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산업안전 R&D, 더 늦춰선 안 된다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산업안전 R&D, 더 늦춰선 안 된다

조인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러혁신센터 선임연구원

  • 승인 2023-12-28 16:29
  • 신문게재 2023-12-29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조인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조인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러혁신센터 선임연구원
미국의 '리쇼오링 정책(Reshoring initiative)'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제조업 비중이 낮은 국가들에서 고용률에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미국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해외로 진출했던(off-shoring) 제조업체들을 자국으로 유턴시키는 리쇼어링 정책을 폈다. IT 일변도인 고용 생태계를 제조업으로 재 전환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조차도 리쇼오링 정책에는 박수를 쳤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첨단제조업 육성정책 및 대중국 디커플링을 적극 추진 중이다.

그 결과 소재·부품 혁신을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의 주역은 제조업으로부터 탄생한다는 가장 단순하고 기초적인 사실이 전 세계적인 공감대를 이끌어 내고 있다. 2023년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GDP 대비 제조업 비중 27.8%를 유지하며 독자적 브랜드를 구축 중인 제조업 선진국이다. 따라서 제조업 종사자는 국내·외 산업 최전방에서 뜨거운 열정으로 기업을 떠받치는 인적자원이자 우리사회의 주역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제조업 열풍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조 현장으로부터 들려오는 산업재해 소식은 안타깝기만 하다. 특히 2022년 안전보건공단에서 발표한 제 12대 사망사고 기인물 자료를 보면 상황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아닌 '구조물 붕괴, 장비 보수·점검 시 끼임' 등 일반 산업현장 발생 사건·사고가 많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제조산업 공정 첨단화 과정과 무관하게 발생한 사건임을 고려할 때 이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산업재해로 인한 올해 경제적 손실액을 약 32조 원으로 추산했다. 국내 제조산업 부가가치 액의 약 6.6%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최근 산업부에서는 '제조안전 얼라이언스'를 출범·확대하면서 제조안전 R&D를 선도하겠다는 보대국민 보도를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한국은 아직 강화된 산업안전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DX핵심기술을 활용한 현장 밀착형 연구·개발(R&D)을 발굴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임금근로자 1만 명당 사망자 수치를 나타내는 '사고사망만인율' 0.43으로 조사됐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0.37, 영국이 0.03인 점을 고려하면, 이제라도 후발주자임을 인식하고 산업안전 연구 개발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쉬운 것은 한국의 제조안전 R&D가 현장밀착형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Top-down 방식의 관리체계 강화 및 모니터링이라는 점이다. 작업환경 관제시스템을 도입해 작업자의 동선을 제어하는 방식이나 유해 물질 모니터링을 통한 작업환경 알림 시스템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작업자가 사건사고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알림만 제공해 줄 뿐, 산업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제조안전 R&D 목적과는 거리가 먼 방식이다. 오히려 사건·사고를 유예함으로써 인적 피해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긴다.

제조안전의 해답은 오히려 작업자의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 가령 반복적인 유지·보수가 발생하는 곳, 제조공정을 다각도로 사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숙련 노동자 대신 IT·로봇이 대신할 수 있는 곳 등이다. IT가 작업자의 오감이라면, 로봇은 작업자의 손과 발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한국은 세계 최고의 IT기술과 로봇 선도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현장 작업자를 도울 수 있는 충분한 기틀이 마련돼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의 제조업 국가로 성장시켰던 원동력은 정부와 산업계, 학계, 연구계 모두 합심해 최첨단 공정기술 및 소재·부품 기술개발을 이뤄낸 덕분이다. 그러나 우리가 연구 개발 과정에서 산업안전·인적자원에 대한 고려를 간과한 결과 현재까지도 안전 불감증이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라도 작업자 안전 중심의 연구개발, 대체인력 기술개발, 작업환경 개선 장비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산업안전 진흥에 힘이 실리기를 기대해 본다.
조인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러혁신센터 선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기획]3.4.5호선 계획으로 대전 교통 미래 대비한다
  2. 충청권 광역철도망 급물살… 대전·세종·충북 하나로 잇는다
  3. [교단만필] 잊지 못할 작은 천사들의 하모니
  4. 충남 김, 글로벌 경쟁력 높인다
  5. 건양어린이집 원아들, 환우를 위한 힐링음악회
  1. [아이 키우기 좋은 충남] “경력을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우수기업이 보여준 변화
  2. 대전웰니스병원, 환자가 직접 기획·참여한 '송년음악회' 연다
  3. 세종시체육회 '1처 2부 5팀' 조직개편...2026년 혁신 예고
  4. 코레일, 북극항로 개척... 물류망 구축 나서
  5. [라이즈 현안 점검] 거점 라이즈센터 설립부터 불협화음 우려…"초광역화 촘촘한 구상 절실"

헤드라인 뉴스


[아이 키우기 좋은 충남]`충남형 풀케어`가 만든 출산·육아 친화 생태계

[아이 키우기 좋은 충남]'충남형 풀케어'가 만든 출산·육아 친화 생태계

충남도가 추진 중인 '힘쎈충남 풀케어' 정책이 지역의 출산·육아 친화 환경을 빠르게 확장시키고 있다. 단편적인 복지 지원을 넘어 도민의 생애주기 전반을 뒷받침하는 전방위 돌봄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기업의 근무문화 혁신과 결합하면서 실질적 성과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정책과 현장이 서로 호응하며 조성한 '출산·육아 친화 생태계'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 가능성을 보여준다. '힘쎈충남 풀케어'는 충남도가 저출생 위기 해결을 핵심 도정 목표로 삼은 이후 마련한 통합 돌봄 모델이다. 임신·출산·돌봄·교육·주거·근로환경 등 도민의 일생을..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지역구 18명+비례 2명'인 세종특별자치시 의원정수는 적정한가.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19+3' 안으로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수 증가와 행정수도 위상을 갖춰가고 있으나 의원정수는 2022년 지방선거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16+2'로 적용했다. 이는 세종시특별법 제19조에 적용돼 있고, 정수 확대는 법안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12일 세종시의회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명분은 의원 1인당 인구수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수는 2018년 29만 4309명, 2022년..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