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24. 설날 '떡국차례'와 충청도 '날 떡국'

  • 문화
  • 맛있는 여행

[맛있는 여행]-24. 설날 '떡국차례'와 충청도 '날 떡국'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 승인 2024-02-05 16:56
  • 수정 2024-02-20 14:15
  • 신문게재 2024-02-06 10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이번 주 토요일은 우리 민족의 전통 명절 설날이다.

설 차례는 조상에게 세배한다는 의미에서 '정조다례(正朝茶禮)'라고도 하고 떡국을 올렸다 해 '떡국차례'라고도 한다.

조선시대의 실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1681∼1763)은 『성호전집(星湖全集)』에 '절일(節日)에는 시절의 음식을 올린다. 정조에는 떡국〔湯餠〕을 올리는데, 떡을 잘라 탕을 만든 것이고, 원양견(元陽繭)도 올리는데, 술을 넣은 반죽을 발효시켜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기름에 튀겨 부풀려 튀밥을 붙인 것이다.'라고 나온다.

KakaoTalk_20240205_091855782_01
가래떡. (사진= 김영복 연구가)
떡국 자체가 본래 긴 가래떡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국수처럼 오래 살라는 뜻이 있다. 같은 뜻으로 중국과 일본에서는 국수를 먹는다. 그리고 엽전처럼 동그란 떡을 먹고 돈을 많이 벌라는 뜻이 있다. 요즈음에는 어슷하게 잘라 타원형인 떡국이 많지만, 옛날에는 직각으로 잘라 동그란 형태가 많았다. 즉, 새해 첫날에 먹는 떡국은 장수를 누림과 더불어 재물 복(福)을 바라는 소망을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조선 후기의 대 성리학자 녹문(鹿門) 임성주(任聖周, 1711∼1788)는 자신의 사형(舍兄)에게 "저는 병의 증상이 한결같이 왔다 갔다 하는 가운데 이제 떡국 한 그릇을 또 먹었으니, 이른바 희년(稀年)도 2, 3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성동(成童 15세)의 나이에 학문에 뜻을 두었다가 백발의 나이에 이룬 것도 없이, 세월이 흐르고 흘러 어느덧 이런 경계(境界)를 맞닥뜨리게 되었으니, 평생을 돌아보매 한 가지 일도 예전에 지녔던 뜻을 조금이나마 갚을 만한 것이 없습니다"라며 『몽경당일사(夢經堂日史)』라고 했다.

조선 후기의 학자·청장관(靑莊館) 이덕무(李德懋, 1741~1793)가 지은『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제1권 영처시고에 '세시(歲時)에 흰떡을 쳐서 만들어 썰어서 떡국을 만드는데 한난(寒暖)에 잘 상하지도 않고 오래 견딜 뿐 아니라 그 조촐하고 깨끗한 품이 더욱 좋다. 풍속이 이 떡국을 먹지 못하면 한 살을 더 먹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억지로 이름을 '첨세병(添歲餠)'이라 하고, '첨세병'을 노래한다.'며 "千杵萬椎雪色團(천저만추설색단)천만 번 방아에 쳐 눈빛이 둥그니, 也能仙比金丹(야능선조비금단) 저 신선의 부엌에 든 금단과도 비슷하네 , 偏憎歲歲添新齒(편증세세첨신치)해마다 나이를 더하는 게 미우니, 吾今不欲餐(초창오금불욕찬)서글퍼라 나는 이제 먹고 싶지 않은 걸 "이라고 읊었다.

KakaoTalk_20240205_091855782_04
손으로 빚은 생 가래떡. (사진= 김영복 연구가)
사람들이 더러 붉은 종이에 명함을 써서 문선(門扇)에 붙이고 가니, 마치 우리나라 각사(各司)의 하리(下吏)들이 단자를 드려 문안하는 예와 같다. 오직 음식점만은 손님을 맞는 것이 평일과 같다. 나는 한 주부에게 "금년에는 다행으로 나이를 먹지 않았네."하고 말했더니,

"왜 그렇습니까?"하고, 묻기에, "설날에 떡국을 먹지 않았기 때문일세" 하니, 한 주부가,

"비록 나이는 먹지 않았다 하더라도 느는 백발은 어찌하겠습니까?" 한다. 나는 살쩍을 어루만지면서 서글픈 태도로 한참 있다가 말하기를, "동파(東坡) 소식(蘇軾)이 백발을 기뻐한 것은 근심 걱정을 견디지 못하는 데에서 나왔다. 그러므로 '어찌할 수 없다는 글[無可奈何語]'을 지었다" 하였다'라고 『몽경당일사(夢經堂日史)』에 기록되어 있다.

이렇듯 나이를 물을 때 "떡국 몇 그릇 먹었느냐."라고 하는 데서 유래하여 떡국을 '첨세병(添歲餠)'이라 부르기도 한다.

떡국의 주재료인 가래떡은 주로 멥쌀로 만드나 영조 32년(1756) 3월 5일 자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을 보면 '無不托(무면불탁)이른바 '밀가루가 없이는 떡국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는'밀가루'로도 떡국을 만들어 먹었던 것 같다.



떡국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황해도는 떡 모양이 조랭이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조롱박이 한 해의 액(厄)막이 역할을 한다고 여김으로 설날에'조랭이떡국'을 먹는다고 한다.

이 '조랭이 떡국'은 흰떡을 대나무 칼로 동글동글하게 잘라 만든다.

강원도는 떡과 만두를 같이 넣는 '떡만둣국'을 해 먹는데, 떡국에 보리나 잡곡을 섞거나 주머니처럼 생긴 만두는 복을 가져다 준다하여 만두를 만들어 넣어 먹는다.

서울의 떡국은 소고기를 볶아 국물을 낸 '쇠고기떡국'을 만들어 먹는데, 계란지단, 김 가루, 파를 고명으로 올려 먹는다.

'꾸미떡국'과 경북은 불린 쌀을 쪄서 가래떡을 만들어 태양처럼 둥근 모양으로 썰어 끓인 '태양떡국''장 떡국'이 있다.

'끼미떡국'은 경상북도 지역의 독특한 떡국인데, '꾸미떡국'이라고도 불린다. 끼미는 국이나 찌개에 넣는 고기붙이를 가리키는 경상북도 지역의 방언이다. 표준어로는 꾸미이다. 맹물이나 멸치 육수로 끓인 떡국에 조선간장으로 진하게 간을 하여 볶은 소고기를 끼미로 올려 먹는 떡국이다.

'꾸미떡국'은 대구 지역 각 가정마다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소고기만 사용하여 끼미를 만드는 방법과 소고기와 잘게 자른 두부를 같이 넣어 끓이는 방법, 소고기를 먼저 조린 후 구운두부를 따로 떡국에 올려 먹는 방법 등이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KakaoTalk_20240205_091855782_03
생가래떡을 떡국떡으로 자른 모습. (사진= 김영복 연구가)
'태양떡국'은 육수에 넣고 국 간장으로 간을 하여 끓인 다음 양념(간장,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 후춧가루)하여 볶은 쇠고기, 황백지단, 구운 김을 고명으로 올려 낸 것이다.

경남은 쌀가루를 반죽하여 납작하게 한 다음 구은 후 썰어 넣은 '굽은 떡국'을 만들어 먹으며, 전라도는 간장에 졸인 닭고기로 육수를 낸 '닭장떡국'이 시원하고 감칠맛이 나는 떡국을 만들어 먹는다.

'장 떡국'은 간장과 버섯만으로 감칠맛을 살린 떡국이다.

그리고 제주도는 겨울철 별미인 해초류 모자반( 지역방언'몸')으로 만든 떡국으로 돼지등뼈를 우린 육수에 모자반과 메밀가루와 떡을 넣은 '몸 떡국'을 즐겨 해 먹는다.

우리 충청도는 멥쌀가루를 끓는 물에 익반죽하여 만든 떡에 미역과 들게 즙을 넣어 만든 '생떡국'을 해 먹는다.

충청도의 '생떡국'은 멥쌀가루를 끓는 물에 익반죽하여 오래 치대어 떡가래처럼 길게 만들어 돈짝만큼 썰거나 새알 등의 모양으로 빚어 만든 생 떡을 장국에 넣어 끓인 국을 '생떡국' 또는 '날떡국'이라고 하며, 한자로는 '생병탕(生餠湯)'이라 한다.

구한말 재야 지식인 위관(韋觀) 이용기(李用基·1870∼1933)가 1924년에 쓴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는 돈짝같이, 문화공보부가 펴낸『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韓國民俗綜合調査報告書)』 충청도 편에는 경단 모양으로 만든 후 납작하게 떡국 모양으로 눌러 만든 사례가 나온다. 장국의 재료로는 쇠고기나 바지락 등을 쓰며, 미역·채소 등을 넣기도 한다. 웃고명으로는 다진 쇠고기, 산적, 계란 지단, 후춧가루 등이 쓰인다.

충청도에서는 설날 음식이기도 하지만 충남 서천군 서면의 설날 당제에서도 생떡국을 제물로 바친다. 이 떡국을 한자어로 편탕(片湯)이라고부른다. 주민들은 한자어가 높임말이라고 생각하여 신령에게 올리는 제물로 부를 때는 생떡국보다 편탕(片湯)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KakaoTalk_20240205_091855782
경상도 굽은 떡국. (사진= 김영복 연구가)
경상도 지역에서는 정월 대보름이나 정초의 절식 또는 당제, 백중에 주로 해 먹는다. 안동군 서후면 저전동의 경우 정초 차례에 생쌀 가루 반죽을 끓는 물에 뚝뚝 떼어 넣고 어느 정도 익으면 국수를 넣어 삶아 생떡국을 먹는데, 생떡은 농사가, 국수는 삼이 잘 되기를 바라는 의미이다. 경북 경주에서는 정월 대보름 전날인 14일 이른 저녁에 생떡국을 해먹는데, 이곳 역시 이렇게 해야 일 년 농사가 잘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경북 예천군의 통명마을에서 음력 7월의 백중 때 행해지는 풋굿을 보면 "오호라 봉헤야 생떡국 한 그릇 먹고 하세"라는 타작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쌀을 타작하면서 쌀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생떡국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생떡국에 대한 속담도 있는데, "떡도 떡같이 못해 먹고 '생떡국'으로 망한다", "'날떡국'에 입천장만 덴다" 등이 있는데, 전자는 어떤 일이 다 이루어지기도 전에 실패로 돌아갔다는 뜻이며, 후자는 변변치 못한 '날떡국'에 데기만 하듯이 하찮은 일을 하다가 도리어 손해만 봤다는 뜻이다.

KakaoTalk_20240205_091855782_02
날떡국이라 불리는 충청도 생떡국. (사진= 김영복 연구가)
'생떡국'은 쌀가루만 준비되면 손쉽게 떡국을 끓일 수 있는 즉석 음식인 동시에 별미 음식으로 어쩌면 생떡은 가래떡의 생떡국은 떡국의 원류가 아닌 가 추측해 본다.

설날에 떡국만 먹었던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부터 설날에 떡국과 함께 만둣국도 먹었던 것이다. 조선 중기 문신인 택당(澤堂)이식(李植1584~1647)의『택당집(澤堂集)』에'정조(正朝)에는 각 자리마다 병탕(餠湯떡국)과 만두탕(曼頭湯)을 한 그릇씩 놓고, 과일은 세 가지 종류로 하고, 포와 혜를 각각 한 그릇씩, 적은 한 접시 세 꼬치를 올린다.'고 적고 있으며, 조선 중기 학자로 삼가현감으로 있으면서 주사(舟師·수군)의 시험관을 맡았던 고상안(高尙顔1553~1623)이 쓴 『태촌집(泰村集)』에 "정조(正朝)가 1년의 첫날이니 면(麵)은 만두를 쓰고, 떡은 떡국에 사용한다."는 말이 기록된 걸로 보아 조선 중기 에는 설날에 떡국과 함께 만둣국을 먹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역사적 유래를 가지고 최근에는 주로 북한에서는 설날 만둣국을 먹고 남한에서는 떡국을 먹는다.

조선 최고의 예학자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 1548-1631)이 친구 신의경(申義慶1557-1648)이 지은『초고(草稿)』를 바탕으로 수정·첨삭·보완해 완성한 상례(喪禮)에 관한 실천적 예서인『상례비요(喪禮備要)』에도 만두가 빠지지 않는다. 이는 성리학이 지배한 조선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 주자(朱子)의 『주자가례(朱子家禮)』에 만두가 등장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영화·드라마' 촬영 명소로 간다
  2. 아산시 어의정로 교차점 광장 준공
  3. 교육행정 몰리고 시설직은 주춤…교육청 공채 경쟁률 '온도차'
  4. [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①대전 전통산업과 특화거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존폐의 기로
  5. 두 자녀 태우고 만취운전 30대 사고까지…여름철 엄격 단속 필요
  1. 창업기업 74곳에 최대 4억원 '대전 창업기업 들썩'
  2.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3. K리그 휴식기, 대전 서포터즈는 '청소' 중?… "승리의 기운을 줍습니다"
  4.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5. 천문연구원, 희귀 왜소신성 발견…공전주기 짧아 중요 연구대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보건소 인력부족에 `허덕`…전국 광역시 중 가장 적어

대전 보건소 인력부족에 '허덕'…전국 광역시 중 가장 적어

대전시민의 당뇨와 비만의 만성질환 관리부터 감염병 예방과 임산부·아동 건강을 살피는 보건소가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인구 1만 명당 보건소에 근무하는 인력을 비교한 결과 대전은 부산의 절반 수준이고, 대구와 광주, 울산, 인천보다 적어 시민 건강을 담당하는 보건소 인력 배치가 가장 적은 광역시로 파악됐다. 22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대전의 5개 보건소에 근무하며 시민의 공공보건 의료를 뒷받침하는 인력이 광역시 중에서 가장 적은 상황이다. 2024년 말 지역보건의료기관총람 기준으로 대전 5개 보건소 근무 인원은 총 540명으로..

두 자녀 태우고 만취운전 30대 사고까지…여름철 엄격 단속 필요
두 자녀 태우고 만취운전 30대 사고까지…여름철 엄격 단속 필요

대전에서 어린 자녀 2명을 태우고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낸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음주운전 사고 증가가 우려되면서 단속 강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22일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과 음주운전 혐의로 30대 여성 A 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 씨는 21일 오후 8시 40분께 대전 서구 변동의 한 오거리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신호를 위반해 좌회전하던 중 맞은편 도로에서 우회전하던 승용차와 택시를 잇따라 들이받은..

[기획시리즈] ①대전 전통산업과 특화거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존폐의 기로
[기획시리즈] ①대전 전통산업과 특화거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존폐의 기로

대전 중구 중촌동 맞춤패션거리와 정동 인쇄거리, 원동 한복거리 등 과거 대전을 상징하던 유서 깊은 산업 자산들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자구책 마련을 위해 붙여진 특화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급격한 산업 구조 변화와 유통 시스템 현대화 속에서 경쟁력을 잃어간 채 존폐의 기로에 서면서다. '생산의 효율화'란 거대한 산업 발전 흐름이 오늘날 현대 사회의 모든 가치를 장악하고 있지만, 지역의 고유한 숨결과 정체성이 담긴 전통산업의 흔적이 미래세대에 적절히 계승돼야 마땅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낡은 산업의 미래를 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 민선 9기 대전시장직 인수위 기자회견 민선 9기 대전시장직 인수위 기자회견

  •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