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음악에 부쳐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음악에 부쳐

송 전 한남대 명예교수, 연출가

  • 승인 2024-03-13 17:21
  • 신문게재 2024-03-14 1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송전
송전 한남대 명예교수.연출가
음악의 힘은 원초적이랄 수 있다. 그리스 신화 속에 오르페우스라는 가수가 등장한다. 아폴론의 아들로 알려진 그는 리라는 현노래의 시대이다. 요즘 트로트 열풍이 넘쳐나고 K-팝 열풍이 대한민국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일찍이 중국 역사서는 저 멀리 있는 동이(東夷)족의 노래와 춤의 '흥'을 유별나게 보았다. 진화생물학자 도킨스 말처럼 이기적 유전자가 한민족에게 초시간적· 선택적으로 이어져 온 것일지도 모른다.

왜 그럴까? 음악의 힘은 원초적이다.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는 노래로 사람들의 혼을 빼앗았을 뿐 아니라, 사나운 맹수들을 온순케하고, 우거진 나무숲이 노래를 듣기 위해 한쪽으로 쏠리게 하였으며, 바위들이 눈물을 흘리게 하였다. 그는 뱀에 물려 죽은 애인 에우리디케를 살리려 죽음의 스틱스강을 지키는 뱃사공 카론을 리라 연주로 잠재우고 도강(渡江)하여 죽음의 신 하데스를 만나 설득한다. 설득 논리는 애인이 없으면 자신이 노래를 부를 수 없고 그러면 온 세상이 즐거움을 잃고 말 것이기 때문에 애인의 환생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설득에 성공하여 애인을 데리고 삶의 세계로 앞서 거의 왔지만 되돌아보지 말라는 지침 위반으로 애인의 환생은 무위가 되고 만다. 그 후 그는 늘 슬픔을 노래하는 바람에 행복과 흥, 위안의 노래를 들으려 그를 쫓는 여성 광팬 무리인 메나드 무리들의 분노에 온몸이 찢겨 죽고 만다.

이 신화는 죽음을 넘어설 수 있는 노래의 막강한 힘에 대한 고대인들의 믿음을 보여준다. 음악은 어둠과 고통의 시대를 치유하기도 한다. 슈베르트의 「음악에 부쳐」(1817)라는 가곡이 있다. 프랑스 대혁명 시대에 예술인들이 느끼는 시대고(時代苦)는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봉건체제의 붕괴와 더불어 살벌한 시장에 내팽개쳐진 예술인들 삶도 막막했을 것이다. 시대의 혼란 중에 태어난 슈베르트는 척박한 시대에 가난한 삶을 살다 31살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떴다. 당시 비엔나에서 함께 활동하던 프란츠 쇼버라는 시인이 쓴 가사를 음악에 담았다. "오, 너 고귀한 예술이여, / 험한 삶의 위험들이 나를 옭매던 때 / 오래 동안 사랑의 온기를 내게 불어 넣었고/ 더 좋은 세상으로 날 이끌어주었지 / 너의 하프에서는 자주 성스러운 화음이 숨결로 흘러나왔고/ 내게 더 좋은 시절을 열어 보였지 / 고귀한 예술이여, 고맙고 고맙구나!"

벨기에 영화 감독 꼬르비오는 그의 음악영화 「성악의 대가」에서 요하임이라는 바리톤 가수를 등장시킨다. 그는 어느 날 콘서트가 끝나자 느닷없는 은퇴 선언을 한다. 자신 생명이 곧 끝날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여론이 들끓은 것은 물론이다. 그 후 그는 친구 조카딸과 대성 기미가 느껴진 시장 좀도둑을 제자로 삼아 강한 훈련 시켜 상당한 수준에 이르게 한다. 그즈음 젊은 시절 요아힘과 노래 경연을 벌이다 성대 손상을 입어 더 이상 노래를 못 부르게 되었던 재력가 라이벌이 그를 제자와 함께 경연에 초청한다. 요하임은 그 경연이 라이벌이 파놓은 복수의 함정이라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제자들의 앞날을 위해 위험을 감수한다. 제자들에 대한 믿음과 함께. 스승은 경연의 결과를 이미 확신 채 이 집에 돌아와 피아노로 「음악에 부쳐」를 부르며 덮쳐오는 죽음을 맞이한다. 음악이 인간에게 주는 의미가 노래 속에 잔잔히 스며든다.

특정한 시대에 힘을 발휘하는 노래들이 있어왔다. 1980년대 반(反)전두환 군사독재 저항가 「임을 위한 행진곡」, 1970년대 박정희 유신체제의 금지곡 「아침이슬」이 그런 노래일 것이다. 이 노래와 서민의 애환을 담은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선물해주었던 노래 고수 김민기 선생이 병고를 겪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린다. / 송 전 한남대 명예교수, 연출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전통시장 주차환경 "확 바뀐다"
  2. 허태정-이장우 도시철도 서로 다른 청사진 표심 '촉각'
  3. 출마제한·내란잔당·낙하산… 충남 국회의원 보궐선거 혼전
  4. 대전 죽동중 신설 요구 잇달아… 교육감 후보들 "학교 설립 긍정"
  5. [신간] "고독사는 과연 비극일까"…'슈카쓰' 담은 소설 '행복한 고독사' 출간
  1. 청주 산모 비극, 대전이라면 달랐을까… 응급실 이송사업 전국확대 관심↑
  2. '이장우 vs 허태정' 리턴매치… 대전시장 주도권 다툼 본격화
  3. 파랑·핑크·초록… 대전교육감 '색(色) 마케팅'
  4. 힘 합쳐도 버거운데…野 '정진석 공천여부' 뇌관 부상
  5. 'AI가 돈사 운영' ETRI 제주서 AX 스마트팜 구축… '탄소중립' 축산 실증

헤드라인 뉴스


이제 국회의 시간… 시민사회 "행정수도법 조속 처리하라"

이제 국회의 시간… 시민사회 "행정수도법 조속 처리하라"

행정수도특별법 공청회를 하루 앞두고, 세종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국회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20년간 이어온 연구와 검토라는 변명의 시간을 종식하고, 행정수도특별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치권의 특별법 당론 채택을 강하게 요구했다. 42개 세종·전국 시민사회단체(이하 시민단체)는 6일 오전 세종시청 브리핑실에서 '행정수도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조속한 입법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지방분권 전국회의 11개 지역단체와 한..

`7천피도 넘겼다` 새 역사 쓴 코스피… 코스닥, 지역 상장사는 소외
'7천피도 넘겼다' 새 역사 쓴 코스피… 코스닥, 지역 상장사는 소외

코스피 지수가 6일 반도체 대형주의 급등세에 힘입어 장중 사상 첫 7000선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다. 그러나 이번 급등세가 소수 종목 및 분야에 편중돼 있다는 점과 코스닥과 지역 상장기업의 동반 상승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47.57포인트(6.45%) 오른 7384.56으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2월 25일 처음으로 6000포인트를 돌파한 뒤 약 두 달 만의 대기록이다. 장 초반에는 코스피200선물지수의 급등세로 인해 올해 7번째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

[민선9기, 문화 숙원 풀릴까] 시립극단은 30년째, 박용래 생가는 주차장…
[민선9기, 문화 숙원 풀릴까] 시립극단은 30년째, 박용래 생가는 주차장…

문화는 특정 도시 경쟁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각 후보들이 문화, 예술 공약을 내놓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8년 간 대전시 문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결이 다르다. 민선 7기엔 코로나 19 위기 속 예술인 지원과 운영 중심 정책이 두드러졌다. 반면 민선 8기에는 문화시설 확충과 대형 사업을 앞세운 외형적 확장이 눈에 띈다. 중도일보는 이에 따라 지난 8년간 대전시의 문화정책을 되짚어 미래를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앞으로 민선9기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문화정책이 어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

  • ‘공정선거 함께해요’ ‘공정선거 함께해요’

  • 시민 눈높이 설치 불법 현수막 ‘위험천만’ 시민 눈높이 설치 불법 현수막 ‘위험천만’

  • ‘과학과 나무랑 놀자’…유성 어린이 한마당 행사 성료 ‘과학과 나무랑 놀자’…유성 어린이 한마당 행사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