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인공지능시대와 제2의 교육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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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인공지능시대와 제2의 교육혁명

김정태 배재대학교 영어과 교수

  • 승인 2024-04-15 14:48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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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교수
오늘날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수 있었던 주요 이유를 찾는다면 바로 우리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을 기반으로 한 최첨단 기술의 발전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나라가 다시 선진국에서 탈락할 것만 같은 걱정이 앞선다. 가장 큰 이유는 청년 인구 감소이고, 그다음은 인공지능시대에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교육개혁에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의대 정원 확대 이슈는 교육개혁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더불어 윤 정부의 가장 뼈아픈 실책은 과학기술연구 예산의 삭감으로 더는 과학기술연구자를 우대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로 인해 수많은 신진 연구자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었으며, 우수한 청소년들을 이공계로 유도하여 과학기술연구자를 양성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잃었다.



대한민국의 교육개혁은 이미 시작됐다. 2015 국가교육과정은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 협업을 위한 소통역량을 배양하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으로 방향성을 제시했다. 여기에 2022 국가교육과정은 초중등교육에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을 명시하고 이에 따른 교과서 개발과 교사연수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초중등교육에 막대한 후광효과를 끼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는 2028년도에서야 선다형 문항 유형에 논술형이 추가될 예정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2000년 초에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미국은 선다형 문항유형을 대체하는 주관식 중심의 문제해결역량을 중점을 두는 평가체제를 제시했다. 일본은 이미 2013년에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 증진을 위한 교육과정과 주관식 평가 유형을 탑재한 IB(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를 도입해 확대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교육혁명을 통해 전쟁을 겪은 최빈국에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국가다. 국제 원조를 받다가 국제 원조를 주는 유일한 나라가 된 것이다. 1958년 12월까지 우리나라는 미얀마, 캄보디아, 엘살바도르, 에티오피아, 필리핀 등으로부터 원조를 받았다. 그런 보잘것없던 나라가 2021년에 28.6억 달러를 국제원조로 지출한 나라가 된 것이다.

서구 사회는 17세기의 시민혁명을 통해 자유 시민들이 생겨났고, 공업 생산성 증대를 위해 증기기관을 발명하게 됨으로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이로 인해 대량의 산업혁명 노동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19세기 초반 의무교육제도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서구의 역사와는 달리 교육혁명이 산업혁명과 정치혁명에 선행해 발달했다. 이승만 정부는 한국전쟁 이후 국제원조금의 상당량을 지역마다 초등학교를 세우고, 한국의 MIT를 꿈꾸며 인하공과대학교를 세우는 등의 교육혁명에 투자했다. 1954년 시작된 문맹 퇴치 운동을 모태로 한 교육혁명의 효과는 1945년 77.8%였던 전 국민 문맹률은 66년에는 8.9%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교육혁명의 결과 양성된 양질의 인력을 기반으로 박정희 정부는 1962년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할 수 있었으며, 이후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 성장의 과실을 따 먹을 수 있게 됐다. 드디어 산업혁명의 결실은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 출현으로 민주화를 통한 정치혁명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은 교육혁명 덕분에 서구에서 200년 이상이 걸린 산업혁명과 정치혁명을 50년 만에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운명은 백척간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느닷없이 나타난 미국과 중국 중심의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발전은 우리나라의 산업기반을 전방위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를 타개할 방법은 제2의 교육혁명밖에는 없다.

인공지능시대의 교육개혁을 막고 있는 정치혁명을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없다. 지금이라도 제2의 교육혁명을 시작해야 한다. 먼저 정부 주도의 통제 일변도 교육정책과 행정에서 벗어나 우리 국민들의 의식 전환과 창의성을 끌어내기 위한 교육으로 대전환을 이루고 그에 합당한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수능시험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2의 교육혁명을 위해 민관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시대에 제2의 교육혁명은 선택이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다.

/김정태 배재대학교 영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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