다.

파트너나 그룹이라면 서로의 유머 감각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다른 유머, 다른 태도인 경우다. 유머의 핵심은 예상치 못한 일탈이다. 유머가 두 사람 모두에게 효과가 있으려면 관계에서 예상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만장일치가 있어야 한다. 유머에 공통점이 필요한 이유다. 2023년의 12월 마지막 달도 공인이든 일반인이든 건전한 유머가 살아 숨쉬는, 웃음이 넘쳐나는 대화로 갑진년 청룡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 좋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KINS 기밀 유출 있었나… 보안문서 수만 건 다운로드 정황에 수사 의뢰
  2.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3.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4. 수도권 뒤덮은 러브버그…충청권도 확산될까?
  5. [춘하추동]새로운 시작을 향해, 반전하는 생활 습관
  1.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2. 3대 특검에 검사 줄줄이 파견 지역 민생사건 '적체'…대전·천안검찰 4명 공백
  3.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4. aT, 여름철 배추 수급 안정 위해 총력 대응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