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카타르의 잠 못 이루는 밤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카타르의 잠 못 이루는 밤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4-02-05 16:56
  • 신문게재 2024-02-06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재석 소설가
김재석 소설가
요즘 많은 한국인이 '카타르의 잠 못 이루는 밤'이란 영화를 보고 있다. 의도된 시나리오인지 모르겠지만 극장골이 터지면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환성이 나온다. 16강 사우디전과 8강 호주전에서 연속으로 터진 극장골은 영화의 진수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영화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아시아의 서쪽 끝 카타르에서 치르고 있는 아시안컵 축구이야기이다.

예전에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년작)이란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이 주연한 운명적 사랑에 대한 영화가 있었다. 사실 그 제목을 살짝 빌려왔다. 왜 이 영화 제목에 빗대는지는 다들 아실 것이다. 아시아의 동쪽 끝에 있는 우리는 한국팀 경기를 보려면 보통 새벽 1시경까지 깨어있어야 한다. 카타르는 저녁시간인지 몰라도 우리는 잠을 자야 할 시간이다. 그런데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아파트에 사는 어떤 분은 극장골 환호성 때문에 잠이 깼다고 한다. 이래저래 잠 못 이루는 밤이 연출되었다.

나도 조별 예선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토너먼트 경기를 보기 위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대단한 축구팬도 아니다. 지역 연고 프로팀 경기에 한 번 구경 간 적도 없다. 한국인의 DNA 속에 내재된 단일민족의식이 이런 국가대항전에서 되살아나는 것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어떤 분들은 조별예선부터 16강과 8강전을 보고 꾸역꾸역 승이란 말도 하고, 좀 시원스럽게 못 이기는가 하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한국팀 주장인 손흥민 선수는 '선수들에게 비난보다는 응원의 함성을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인터뷰에서 매번 전달한다.



그런데 조별리그부터 타 국가들의 경기를 하나씩 보면서 느끼는 바이지만 처음 출전하는 나라부터 단골 나라들까지 이제는 실력이 상향 평준화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다들 기본기며 테크닉이 대단하다. 그나마 약체라고 평가된 동남아 국가들도 박항서 감독(직전 베트남 축구팀 감독)을 비롯해 김판곤(말레이시아 축구팀 감독), 신태용(인도네시아 축구팀 감독) 등 여러 한국인 감독들이 진출해 K-pop에 비견될 만큼 탄탄한 기본기의 K-sports를 전수해 놓았다.

그런 점에서 수준 차이 때문에 일방적인 경기를 보던 예전과는 달리 티격태격하는 경기를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한국팀을 넘어 시야를 넓혀보면 아시아의 모든 나라가 진일보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카타르의 축구경기장을 보면서도 그 예술적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후진국, 개도국, 선진국이란 말은 경제적 수준을 나타내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내면에는 '너희들이 따라올 수 있겠어?'하는 승자의 우월감도 내포되어 있다. 축구 경기를 보면서 비약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표현들은 사라져야 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제 한국은 전형적인 역피라미드의 노인국가로 변해가고 있다. 동남아와 아랍국가들은 피라미드형의 인구구조를 가진 젊은 피가 흐르는 나라가 많다. 미래성장동력에서 우리가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단일민족의 시각으로 본다면 한국팀이 당연히 민족의 설날 명절에 치르는 결승전까지 올라가 대망의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쾌거를 바라지만 선린우호의 입장에서 보면 진일보하는 다른 아시아국가들도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운명적인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란 주제를 다뤘다. '카타르의 잠 못 이루는 밤'은 한국팀에 대한 운명적인 편애를 넘어 아시아의 진일보를 축하하며 그 대동세계를 함께 응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KINS 기밀 유출 있었나… 보안문서 수만 건 다운로드 정황에 수사 의뢰
  2. 수도권 뒤덮은 러브버그…충청권도 확산될까?
  3. [춘하추동]새로운 시작을 향해, 반전하는 생활 습관
  4. 3대 특검에 검사 줄줄이 파견 지역 민생사건 '적체'…대전·천안검찰 4명 공백
  5. aT, 여름철 배추 수급 안정 위해 총력 대응
  1.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세상을 설계하는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2. 김태흠 충남지사 "5개 비전으로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
  3. 사단법인 사랑의 사다리,기획재정부 공익법인 지정
  4. 2025 농촌 재능나눔 대학생 캠프 스타트...농촌 삶의 질 개선 기여
  5. 농협, 'K-라이스페스타'로 쌀 소비 붐 조성

헤드라인 뉴스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경쟁 입찰 조회수 부풀리기 의혹 제기도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경쟁 입찰 조회수 부풀리기 의혹 제기도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비상대책위원회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가 상가 정상 운영을 위한 대전시민 1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대전시에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경쟁 입찰 당시 상인 대부분이 삶의 터전을 잃을까 기존보다 많게는 300% 인상된 가격으로 낙찰을 받았는데, 높은 조회수를 통해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도록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와 대전참여연대는 2일 대전시청 북문에서 '지속 가능한 중앙로 지하상가 운영을 위한 시민참여 공청회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에서 입찰을 강행한 결과 여..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반석역 3번출구, 버드내초인근 상권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반석역 3번출구, 버드내초인근 상권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직원 대부분 반대·이직 동요"…해수부 이전 강행 무리수
"직원 대부분 반대·이직 동요"…해수부 이전 강행 무리수

"해수부 전체 직원의 86%, 20대 이하 직원 31명 중 30명이 반대하고, 이전 강행 시 48%가 다른 부처나 공공기관으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최민호 세종시장이 7월 2일부터 예고한 '해수부 이전 철회'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이날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5동 해수부 정문 앞에서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은 것입니다'란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거리로 나섰다. 해수부 이전 철회를 촉구하는 입장을 정부부처 공무원을 넘어 시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한 발걸음이다. 그가 해수부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은 '지역 이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 도심 열기 식히는 살수차 도심 열기 식히는 살수차

  •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